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의 기습
틈나는 때마다 일기예보를 쳐다보는 성향은 아니지만 출퇴근이나 장거리 출타할 때마다 반드시 보게 되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은 약간 부아가 나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2025년 어느 늦은 가을 내지는 이른 겨울 정도의 오후입니다. 아침에는 흐르기만 하던 날씨가 정오쯤부터 비 올 것처럼 잔뜩 습기를 머금더니 이내 비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의 제 방에는 우산이 한두 개는 비치되어 있으니 그다지 안절부절못할 일은 없지만 무언가를 들고 다니기 귀찮아하는 나로서는 우산 하나도 이내 버거울 판입니다. 퇴근 때 바라본 거리에는 확연히 우산 받은 이가 줄어있었고 이젠 거의 없었습니다. 때마침 쳐다본 휴대폰의 일기예보에는 더 이상의 비는 없다고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온 지 한 5분이나 지났을까요?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새로 생긴 식빵 가게에 들러 적당한 크기의 빵을 하나 사다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이미 집으로 가던 길이며, 그 가게는 정반대의 길이니 익히 10분 이상은 걸릴 판입니다. 이를 어쩌나 싶어 약간 망설이다가 다시 뒤돌아섰습니다. 애써 도착한 가게는 새로 단장한 가게답게 산뜻하고 깨끗했습니다. 가게 이름에 white가 들어가서일까요? 전체가 화이트이고 모형이지만 유리로 보이는 빵은 보기에도 먹음직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가게 앞이 썰렁했습니다. 이 정도면 사람들로 가득해야 할 텐데? 궁금해하며 문 앞에 선 순간 그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재료 소진이라는 단어가 보였고 그 옆에 죄송합니다. 라는 문구가 보였습니다.
허탈하다는 말의 느낌이 바로 이런 거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때부터 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제법 젖을 정도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당황하여 우산 팔만한 곳을 찾아도, 눈에 띄기는커녕 오히려 숨어버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게를 찾아 슬금슬금 오게 된 것이 집 근처의 스타벅스였고 들어가 옷에 묻은 비를 털고 있자니 처량하기가 이루 말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커피를 주문하고 나서 이 글을 쓰는 중입니다. 이곳에는 오작 음악 소리와 직원들의 호출 소리, 그리고 손님들의 담화 소리만 가득합니다. 아까부터 나를 덮던 빗소리는 커피가 나오자마자 얌전히 그쳤습니다. 이런 얄궂은 녀석 같으니라고!
식빵을 조금이라도 먹고 싶어 하는 아내를 위해 뭐라도 하나 사가야 할 모양입니다. 이마저도 아내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다 생긴 일이니까 억울해할 일은 아니지만, 조금은 깔끔하게 퇴근 각을 세우려던 계획은 이미 무너진 셈입니다. 그러나저러나 매장 안은 한 달도 더 남은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축하라기보다는 goods가 성황이며 빨강과 녹색이 넘쳐납니다. 메뉴들도 이미 그를 준비하며 예약을 통해 판매할 케이크의 그림도 호화롭습니다. 정작 성탄의 점심만 지나면 이내 허전해질 분위기를 보전할 요량인지 적당히 넓은 이 공간이 빨강의 산타와 녹색의 나무, 그리고 포인세티아가 그득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며 든 단상입니다만, 세상을 살다 보면 기가 막힐 삶의 웅덩이도 생길 것이고 그 웅덩이를 피했지만 새로운 장벽이 나를 가로막을 일도 많을 텐데, 그때마다 나를 이끄시고 도우시는 절대자 하나님의 능력을 늘 앙망하고 기대어 살 일입니다. 이 공간에 있으면서 내가 성탄절 음악은 물론 크리스마스의 느낌을 만끽하듯 내 삶도 나를 둘러싼 하나님의 숨길과 손길을 느끼며 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