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신중하게. 배려하며.
페이스북이라는 앱을 깔아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그냥 중얼거리듯 써나가던 시절, 무얼 그리 쓸 내용이 많았던지 하루에도 몇 개씩 포스팅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SNS가 그렇듯 몇 년이 지나고 나니 가끔은 악플도 달리고 원하지 않는 반응도 겪게 되어 도중에 탈퇴했다가 다시 가입하는 일을 두어 번 하다 보니 도중에 반강제적으로 휴식기도 보내며 지금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지금 유지하는 계정은 2015년인가, 2016년에 다시 살린 계정이다 보니 햇수로는 오래되었어도 실제 유지하고 있는 기간으로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이를 보상이라도 하듯 초반에는 제법 왕성하게 글을 써 내려가곤 했습니다.
아마 2017년의 일일 것입니다. 어느 날 정말 오랜만에 중. 고등학교 때 친구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당시에는 거의 붙어 다니다시피 했던 친구인데 대학도 달라지고 직업도 달라지다 보니 대학 졸업 이후로는 더 나아가 결혼 이후로는 왕래가 뜸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제가 고향을 뜬 이후로는 전화 소통마저도 거의 없다시피 했지요. 그런 상황에서 연락되었으니 정말 반가워야 맞은 데 이상하게도 대화가 겉도는 데다 서로의 공통분모가 공중 분해된 상황이라 그냥 그렇게 전화가 마무리되어 가던 무렵, 친구가 결정적인 펀치를 나에게 날렸습니다. “너는 요즘 페이스북에 네 자랑하는 글 엄청 많이 올린다면서?” “무슨 말이야?” “다른 동창들이 네 글 보고 그러더라? 온통 자랑에 잘난 체한다고!”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냥 남들도 좋아해 주려니, 아니면 옆에 식구들 앉혀 놓고 얘기하는 것처럼 주저리주저리 부담 없이 했던 말이, 아무리 동창이고 지인이라도 마치 사촌 땅 산 것처럼 배가 아팠던 모양입니다. 페이스북이라고는 아예 근처도 가지 않는 친구에게 특별히 어느 부분이나 어느 말이 그리도 듣기 싫었는지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고, 그냥 그렇게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습니다.
본래 대범한 성격도 못 되는 데다 늘 조심스럽게 글을 쓴다고 생각하던 터에 친구의 그 한마디는 저의 펜대를 위축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말 내가 그랬나? 그래, 걔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렇다면 이제부터 무얼 어떻게 해야 하지? 수많은 질문과 대답이 제 머리를 스쳐 갔고 그 대답을 바탕으로 나의 길을 정해야 할 일만 남았습니다. 과연 겸손하게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 스스로 그런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다 남들의 관심 때문일 거야. 더 나아가 네가 의사라서 시기심도 작용했을 거야. 그러니 네 개인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해 봐. 좀 더 보편적이되 깊이 있는 주제를 다뤄보는 게 어떻겠니?
이날 이후로 좀 더 지혜롭게 살아가는 게 무엇인가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그냥 단순한 나의 상념이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다며 믿고 있지만 이마저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훈련을 받아야겠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내 글이 햇수만큼 무르익었다거나 자랑 섞인 거품도 쫙 뺐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내가 평상시대로 이야기하더라도 그를 받아들이는 상대가 자랑으로 받아들인다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는 지금 자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 안에 있는 선(善)과 악(惡) 둘 중에 나는 어느 것에 더 많은 정성을 쏟을 것인가? 늘 염두에 둘 일입니다. 내 생각 하나로 상대를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때로는 넘어뜨리기도 한다면 그만큼 신중하게 말하고 써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내 글이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