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의 산수시간...

그 아찔했던 기억

by 김욱곤
다운로드.jpg (이미지출처:네이버포스트) 연습할 때는 몰랐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컸던 저는 4학년인가 5학년부터 배구선수로 뽑혔습니다. 평소 연습은 방과 후에 주로 합니다만 시합이 있기라도 하면 그날부터는 시합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봄에 꽤 규모가 있는 배구 경기가 근처에서 열렸습니다. 당시 주전이었던 저는 배구하던 친구들과 함께 수업 대신 대회 준비에 열중했습니다. 몇 주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없지만, 아무튼 경기를 잘 마치고 입상도 해서 다시 수업에 복귀했습니다.


복귀한 첫 수업은 산수(수학)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이유가 지금부터 펼칠 이야기 때문입니다. 당시 수업은 두 자리의 곱하기에서 세 자리와 두 자리의 곱하기로 넘어가는 단원인데, 복습차 선생님께서 몇 문제를 내어주시고는 풀어보라 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잘 푸는지 확인하러 다니시던 선생님께서 제 앞에서 그만 얼음이 되셨습니다. 저는 문제를 놓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엉뚱하게 풀이한 답을 보고 선생님도 그만 적잖이 당황하셨던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4학년 때까지 뒤처지지 않던 아이가 그러고 있었으니 사제(師弟) 간에 당황하기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운동한답시고 수업을 빼먹은 효과가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암기과목은 물론 교과서나 참고서로 공부한다고 될 과목은 아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지금도 선생님께 감사한 게 무엇이냐면, 아이들에게 잠시 상황을 이해시키시고 제 옆에 서서 처음부터 나를 위해 다시 설명하셨습니다. 다행히 5분에서 10분 사이에 모든 설명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다음 단원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요즘처럼 어른이 되어서도 그 경험 때문에, 운동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빼고 운동만 전념하는 방법을 저는 절대 반대합니다. 운동하려거든 나머지 시간에 하라 말하고 싶은 이유가 제 경험 때문입니다. 이는 운동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도 그렇습니다. 이는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실업팀이나 프로팀으로 가는 문제와는 다른 사안입니다.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기에는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입니다.


제게는 무척 다행인 게, 그다지 운동에 특출 나지도 않은 데다 중학교 입학 때 시험을 잘 보아서 체육 특기생(배구)으로 입학한 중학 시절부터 운동을 그만두었습니다. 만약 운동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요?




그런데 더 아이러니한 일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운동이라고는 아주 간단한 것조차도 버거워하며 몸치로 살아가는 저의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는 중학교를 체육 특기생으로 입학했다는 사실을 잘 얘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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