달리기 한달, 신체의 변화

호놀룰루 마라톤 나갈 수 있을까

by 원숭이마법사

8월 17일. 동틀 무렵 잠이 덜 깬 몸을 추슬러 아침 일찍 문 밖으로 나간다. 밖은 여전히 덥고 습하다. 어디선가 후덥지근한 바람이 은근슬쩍 내 몸을 스치고 지나고, 그 속에서 한줄기의 선선함을 느낄 수 있다. 묻어 나온 선선함 속에서 가을이 생각보다 머지않은 곳에 왔음을 알리고 있다. 아마도 선선함의 흔적을 뒤쫓아보면 가을이 있을 것이고, 다음으로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기류가, 종국에는 겨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한 달째 아침을 달리는 중이다.


최근 나의 체력을 살펴보자면, '여전히' 500-600m 구간 즈음에서 첫 번째 유혹이 찾아온다.

‘어제 열심히 달렸으니까, 오늘은 여기서 멈추자고. 가민시계도 오버트레이닝이라고 하잖아.’ 따위의 마음의 소리가 나의 마음을 한번 강하게 흔든다. 자기 합리화의 먹이가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끊임없이 쏟아진다.

500-600m. 이 구간을 쉬지 않고 통과하면 대략 2.5km까지는 문제가 없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중간중간 빠르게 뛸 정도의 여유가 있다.


다음 위기의 구간은 2.5km 부근이다. 이 구간은 총길이를 얼마에 뛰느냐에 따라 위기이기도 하고, 무던하게 지나가기도 한다. 나는 최근 아침저녁으로 3km와 5km 정도를 달리고 있다.

재밌게도 짧은 거리인 3km를 달릴 때, 2.5km 구간은 위기로 다가온다. 3km를 달리기로 마음먹었을 때, 2.5km부터는 호흡이 무너진다. 골인 지점을 앞두고 머릿속에 자꾸만 잡념이 들어서 호흡이 흐트러지는 것이다. 5Km를 달릴 때와, 3km를 달릴 때 가민 시계가 기록한 3km 부근의 심박수를 보자면, 5km를 달릴 때 3km 부근의 심박수가 훨씬 안정적이다. 아마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뛰고 싶지 않다, 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신체적 변화를 살펴보자면 더욱 재밌다.

달리기에 대한 마음속의 불만과 충동의 존재는, 1.5km 정도를 달리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가는 것 같다.

뇌도 ‘이 자식, 결국 오늘 또 뛰잖아!’하고 폭발해 버리고는 달리는 행위에 맞게 신체 각 기관에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뇌가 내린 새로운 오더에 대한 대표적인 변화는 온몸의 모든 수문이 열린 듯 땀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정말로 내 몸 어딘가 새는 수도꼭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땀에 흠뻑 젖기 시작한다.

추측컨대, 몸무게도 줄이고, 열도 식히기 위한 변화에 대한 적응의 행위다. 신체가 아직 이런 달리기에 아직 경험이 부족하므로, '적당히'가 아닌 일단 닥치는 대로 수분을 몸 밖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식사량도 대체적으로 줄었다. 어느 정도를 유지해야 달리는데 무리가 없다고 뇌가 인지하는 것 같다. (나 스스로 '절대 먹는 것을 줄여야겠다' 식의 다짐이나 자기암시는 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나의 신체는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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