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봉사를 강요하는가?
장소가 어디가 되었든 처음 통성명을 하고 제가 의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상대방의 반응은 거의 두 부류쯤으로 나뉩니다. 의사라면 어떤 과를 전공하는가? 그리고 자기나 가족의 아픈 증상을 나열하고 왜 그러는지 진단을 요구하거나!입니다
의사의 무용담을 듣고 싶어 하는 분들은 자기의 호기심을 풀고 나면 상당히 흡족해합니다. 와! 신기하다. 재밌겠다. 힘들겠다. 반응도 적재적소에 제대로 쳐 줍니다. 직업에 대한 호기심이 풀렸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데 상담을 넘어서 자기의 증상에 대해 진단 내려주기를 바라거나, 기존의 질병에 대해 (자기 주치의의 진단과 맞는지) 확인하는 의도는 확실히 마음이 불편합니다. 적당히 기분 안 나쁘도록 끊기는 하지만 질문자나 저나 찜찜해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서는 조금 불분명한 것이 있어서 상담하거나 조언을 구해서 대답을 얻는 행위는 그냥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 사람의 지식이나 시간이나, 결정하기까지의 고민 등을 적절히 보상해 주는 데에 많이 약합니다. 그래서 얘기 몇 마디 해 주고 돈 받아쳐 먹느냐? 는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게 나옵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보면 너무 가난한 지역이나 자발적인 봉사를 제외하고는 의료봉사라는 자선도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도 이곳으로 이사 와서는 이제 의료봉사를 하지 않습니다. 시간도 잘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적절한 봉사처를 찾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 저 스스로 자발적으로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둘 데가 마땅치 않다!라는 말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내가 봉사할 때 어느 누가 칭찬을 바라지 않겠습니까? 돈이 아니라, 고맙다는 말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로도 충분합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를 통해 다시 봉사할 힘을 얻어 그 지경도 넓힙니다.
주님께서도 잘하였다 충성된 종아!라고 칭찬하시는 것처럼, 봉사자도 칭찬 듣기를 좋아하며, 직업을 통하여서는 적절히 돈 벌기도 좋아합니다. 그것이 없다면 세상살이 참 힘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