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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Jul 17. 2024

정기 검사

가끔은 지겨울 때도 있지만....... 하지만....

(이미지출처:ko.wikipedia.org)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


오늘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CT 검사 날입니다. 하기야 검사 주기가 딱 정해진 건 아니지만 대략 계산해 보니 얼추 3년 터울이 됩니다. 모야모야병이 있는 까닭에 약도 꼬박꼬박 복용해야 하고 이처럼 검사를 권하면 잘 따라야 합니다. 그래야 병의 추이를 알 수 있고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요즘은 여러 장비가 좋아져서 날이 갈수록 과정 자체가 번거롭지는 않습니다. 단지 조영제가 필요하고 당뇨약, 특히 메포민(Metformin) 제제를 복용하고 있기에 며칠 정도는 약을 중단해야 하는 불편은 있습니다. 젖산혈증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제가 가진 질병은 평생 조절해야 하는 것들이고 서로가 간섭하는 상황이 되면 귀찮기도 하고 지겹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우울감도 오긴 하지만 그나마 잘 관리되고 있어서 감정적으로 흔들릴 일은 거의 없습니다.
 
 모든 일이 다 그러하지만, 처음이라는 단어는 상황에 따라 설렘으로 오기도 하고 두려움의 모습으로 오기도 합니다. 즉, 희망과 절망이라는 양면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제가 여러 질병을 진단받고 통보받을 때의 느낌이 늘 그랬습니다.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이 동시에 몰려왔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내가 의사라는 사실은 저 뒤로 숨어 버립니다. 오로지 환자라는 상황에 그대로 몰입됩니다. 잠시의 공포나 당황스러움이 지나가야 머리가 좀 정리가 되고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의사도 그러니 평소에 의사들이 환자의 감정 상태에 대해 함부로 대하거나 간과할 권리는 없는 셈입니다.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정도는 되어야 기본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지요. 간혹 그런 상황을 역이용하거나 악용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기에 세상 이치가 모두 내 생각 같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가 복용하는 약의 가짓수만 해도 제법 됩니다. 어른들 표현대로 한주먹은 되는 모양인데, 일단 그 부피에 질려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영양제라는 이름으로 몇 가지는 챙겨 먹다 보니 양이 적은 분들은 약만 먹어도 배부를지도 모를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약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만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앞서 말한 조영제와 당뇨약처럼 서로를 간섭하거나 부작용으로 나타나면 참 속상한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약의 도움도 받고 섭식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한 일입니다. 이십 년도 더 된 기억입니다만 한 번은 교회 다니시는 분이 한 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약 먹는 일은 다 믿음이 부족한 짓이랍니다. 들판에 피는 백합도 다 하나님께서 기르시는데 하물며 우리일까 보냐?라는 말씀을 끌어당기고 있었습니다. 몇 마디 조언하다가 포기했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해집니다.
 
 질병이라는 건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가?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악한 것인가, 아니면 다시금 나를 돌려놓기 위한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인가? 단언하기는 참 힘든 문제이고 또 어떤 질병에 노출되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게 질병은 나에게 관심을 줘 보라는 하나의 표시로 알며 지내는 중입니다. 내가 가진 질병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나를 사랑할 줄도 알게 되었고 내 몸에 관심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의 자취를 따르는 일도 건강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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