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애들은 얼마나 공부가 싫겠어!
직장에 다니다 보면 자기가 맡은 일 이외에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몇 가지씩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 팀장 워크숍이 있다든지 업무와 관련된 회의 등등은 반드시 참석해야 할 항목에 속합니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한 정보가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병원 종사자에 대한 직무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강의자를 초청하여 시행하기도 하고 요즘은 통신교육의 형태로 운영합니다. 특정 사이트로 들어가 정해진 시간만큼 개개인이 이수해야 합니다. 퇴근 시간 후에 강당으로 모여 강연을 듣는다거나, 근무자들은 부득이 다른 시간에 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없이 자기가 낼 수 있는 시간에 조절해 가며 듣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분기별로 한 번씩 하다 보니 슬슬 꾀가 나곤 합니다. 아휴, 벌써 3개월이 지났어? 또 통신교육 때가 됐어? 이렇듯 다양한 푸념들이 난무합니다. 그만큼 귀찮다는 하나의 증거입니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일! 버튼 하나 눌러 교육 url에 입장하기가 고양이 물에 들어가는 일보다 싫은 일입니다. 나이 들어 젊은 직원들에게 본이 되어야 할 텐데 이렇게 싫은 일만 자꾸 쌓이게 됩니다.
가만히 보면 교육에 대한 불호(不好)가 늘어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평가 문제 때문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물론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은 증거자료도 필요하고 강의 내용을 잘 들었는지 하나의 자료로 활용해야 하겠지만 청취하는 교육생은 평가 문항이 쉽고, 어렵고를 떠나 그다지 즐거움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중간 평가며 최종 평가라는 이름으로 두 번 이상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면 반갑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교육이 있는 분기가 되면 되도록 빨리 마치려 노력합니다. 시간이 되면 강의 영상을 틀어 놓고 끝나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남들은 평가 문제도 잘 풀어 보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하지만 저는 학습 자료, 퀴즈 문제 등을 조합해 가며 스스로 풀어나가려 힘씁니다. 하지만 60점 이상이면 모두 통과하는 일종의 절대 평가이기에 굳이 만점을 위해 애쓸 필요도 없고 그냥 통과에 의의를 두는 편입니다. 한 번은 문제가 상당히 난이도가 깊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한 시간 동안 끙끙대다가 과락은 안 당하겠지! 싶어 자신 있게 답안을 제출했는데 아뿔싸! 그 3분기의 교육에 과락되고 말았습니다. 물경 52점이라는 점수로 말입니다. 하지만 잠시 부끄러웠던 것도 잠시, 점수 발표하고 며칠 후에 병원 전체에 재공지가 떴습니다. 모든 직원은 다시 교육받아야 한답니다. 일단 문제가 너무 어려워 60점을 넘긴 직원이 없어서였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과연 이 비대면 교육이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으며, 얼마나 많은 직원이 상당한 지식 습득의 수단으로 여길 것인가? 궁금해졌습니다. 어차피 귀찮은 마음과 시험에 대한 부담을 이겨냈으면 통과라는 보상도 뿌듯하게 얻으면 좋을 텐데 간혹 이렇게 시간은 시간대로 투자했으면서도, 원하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번 달도 교육이 진행 중입니다. 이 시기가 지나고 4/4분기가 되면 또다시 통신교육의 마지막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주제도 가끔은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강제인 듯 강제 아닌 강제 같은 너 때문에, 아마 다음 분기에도 분명히 자그마한 탄식 소리로 교육을 시작할 게 뻔한 노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