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Phobia) 하나쯤은 있죠?

그 아찔함!

by 김욱곤
다운로드.jpg (이미지출처:도쿄카오디오) 이게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저는 집 밖으로 나오면 살짝 긴장합니다. 특히 자주 가보지 않는 곳에 간다든지 낯선 곳에 가면 그 정도는 조금 더합니다. 이 정도 운만 띄어도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대놓고 길치입니다. 심지어 같은 길도 몇 번 다녀봐야 겨우 눈에 익으며 큰길은 그나마 낫지만, 골목에 들어선다든지 의도치 않은 길로 들어서면 그다음부터는 방향감이 아주 뒤죽박죽이 됩니다. 내비게이션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목적지 찾는 일이 나에게는 중대한 과제였고 중요한 약속이 있으면 여유 있게 길을 나서거나 택시를 타는 게 오히려 나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내비게이션 만든 사람은 나에게 참 은혜로운 사람입니다.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되기 전의 일입니다. 대학 친구들과 시내의 식당에서 모이기로 하고 저녁 7시로 약속 시간을 정했습니다. 여유 있게 출발하느라 퇴근하자마자 내 차를 가지고 식당에 갔는데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골목에 있을 걸로 생각했던 식당이 눈을 씻고 보아도 없는 겁니다. 그 후에 그 주변을 여러 번 돌았고 이후로 내 머리는 백지장처럼 하얘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은 식당을 찾지 못했고 친구에게 물어물어 찾는 것도 실패하여 8시경에 친구에게 통지했습니다. 도저히 못 찾겠다. 그냥 집에 갈게. 그 후로는 나를 위해 접근하기 좋은 식당이나 직접 나를 데려가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이렇게나마 대안이 있거나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냥 오롯이 나 혼자 해결해야 할 상황이라면 난감하기 그지없을 것입니다. 저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습니다만 군대 훈련 중에 독도법(讀圖法)을 적용하기라도 한다면 저는 아마 쉽게 낙오될 게 뻔합니다. 글쎄요. 누군가가 훈련하면 될 거야. 긴박하면 또 방법은 나와. 그러시던데 물론 눈에 익고 반복하다 보면 가능할 것이고 이제 샛길도 좀 살펴볼까? 여유도 부리겠지만 제가 스스로 답답한 것은 처음 맞닥뜨릴 때의 그 두려움에서 왜 벗어나지 못하는가? 그것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답답한 또 하나의 문제는 다름 아닌 고소공포증입니다. 도시의 거의 모든 구조물이 점점 높아지는 현대를 살아가는데 크나큰 장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빌딩의 높은 곳에서, 밑을 바라본다? 사방이 뻥 뚫린 구조나 유리로 되어 있는 곳에서 사방을 살핀다? 이는 저에게 극한의 상황입니다.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 건 창문이 조그맣고 벽이 있는 비행기는 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복도 쪽이나 가운뎃줄에 배정해 주십사 부탁합니다.



평소처럼 일상적인 생활방식이 지속되고 반복된다면야 이러한 나의 약점이 무슨 장애가 되겠습니까? 그냥 너는 하지 마! 이렇게 양해가 되고 배려받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요. 항상 이런 불편은 어쩔 수 없을 때가 늘 문제입니다. 이러한 약점들이 불편이 되지 않게 담담하게 받아들여 주고 인정해 주는 삶을 살면 좋겠지만 상상 밖으로 당사자에게는 강한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경우는 많습니다. 결국 내 압박감은 무엇이냐 하면, 이게 남에게 불편을 주고 길을 막는 장애가 될 때입니다. 그것이 걱정입니다.



살면서 이런 것들이 고민이 되어 삶을 즐기지 못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을 것입니다. 공포증이라는 게 저처럼 고소공포증만 있는 게 아니요, 정말 다양한 것으로 또는 상황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기에 주위의 많은 것 또는 상황은 우리에게 반드시 유익만은 아닙니다. 사물이 그러하고 생각이 그러하며 결국은 사람도 그러합니다.




그들에게 나는 무엇인가? 좋은 건 뒤로 조금 밀어 놓더라도 최소한 부담이나 공포의 대상이 아니면 좋겠습니다. 아니, 내 마음에 들어와 따스한 마음 구석 하나를 찾지 못해 여기저기 헤매는 일만큼은 없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는 나를 좋은 곳으로, 정확한 곳으로 인도하시는 내비게이션이 오직 한 분 계십니다. 나의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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