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화가 곧 필테고

저는 또 엄정행의 노래를 듣습니다.

by 김욱곤
다운로드.jfif (이미지출처:블로그 개굴개굴) 이곳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중고등학생 시절 학교 스피커를 통해 어지간히 들었던 성악곡 중의 하나가 바로 목련화라는 곡입니다. 특별히, 당시 경희대학교 음대 교수셨던 엄정행 씨의 쨍쨍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습니다. 당시에는 TV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하셨으니 지금 날에 그러하셨으면 아마도 더 대단한 인기를 누렸을지도 모릅니다. 흰색이나 자색의 꽃을 피우는데 정작 가사의 내용은 희고 순결함을 노래합니다.

목련은 꽃봉오리가 마치 무딘 붓끝 같다고 하여 목필(木筆)이라 이름하기도 하고, 꽃봉오리가 필 때 끝이 북녘을 향한다고 하여 북향화(北向花)라고도 하는 등 제법 많은 이름을 가진 꽃입니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의 하얀 속살 같기도 하고 촛불 같기도 하며 솜을 뭉쳐 놓은 듯한 자태를 가지고 있어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시인들의 시재(詩材)로도 많이 오르내립니다. 하지만 꽃이 질 때면 그 모습은 처연하기 그지없습니다. 마치 떨어질 날을 알기라도 하듯 하늘은 때맞춰 비를 내리는 데다가 떨어진 꽃잎들은 그냥 고고하게 마감하면 좋으련만 조금씩 까맣게 타고 들어가 그 생을 마칩니다.



잎보다 꽃을 먼저 낸 목련은 뒤이어 나오는 잎이 무성해지면 차라리 존재감이 없어집니다. 마치 꽃은 없었던 것처럼, 심지어 저 나무는 무엇인지 알지도 못합니다. 한때 그리했던 영화(榮華)는 이렇게 무상(無常)한가? 의문이 듭니다.




우리네 인생이 그러할까요? 그렇다면 나는 꽃일까요, 나무일까요? 우리 인생이 나무나 꽃으로 대입될 수 있다면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무엇으로 살아왔을까요? 그렇게 궁금한 가운데 나는 다시 다음에 필 꽃들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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