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욱곤 Jul 16. 2024

오이? 오잉?

아예 못 먹는 것들

(이미지출처:추억쌓기) 저는 맛있게 먹는데 이마저도!



병원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같이하다 보면 각각의 식성(食性)이 참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게 중에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특정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나, 싫어하는 향(香) 때문에 먹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두어 명이 만나는 자리야 확률은 떨어지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분명히 그런 사람은 있기 마련입니다. A와 B 간호사는 오이를 싫어합니다. 오이가 들어간 음식이나 반찬이 나오면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도망 다닙니다. 일단 그 향이 싫답니다. 당연히 식판에 담지도 않습니다.     


C 간호사는 물국수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국수가 나오는 날에는 개인적으로 양념장을 준비해 옵니다. 남들은 모두 육수에 말은 물국수를 먹는데 그 간호사는 육수 대신 자기가 가져온 비빔장을 넣어 먹습니다. 그래서 라면도 비벼 먹는 라면을 더 좋아하고 매운 음식을 정말 좋아합니다. D 간호사는 감자가 들어가면 아예 손도 대지 않습니다. 어릴 적 질리도록 먹어서 아예 쳐다보기도 싫다지요. 결국 버릴 거면 나에게 주라 했더니 감자 나오는 날에는 내 식판에 먼저 덜어주고 식사를 했습니다.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때문도 그렇고 이런저런 이유로 기억 속에서 특정 음식을 뱉어내는 경우까지 옆에서 보기에 안쓰러울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걸 먹지 못하는구나! 싶어서 그렇습니다. 제게는 큰 복이라고 생각하는데, 해외여행을 가면 될 수 있는 대로 현지 음식을 먹어보자는 결심을 하지만, 아마 장기 체류를 하면 사정은 달라질 것입니다.          



가만히 따져보면 이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얘기는 아닐 터, 외국인들도 매양 똑같은 고민을 안고 살겠지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브로콜리 혐오는 들어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유도 그러하며 고기나 시금치 등등 그 대상도 참으로 다양합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지 못하는 열대 과일류도 다양한 이유로 먹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맛있다는 망고도 옻나무과(科)에 속하여 우루시올 성분 때문에, 두드러기가 자주 올라온다고 합니다.     


제가 어릴 적만 해도 먹을만한 것들이 한정돼 있고, 배는 곯지 않아야 했기에 정해진 한도 내에서 억지로 먹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D 간호사가 그러합니다. 먹기는 싫은데 쌀이 귀한 시절의 대용품이다 보니 살림이 나아진 요즘은 보기도 싫다고 합니다. 음식을 코로 맡고 입으로 먹는다지만 사실 내 기억으로도 먹음을 알게 됩니다.     



이 정도 되면 못 먹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클 수 있겠지만 다행히 당사자들은 그다지 아쉬워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기야 이를 대체할 만한 음식이나 재료가 곳곳에 많으니 굳이 억울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그렇게 살아야 내 정신 건강에도 유익합니다.     


살면서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그저 스치는 음식 하나에도 우리는 많은 걸 배웁니다. 음식은 맛으로만 먹는 게 아니고 그 안의 영양과 calorie를 얻듯, 삶을 통해 얻는 것은 이처럼 다양하고 넓습니다. 그래서 삶은 남녀노소, 삼라만상에서 배우고 깨닫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이처럼 많은 방법으로, 다양한 소리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이전 01화 정기 검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