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의 작은 단상

집과 병원의 주변에는 자그마한 물총새공원이 있습니다.

by 김욱곤
다운로드.jfif (이미지출처:블로그 앙즈로 여성병원) 물총새공원의 아담한 모습입니다.


늘 그렇듯 오늘도 걸어서 출근했습니다. 병원과 집 사이가 그다지 멀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운동 삼아 걷기 시작한 게 거의 routine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걷다가 보면 의외로 얻는 게 참 많습니다. 아침 공기의 상쾌함은 물론이요, 해 뜨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부지런한 사람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병원까지 가는 길이라야 정해진 방향이지만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주변 풍경은 제법 다릅니다. 큰길로 가면 당연히 도착하는 시간을 1~2분 단축할 수는 있지만 지나다니는 차 소리 때문에 평소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대신 길옆으로 난 조그만 천(川) 옆으로 들어가면 길이 있고, 좀 더 안으로 파고들면 골목상권을 형성한 동네길 정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평소 그 길들을 더 좋아합니다. 출근길은 천변(川邊) 저녁 퇴근길에는 상가 쪽을 택하는데 새벽 동틀 무렵의 천변길은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이름도 예뻐서 물총새공원이라 불리는데 우리가 상상하는 규모가 큰 공원은 아니지만 정말 아기자기한 곳입니다. 오리 가족도 볼 수 있고 가끔 왜가리도 보이는데 굳이 단점을 꼽으라면 구릉 너머에 큰길이 있다는 점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어릴 적 냇가 느낌을 되살려주기도 하고 늦가을이나 초봄 아스라이 피어나는 물안개만으로도 내가 누릴 수 있는 호사(好事)는 다 누리는 셈입니다. 최근에는 일정 구간에 조형물도 마련해 놓아서 저녁마다 조명을 켜면 눈이 즐거운 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지역의 특성이기는 한데 병원에 가까이 올수록 상업시설이 급격히 많아집니다. 규모가 큰 가게보다는 중소규모의 가게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업종은 다양해서 식당이나 술집, 카페, 편의점 등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동 인구도 많고 식사 때마다 모임이 끊이지 않습니다.



모든 가게가 다 잘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폐업하는 가게도 제법 많다는 사실입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어? 여기가 언제 이걸로 바뀌었지?” 싶을 때가 많습니다. 오늘도 길 건너 도넛집이 문을 닫아 임대 팻말이 붙었습니다. 하루에 손님이 몇 명 정도는 유지되어야, 매출이 어느 정도 이상은 나 주어야 유지될 텐데 그마저도 못 미쳤다는 말과 같습니다. 가게만 열면 손님이 미어터질 거란 상상을 하며 시작했겠지만, 실상은 늘 그렇진 않습니다. 그래서 사는 일이 녹록지 않습니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가끔 교외(郊外)로 바람 쐬러 나갈 일이 종종 있습니다. 늘 쳇바퀴 돌 듯 출퇴근만 하는 저에게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것입니다. 때로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더라도 파란 하늘과 그를 도화지 삼은 풍경만으로도 피로를 풀기에 충분한 기회가 됩니다. 오다가다 도중에, 식당에 들러 식사하게 되는데 가끔은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주변이 식당이 자리할 만한 곳도 아니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접근하기 수월한 곳이 아닌데 문전성시인 식당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를 하는 것도 아닐 터, 그냥 고객들의 SNS나 입소문, 블로그 호평(好評) 이 큰 몫을 했으려니 짐작만 갈 뿐입니다.


이처럼 우리 시대 사업이나 가게의 흥망성쇠는 교과서에 적힌 대로 정해진 틀 안에서 결정되는 것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운(運)도 상당 부분 작용한다는 말이 상당히 신빙성 있어 보입니다. 저는 교회를 다니니 이럴 때마다 “우리가 모르게 이루시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해야 믿음 좋은 성도가 될 것입니다.


인생에 부침(浮沈)은 늘 있기 마련입니다. 나에게 침(몰)은 없으면 좋겠다는 게 일반적인 사람의 보편화된 바람이겠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맞닥뜨리는 침(몰)의 순간에 나를 지탱하고 붙드는 큰 힘이 있다면 그나마 살 만한 게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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