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과 두부가 자란다.

더운 여름의 보약.

by 김욱곤
(이미지출처:대한민국 대한명인 (AWURA)) 이 정도면 예술이죠.


언젠가 제 다른 글에 한 번 언급했기에 적절한 때가 되면 올리려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잡곡밥이나 현미밥에 그다지 거부감이 없습니다. 꺼끌꺼끌한 식감 때문에 아내는 잡곡, 현미밥 대신 하얀 쌀밥을 더 좋아하지만, 그냥 건강을 생각해서 같이 먹는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 몸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날 잡곡밥이나 현미밥을 먹기라도 하면 속이 더부룩해서 견디지 못할 뿐 아니라 체하기라도 하면 내내 애먹습니다. 가끔은 잡곡밥과 흰쌀밥을 각각 준비하는 걸로 해결합니다.

아내의 상황에는 아랑곳없이 저는 잘 먹고 있습니다만 특별히 좋아하는 걸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콩을 고릅니다. 밥 위에 올라오는 콩은 어느 것이든지 잘 먹으며 콩국, 두유, 두부, 콩나물 등등 콩에서 파생한 음식은 모두 잘 먹습니다. 여름 한낮에 먹는 콩국수 한 그릇은 보약 삼아 먹기도 하며, 두부김치며 두부전골도 참 맛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어릴 적 부모님의 노력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내 만둣집에서 곧장 갈아 내놓는 콩물을 자주 사주셨습니다. 소금간만 살짝 해서 한잔 마시면 신세계가 따로 없었습니다. 간혹 콩의 비린내가 싫다고 하시는 분이 있는데 이런 풋내는 사실 조리 과정의 미숙함 때문일 것입니다. 잘 익힌 콩 요리는 비린내가 나지 않습니다.




강릉의 초당순두부 마을은 이제 유명한 먹거리촌이 되었더라고요. 초당순두부는 두부를 만들 때 간수 대신 바닷물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조금은 특별합니다. 순두부라 하여 우리가 흔히 아는 빨간 순두부찌개를 떠 올리면 큰 오산입니다. 초당순두부는 몽글몽글한 두부만 그릇째 나옵니다. 거기에 양념장만 살짝 얹어 먹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처음 보았을 때 그 생경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두어 번 먹다 보면 깔끔한 맛에 입맛이 박혀 다른 것보다 더 맛있습니다.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한 두부를 베어 먹어 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반문하실 테지만 그야말로 두부의 고소한 맛으로 먹습니다. 그다음 고수는 양념을 뿌려 먹습니다. 이렇게 양념 맛으로 먹는다는 분께도 칭찬해 드리고 싶습니다. 어찌 됐든 두부를 먹는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이쯤 되면 교도소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지요. 일제 강점기 때의 일입니다. 감옥에서 재소자들에게 밥을 주어야 하는데 죄수는 많고 전쟁물자를 대느라 식량마저 모자라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식사에 콩을 섞기 시작한 게 교도소 콩밥의 기원이 됩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콩의 가격이 오르자 보리로 대체가 되었다지요. 그마저도 요즘은 쌀밥으로 나온다고 하네요. 출소 후 두부를 먹이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습니다. 콩으로는 두부를 만들 수 있지만 두부로는 콩을 만들 수 없기에 다시는 콩밥을 먹지 말라는 의미로 두부를 먹입니다. 다른 의미로는 하얀색의 두부를 먹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라는 의미랍니다.


콩과 조금 친해 보라고 권해 드립니다. 싫어하시는 분들은 얼굴부터 찌푸리시겠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서 먹으면 그래도 드실 만합니다. 어릴 때 외갓집에 가면 외할머니께서 서리태 볶은 걸 한 주먹씩 쥐어주곤 하셨습니다. 딱딱한 콩을 씹다 보면 맛도 맛이려니와 영양 보충은 덤이고 잇몸 건강과 성장기의 턱에도 좋다는 얘기를 훗날 듣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가면 완두콩 가득한 잡곡밥이 나오겠지요. 장모님과 장인어른께서 갖다 먹으라고 들려 보내신 완두콩이 아직도 많이 남았거든요. 콩 하나로 이야깃거리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나를 심으면 몇십 배로 남겨주는 콩의 교훈을 되새기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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