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색깔은 무엇이뇨?

정체를 밝혀라

by 김욱곤
다운로드.jpg (이미지출처:lens canvas) 파란색이 참 예쁘죠?



무엇인가를 고르려 할 때 디자인이나 모양도 중요하려니와 늘 고민에 빠지는 것 중의 하나는 나는 무슨 색을 고를 것인가 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싫어하는 색도 없지만 더 고민은 나는 이 색이 좋다고 공언해 본 적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좋아하는 대표색이 달라지는 기현상을 스스로 경험합니다.


메꽃을 나팔꽃으로 알고 지내던 어린 시절을 넘어 실제 내 눈으로 직접 보았던 나팔꽃의 파란색을 난 내내 잊지 못합니다. 보라와 진분홍의 꽃잎도 파랑의 강렬함을 가리지 못했습니다. 파랑의 강렬함과 예쁨을 너무도 늦게 알아버렸습니다. 그제야 달개비의 연한 파랑, 닭의 장풍의 귀여운 파랑, 그리고 제라늄의 고고한 파랑이 눈이 보였습니다.



무슨 색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던데 내가 좋아하는 색깔 중 가장 높은 수위(首位)를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선뜻 자리를 내어주기가 이리도 힘이 듭니다. 어릴 적에는 진한 녹색이 참 좋았습니다. 짙은 청록색도 좋지요. 한여름 왕성한 이파리에서나 볼 수 있는 그 녹색이 사실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색입니다. 하지만 이 호감이 지속되다 보면 도중에 그 수위(首位)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경우도 간혹 생기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다름 아닌 진한 빨강이올시다.


이런 나의 호감도는 진녹색이든, 청록색이든, 진한 빨강이 되었든 간에 색감이 옅어지면 그에 비례하여 내 호감도도 옅어지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애통(哀痛)할 일입니다. 색깔에 귀천(貴賤)이 어디 있겠냐마는 이처럼 다정(多情)도 병(病)인양 합니다. 자칫 우유부단하다고 책잡힐 수도 있겠으나 다행스럽게도 ‘예, 아뇨!’ 로만 대답하세요. 다그칠 문제가 아니라서 내심 얼마나 다행인 줄 모릅니다. 이쯤 해서 내가 좋아하는 색의 조합을 한번 상상해 보도록 합시다. 진한 이파리 속에서 피어난 진한 빨강, 거의 흑장미라고 해도 좋을 장미가 떠오릅니다. 바로 이게 제가 좋아하는 조합입니다.




사람을 어찌 한 가지 색으로만 단정할까요? 단색(單色)의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때로는 화가 나며 때로는 음울하고, 그러다가 환해지고 평온합니다. 마치 날씨와 같습니다. 이렇게 내 정서나 마음, 기분에 따라 우리는 다양한 색으로 삶을 살아냅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나를 특정한 색으로 단정할 것이며 때로는 나를 담백(淡白)하다, 농후(濃厚)하다 평할 것입니다.


총천연색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요즘, 때로는 자발적 색약(色弱)으로 때로는 색맹(色盲)으로 살아가는 인생을 택합니다. 보지 않아도 될 일은 보지 않으며, 알아차리지 못할 건 모른 채로 살아가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이들은 아예 무채색이거나 아주 화려합니다. 마치 독버섯의 화려함으로, 때로는 그냥 보아도 다 알 수 있는 무채색으로 다가오는 삶의 중압은, 나에게 적절한 자극이 아니라 악마같이 나를 유혹하고 짓누르는 괴물입니다. 모든 빛을 다 빨아들이고 아니면 모두 반사시켜 검고 흰 삶만 남느냐, 이미 우리의 가시(可視) 범위를 벗어나 우리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만 탐하느냐? 그래서 내가 맞닥뜨리는 삶이 어려운 모양입니다.

keyword
이전 15화운동선수의 산수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