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도 보지 못하는

내 동생의 기억

by 김욱곤
다운로드.jpg (이미지출처:그림공작소) 아름다운 꿈만 있는 건 아니죠.^^


중2 때의 어느 화창한 봄날 잠깐 꿈을 꾸었습니다. 부모님과 우리 4남매는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어딘가를 다녀왔습니다. 재미있게 놀다 왔는지 서로 정신없이 이야기도 나누며 웃다가, 순간 차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다음 역은 **, **역입니다. 잊으신 물건 없이 안녕히 가십시오." 우리는 부랴부랴 기차에서 내려서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찰나,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막냇동생이 안 내렸는데 기차가 저만치 떠나고 있었습니다.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그만 잠에서 깨었습니다.


그 꿈은 몇십 년이 지난 요즘에도 뇌리에서 사라지지를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역내의 플랫폼과, 떠나는 기차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그때 꿈에서나마 기차를 막아 세워야 하는데! 동생을 챙겼어야 하는데! 후회막급했거든요.


그 꿈을 꾸고 며칠이 안 되어 제 막냇동생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글쎄요. 저는 이제껏 살면서 예지몽(豫知夢)이라는 게 있는지 신경을 안 쓰며 살았습니다. 분명히 있는 것은 아는데 종교적으로도 설명이 되는지도 모르고 지냈지요.





그 후로도 제 동생은 내 꿈에서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습니다. 내가 미웠었나? ‘엉아’ (저를 형이라 않고 엉아라 불렀습니다.)가 싫었나? 싶기도 하고 중학교 1학년 까까머리 형한테 장난감 사 달라고 조르던 5살 녀석이, 돈이 없어 장난감 하나 못 사 준 엉아에게 되게 섭섭했었나? 싶기도 한 날들이 지금도 많은 후회로 남곤 하지요.


가끔은 명절이 다가오면 이렇게 헛헛한 생각들이 하나씩 빼꼼히 솟아오릅니다. 어릴 적 오락실에 있던 ‘두더지 잡기’ 마냥 하나씩 망치로 때려주고 싶은 기억도 있고, 잡는다고 잡는 데도 워낙 순식간에 사라져 못 잡고 놓치는 기억도 있으며, 충분히 잡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잡기를 포기하는 기억도 한두 개는 남겨놓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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