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목욕탕, 그 시절 그 문화

깨끗함 뒤에 만나는 또 다른 더러움

by 김욱곤
다운로드.jpg (이미지출처:롸드의 헬씨라이프) 요즘도 남아 있을 추억의 장소


어릴 적 어지간한 크기의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던 공중목욕탕을 가지 않은 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 세월이 지났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반드시 들러야 했던 곳, 묵은 때를 벗기기 위해 모르는 사람에게 내 등을 맡기고 품앗이하듯 그들의 등을 밀어주던 모습도 자연스레 없어진 그 자리에 세신사가 상주하던 기억마저도 이젠 아스라합니다.


젊은 날 살았던 대전과 지금 살고 있는 천안의 공통점이라면 충남의 남, 북을 대표하는 도시라는 점 이외에, 근처에 온천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지형학적으로 어떻게 형성과정을 거쳤는지 굳이 알고 싶지는 않지만, 종종 다니던 온천탕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글쎄요. 물이 좋다, 수질이 다르다고 이야기하는데 워낙 감각이 둔하고 민감하지 못하여 일반 목욕물과 무엇이 다르고 성분이 어떻게 다른지 잘 알지 못합니다. 예전에 탄산 온천이라고 하는 오색과 초정리에서는 수온이 좀 낮은 대신 탄산 성분 때문에, 사이다처럼 알알이 맺히던 거품만 신기해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나오면 늘 붙어있던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몸을 닦지 않고 말리는 게 온천욕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과연 진짜일까? 싶지만 실제 조선시대 역대 왕(王)들도 피부병은 물론 관절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 아무리 멀어도 다녀갔다는 이야기는 자주 듣던 차입니다. 이 소문은 요즘도 유효한지 그런 온천들은 아직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일본의 규슈(九州) 지방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유명한 온천이 참 많더라고요. 과연 좋은 온천인지 어떤지를 평가할 겨를도 없이 노천탕이며 실내 탕을 오가는 재미만 만끽하며 다녀온 기억만 남았습니다. 이런 기억은 우리나라의 동부는 물론 대만 등의 온천욕을 경험하면서도 내 느낌은 그다지 별다르지 않았습니다.


일반 목욕탕과 온천탕의 차이는 과연 있을까요? 성분에 따른 효능도 과연 있을까요? 과연 관리는 잘 되고 있을까요? 이런 대답을 듣기 전에 우리의 발걸음은 어느 곳을 더 향하게 될까요? 접근성이 좋은 동네 목욕탕, 맘먹고 가야 하는 온천탕 가운데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참 편한 시절을 누리고 있습니다. 아파트 욕실은 늘 샤워를 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으며 한차례 광풍을 맞은 찜질방도 많으며 느낌이 약간은 다르지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주변에 참 많습니다.


잠깐 로마 시대의 목욕탕 문화를 떠 올렸습니다. 로마의 대중목욕탕 문화는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많았다고 합니다. 씻는다는 거 자체가 우리 몸에 나쁠 건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자료를 검색하다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논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 결과인데 결론은 ‘로마 목욕탕이 공중보건을 개선했다는 증거는 없다.’입니다.


로마의 식습관 중에 가룸(garum)이라는 발효음식을 상당히 좋아했다는데 이게 일종의 액젓 같은 거라서 발효과정 중 기생충에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박멸할 만한 효과적 방법이 없다 보니 따뜻한 물에 담그면 해결될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이 목욕탕 물을 오수(汚水)로 만든 데다, 결정적으로 따뜻한 물을 자주 교체할 기술이 없었던 시절이라 그 정도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쉽게 말해 목욕탕 물은 기생충 알이 득실거리는 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공중목욕탕이 사라진 이유가 두 가지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로마에 들어온 게르만 민족은 복잡하게 얽힌 상하수도 체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로마인들도 따뜻한 물이 기생충에 그다지 효과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대학 다닐 때 공중보건 교수님과 산부인과, 비뇨기과(현. 비뇨의학과) 교수님께서 공중목욕탕을 가지 않는 게 좋다는 가르침을 주셨던 게 요즘 들어 마음 깊이 박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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