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승강기로 스무 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나는 그 얼굴을 보는 순간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갸름한 얼굴, 조금 가는 눈매에 완만한 콧등, 엷은 입술, 그리고 작은 체형. 내 기억 한편에 늘 자리했던 얼굴과 너무도 닮았다.
아이는 29층 단추를 누르고 안쪽 구석에 선 채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내가 놀란 눈치를 알아챈 것이다. 그러나 그 눈은 관찰이나 의혹, 또는 어떤 의미를 담은 눈은 아니었다. 그저 낯선 사람을 향한 자기방어적인 눈일 뿐이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물었다.
“혹시.....이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학생이에요?”
뜻 밖에도 아이가 샐쭉 웃었다.
“아니에요. 배달할 게 좀 있어서요. 길 건너 신흥마트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거든요.”
아이 손에 비닐 봉지가 들려있는 걸 그제야 발견했다. 무언가 좀 더 말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상념으로 꽉 찬 머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내 이성과 감각은 아이에게 빼앗겨버렸다.
내 집이 있는 21층에 도착한 승강기 문이 열렸다. 나는 아이에게 잠깐의 눈 맞춤으로 인사를 대신하며 승강기 밖으로 나왔다. 문 닫힌 승강기가 위로 올라간 뒤 멍하니 서서 숫자판을 쳐다봤다. 승강기는 29층에 섰다가 조금 시간이 흐른 다음 아래로 내려갔다. 갈등이 일었지만 뒤돌아섰다.
‘그럴 리가 없어. 우리말 발음이 완벽했잖아.’
그렇게 그 자리 혼잣말을 남겨 놓고.
2
20여 년 전 해외도서 에이전시 회사를 시작한 이래 각국 출판 관계자들과 교류가 잦았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같은 동양인끼리는 진지한 우정을 쌓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은 오래도록 같은 문명 속에 살아온 문화적 유대라는 끈으로 결속 된 힘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쪽 업계엔 이웃국가 서로에 대해 은근한 배타성도 존재한다. 국가별 각자 쌓아왔던 역사적 배경에서 오는 우월과 질시 같은 미묘한 감정이 뒤섞이기 때문이다.
그 해, 일본 대형출판사인 교혼샤(興本社)로 출장 갈 때만 해도 다음 날이면 돌아올 예정이었다.
당시 일본은 건강의학서적인 ‘뇌의 본질’이라는 책으로 들썩였다. 그 책의 한국출판을 먼저 제의한 것은 교혼샤 쪽이었다.
동양의학 집안에서 태어난 이 책의 저자 키요하라 시게오는 13살에 침술면허를 땄을 정도로 신동이었다. 동경대 의과대학에서 서양의학자가 되기도 한 그는 자신의 책에 대한 저작권 대행을 앞으로 5년간 이 120년도 넘은 출판사에 일임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 회사 해외마케팅 부장인 이시하라는 한참 나이가 많았어도 나와 말을 놓고 지내는 사이였다.
당시 그 책은 일반인들의 건강지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며 출판 첫해부터 300만부가 팔려나갔다. 그러니 한국에서의 판매호조 역시 의심할 바 아니었다. 그랬어도 한국 쪽 출판사는 출판계약대행을 나한테 맡겼다. 책 판매에 예상되는 이익금 분배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우리 같은 외국도서 에이전시가 존재하는 이유기도 했다.
3
그 날, 도쿄로 날아가 분쿄구에 있는 교혼샤에 도착했을 때, 오후의 가을햇살이 웅장한 회사 건물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는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나는 늘 그랬듯 접견실이 있는 23층으로 올라갔다.
텅 빈 접견실 대형 벽시계를 바라보니 이시하라 부장과 약속시간은 아직 10분이 남아있었다. 화장실로 들어가 땀이 밴 손을 씻는 내 얼굴이 거울에서 지극히 평화롭게 보였다.
화장실을 나와 여자화장실 앞을 지나는데 바닥 구석에 반짝이는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다가가 보니 청록색 보석이 박힌 반지였다. 보석에 대해 그다지 안목이 없는 내 눈에도 시장에 널려있는 싸구려 큐빅 반지로 보였다. 링 역시 백금을 흉내 낸 스테인리스 재질이 틀림없었다.
그렇더라도 이 반지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반지들엔 대개 언약의 화석이 덧 칠 돼 있지 않은가. 딱딱하게 고정 된 타성의 화살표처럼 삶의 방향성에 대못을 박으려는 그런 심리 말이다. 당시만 해도 반지를 선물하거나 받아본 적 없는 나였지만 그것이 명확한 결론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시하라 부장에게 주인을 찾아주라고 부탁하리라 마음먹으면서 반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조용한 접견실 유리벽에 이시하라 부장의 익살스러운 얼굴이 비치는 듯 했다.
이시하라 부장과의 계약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사실을 말한다면 우리 둘의 관심사는 으레 거나한 술판이었다. 우리는 계약서를 앞에 놓고 시간 끌 이유가 없었다.
나는 접견실로 들어가 긴 탁자 한 귀퉁이에 앉았다. 손목시계를 보면서 달려올 이시하라 부장을 생각하면서.
그런데 조금 있으려니 웬 못 보던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여자는 어깨에 가방을 둘러멘 채, 차 두 잔이 넘실대는 쟁반을 들고 있었다. 메이지 시대 일본화에서 튀어나온 영락없는 용모였다.
“사방이 밋밋한 도쿄 가을 풍경은 산에 둘러싸인 서울만은 못하죠?”
여자는 영문 모를 눈으로 멀거니 바라보는 내 앞에 차 한 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놀랍게도 맞은편에 앉았다. 여자가 가방을 뒤적이더니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주식회사 교혼샤, 영업담당 이사, 후쿠자와 히로미
내 눈은 명함에서 여자 쪽으로 옮겨갔다. 차를 마시던 그 얼굴이 싱긋 웃었다.
“알아요. 그 눈빛의 의미.”
여자가 찻잔을 내려놓고 다시 말했다.
“이사 직함을 가진 나이 새파란 여자를 상대하기가 불편하다는 거죠?”
여자가 큰 소리로 웃었다. 작은 덩치와는 다르게 30평 가까운 접견실이 울릴 정도였다.
그 웃음소리가 내 평화를 깨트렸다.
여자는 당당해보였고, 조금은 고압적인 느낌도 들었다. 내가 거의 항의하듯 물었다.
“이시하라 부장님은 어디 갔습니까? 내 상담 파트너는 이번에도 그분인 줄 알고 있었는데요? 어제 전화 통화로 오늘 시간 약속까지...”
“맞아요. 중국이나 한국, 대만, 홍콩 같은 동양 쪽 거래는 원래 그분 부서에서 담당하죠. 그런데 오늘은 특별히 제가 당신을 상대하게 된 거예요. 윗선의 지시라기보다는 그냥 제가 결정한 거거든요.”
“이시하라 부장이 그럼 이사님의 부하직원입니까?”
“공식적으로는 그런 셈이죠.”
“그런데 오늘은 어째서 그렇게 결정하신 겁니까? 그렇다고 이번 거래가 다른 때에 비해서 특별한 것도 없는데.”
“글쎄요. 그거야 생각 나름이겠지만, 제가 보기에 오늘 거래는 좀 특별할 것 같아서요. 그렇다고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회사는 어떤 상황이라도 공정하게 거래하려고 애쓰는 회사니까요.”
이제 겨우 서른도 안 돼 보이는 여자 얼굴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이 50에 가까운 이시하라 부장이 이 여자 부하직원이라고? 알고 보니 이시하라 부장도 직장생활이 꽤나 피곤하겠구먼.’
이시하라 부장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솟구쳤다. 그 반가운 얼굴을 만나지 못하는 실망감 속에서 내가 덤덤하게 말했다.
“어쨌든 든든하군요. 이 고색창연한 출판사의 이사님과 직접 계약 상담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내가 명함을 건네니 여자는 의외로 보지도 않고 가방에 넣어버렸다.
“당신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어요. 대학 때부터 소설을 쓰다가 지금은 외국도서 에이전시 회사를 운영하는 남자. 35살. 중국어 일본어는 물론 영어와 불어까지도 모국어처럼 말할 수 있는 사람. 자국 출판사에서 원한다면 전 세계 어느 나라 책이라도 파격적인 조건으로 판권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 이런 내용은 명함엔 없잖아요. 그렇죠?”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가 눈을 껌뻑거리며 쳐다보자 여자가 말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상담 파트너 신상을 미리 알아서 나쁠 건 없잖아요.”
이시하라 부장에게도 나에 대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내가 한국의 여러 에이전시 가운데 술자리 의기투합이 가장 원활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이었다. 술기운이 돌 때마다 그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 정도면 더할 나위 없는 사업파트너인 거지. 안 그래?’
내가 여자에게 말했다.
“나에 대해 조금 과장된 정보를 갖고 계시군요. 그런데 별 볼 일 없는 나 같은 사람 신상정보는 어떻게 알아보는 겁니까? 사립 탐정이라도 고용하는 건가요?”
“그럴 필요도 없어요. 그건 아주 간단하거든요. 당신 클라이언트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자세하게 알려주죠. 더구나 우리 교혼샤에서 물어본다면 말이에요. 진정한 적은 내부에 있다, 라는 말은 오랜 진리잖아요.”
여자의 능글거리는 눈이 나를 더욱 혼란으로 몰아갔다. 그 순간 내가 의식할 수 있던 건, 세계적인 대도시에 살아가는 섬세한 본능을 가진 큰 손 같은 거였다. 거대한 자본의 흐름 속에 존재한다는 그런 큰 손 말이다. 아무리 작은 이익이라도 허투루 다루지 않는 군더더기 없는 사업수완이 이런 큰손들을 지탱하는 걸까. 접견실 안의 공기가 팽팽하게 얼어갔다. 그리고 마주 앉은 여자와의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그 순간 풀어진 눈으로 통 크게 건배를 외쳐대는 이시하라 부장이 보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도쿄엔 언제까지 머무실 건가요?”
여자가 불길한 말투로 물었다. 계약 상담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경고를 미리 해둔다는 느낌이었다. 여자 얼굴엔 기분 나쁜 미소가 여전히 걷히지 않았다. 나는 뒤엉킨 혼란 속에서도 이 계약의 애초 의도에 대해 강조하는 걸 잊지 않았다.
“계약이 완료되는 대로 돌아가야죠. 거의 성사된 계약이랄 수 있으니 그리 오래 걸릴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렇죠. 먼저 제의한 건 우리니까. 느끼셨겠지만 이 책은 정말 훌륭해요. 그 어렵다는 의학 전문가 영역을 일반인 영역으로 아주 쉽게 끌어내린 책이죠. 키요하라 시게오 선생은 의사로도 명망 있는 분이지만, 저자로도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이분 조상님이 한국계로 알려진 건 유명한 사실이니, 아마 한국에서도 상당한 호응이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여자의 말에 나는 놀랐다.
“키요하라 시게오씨가 재일교포라는 말입니까?”
여자는 손을 내저었다.
“동양 의학자였던 조상님이 일조전쟁(日朝戰爭, 임진왜란)때 일본으로 건너온 가문이라고 알려졌어요. 당시 조선의 수많은 각계전문가들이 일본으로 건너왔다고 하니까요. 이후 대대로 동양의학자로 살아온 가문이죠.”
내 속이 조금 뒤틀렸다.
“그 사람들은 건너온 게 아니라 끌려온 겁니다.”
내가 말뜻을 정정하자 여자도 순응했다.
“물론 그랬겠죠.”
미소 속에서도 여자 눈빛이 잠깐 흐려지는 걸 감지한 내가 말했다.
“한국인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저자인 건 사실이군요. 그렇더라도 그런 저자 가문의 수백 년 전 특징을 내세워 미, 일 통상조약(미국 전함의 위협에 못 이겨 1858년 미국과 일본이 맺은 조약으로 일본에 불리한 굴욕적인 조약으로 악명이 높았다.)처럼 나한테 불평등 계약을 강요하려는 건 아니겠죠?”
“그 반대에요.”
여자의 미소가 사라지면서 얼굴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럴수록 내 불안은 증폭되었다. 여자가 이어서 말했다.
“제가 당신에 대해 미리 알아두려 했던 건, 공정에 대한 이해가 분명한 사람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에요. 우리 거래에 공정이라는 건 아주 중요하니까요.”
“물론 그렇죠. 하지만 공정이라는 저울추는 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기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가령, 우리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저자 가문의 400년 전 이야기가 오늘 거래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된다면 말입니다.”
내 말에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여자가 가는 눈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저자를 소개하는 내용에 저자 가문의 이야기를 빼고 싶다는 말인가요? 그것은 오히려 당신의 클라이언트 출판사나 한국인 독자를 고려할 때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우호적인 분위기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식의 대화를 이시하라 부장 같으면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그가 사무치도록 그리웠지만 내 앞엔 차가운 여자가 앉아있을 뿐이었다. 나는 입가에 웃음 띤 여자의 표독스러운 공격을 방어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물론 저자 가문에 대한 흥미를 한국 독자들이 갖게 된다면 책 판매에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는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런 이유가 우리의 계약행위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거죠. 아시다시피 저는 미국인이나 유럽인들과도 이런 종류의 계약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만, 책에 대한 평판과 실제 내용, 그리고 독자들의 반응을 내세워 한국의 판권 로열티를 산출해내는 게 일반적이었죠. 물론 한국은 일본이나 미국, 유럽 같은 곳보다 출판시장이 작다는 아주 중요한 이유도 빼놓을 수 없긴 합니다만, 거기에 저자 가문의 특징이 영향을 끼쳤던 일은 없었습니다. 아마 외국 서적을 들여올 때 유서 깊은 당신네 회사 역시 그런 일은 없었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만,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자 여자도 웃었다. 무슨 생각인지 여자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좋아요. 내가 졌어요.”
여자가 손을 내리면서 계속 말했다.
“당신은 역시 도서 에이전시로서 특화된 분이군요.”
내가 팔을 내 저으며 그 말을 부정했다. 여자의 또 다른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 뻔한 이 순간 마음 놓을 수 없었다.
“우린 아직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비슷한 종이를 우리 앞에 꺼내 놓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그런 말을 듣기엔 아직 이른 것 같군요. 그러나 분명한 건, 당신 앞에 앉은 내 기분이 아주 평온한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당신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죠. 실례가 되는 말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본의 출판시장을 호령하는 세계 15대 출판사에서 그 나이에 이사라는 직함을 가졌다는 게 이해가 되긴 하는군요.”
미소 띤 여자가 얼굴을 한쪽으로 약간 기울이면서 물었다.
“그건 칭찬인가요? 아니면 지독한 여자라는 의미인가요?”
“전 세계 어느 나라나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우리 둘 다 이해한다면, 양쪽 모두 당신에게 적용될 것 같습니다. 분명한 건, 내가 당신을 낮게 평가한다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죠.”
여자는 세 손가락으로 스카우트 식 경례를 해 보이면서 말했다.
“고맙군요.”
그래도 나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했다. 여자의 날카로운 발톱이 어떤 방식으로든 또다시 공격해 올지 모르는 지금,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좋아요.”
여자가 말했다.
“일단은 이쯤 해두죠. 우리에겐 아직 저녁 시간이 남아있으니까요.”
“무슨 말씀이죠? 그렇다면 지금 당장 계약체결이 어렵다는 말씀인가요?”
여자가 일어서 창가로 다가가더니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래봐야 혼잡한 도시 풍경이 들어올 뿐이었다. 해가 어느덧 서녘 하늘에 걸려있었다. 잠시 후 여자가 말했다.
“당신도 술을 꽤 좋아하신다죠? 이시하라 부장님이 그러더군요. 저 고코쿠지 역(護国寺 駅) 건너편에 도루노하나(泥の花, 술집 이름, 진흙에 피어난 꽃이라는 의미)를 아주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여주인이 만들어 주는 음식은 뭐든 맛있더군요.”
“거기 여주인은 재주가 참 많은 분이에요. 에스페란토도 유창하게 하시죠. 저도 가끔 들르는 곳이거든요.”
여자가 창가에서 돌아와 맞은편에 다시 앉으며 양손을 깍지 낀 채 말했다.
“오늘도 우리, 거기서 마시기로 하죠.”
“네? 우리라면.....우리 둘을 말하는 겁니까? 저는 이시하라 부장님과 함께.....”
하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사실, 계약 상담 파트너와 가능한 한 술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우리 회사 영업 부서 쪽의 오랜 전통입니다. 이시하라 부장님도 그래서 당신을 만나면 꼭 술을 함께 드신 거죠. 오늘은 저와 상담하셨으니 저와 함께 마시는 거예요. 왜, 싫으신가요?”
“싫다기 보다는.....그럼 오늘 계약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시하라 부장님과는 항상 계약서에 서명을 끝내고 나서 맘 편히 마셨습니다만.”
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계약 상담이 아직 종결된 건 아니니까요. 단지 저와의 상담이 조금 길어질 뿐이라고 이해하세요. 별 건 아니지만 제가 좀 따져볼 일이 있다고만 해두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마음이 편해질 리 만무했다. 이 여자는 도대체 계약을 마무리 짓지도 않고 어째서 술타령부터 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술 마실 기분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다할 수도 없는 자리였다.
나는 마지못해 도루노하나로 끌려갔다.
"오늘도 우리, 거기서 마시기로 하죠." 나는 여자에게 도루노하나로 끌려갔다.
4
“bonan vesperon!”
(안녕하세요!)
“Oh! Longe ne vidas, bela Direktoro.”
(오우, 오랜만이네요, 예쁜 이사님.)
여자가 여주인을 보고는 에스페란토로 인사하니 여주인 역시 에스페란토로 화답했다. 여주인이 뒤따라 들어오는 나를 보더니 반갑게 말했다.
“이시하라 부장님이 친절하게도 전화를 해주셨어요. 한국 손님과 우리 예쁜 이사님이 함께 오실 거라고 미리 연락을 주셨던 거죠.”
나를 이 여자에게 딸려 보내 놓고 이시하라 부장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하지만 가엾은 그는 이 여자의 부하직원인 것이다. 여자에게 끌려온 나 역시 씁쓸하긴 마찬가지였다.
초저녁이라 그런지 손님이 많지 않았다. 룸에 한 팀, 탁자에 두 팀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여자가 스탠드 앞에 걸터앉으며 여주인에게 말했다.
“Ĉu vi ankoraŭ studas Esperanton?”
(요즘도 에스페란토 공부 열심히 하세요?)
“Jes, kvankam mi ne uzas ĝin ofte.”
(그럼요. 자주 써먹지 못해 아쉽지만요.)
“Ĉu esperantistaj klubanoj ne ofte venas?”
(에스페란토 동호회사람들 자주 오지 않아요?)
“Mi venas foje. Tamen mi ĉiam soifas.”
(가끔 오긴 해요. 그래도 늘 목마르죠.)
두 사람은 마주 보며 깔깔 웃었다. 그러더니 여주인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한국 손님은 칵테일보다는 헤네시X.O를 좋아하시는데, 오늘도 그걸로 드릴까요?”
“잘 됐군요. 덕분에 저도 모처럼 독한 코냑을 마셔보죠.”
여자가 나를 돌아보더니 다시 말했다.
“그럼 우린 룸으로 들어가죠. 괜찮죠?”
“좋습니다.”
우리는 아늑하지만 두려운 공기가 맴도는 룸으로 들어갔다.
여자는 룸으로 들어와 마주 앉았어도 내 기대를 저버렸다. 내가 조금 전까지 계약 상담을 하던 상대라는 걸 잊었는지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저는 한국 사찰들을 둘러보면서 일본 사찰하고 모양이 많이 다른 데 놀랐어요. 일본에 불교를 전해준 사람들이 한국인들이라고 들었는데, 사찰 모양이 어째서 다를까, 궁금했죠. 그래서 다치바나 다카시 선생한테 물어봤어요. 그분 아시죠?”
다치바나 다카시는 엄청난 독서가로서, 다방면에 박식한 저술가로 잘 알려진 사람이었다.
“다치바나 선생이 뭐라고 설명하던가요?”
“주택이라는 것은 원래 지역마다 기후에 맞춰져 자연스레 그 모양이 형성된다고 하더군요. 대륙성 기후의 영향이 강한 한국과 일본의 해양성 기후는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으니, 사찰도 주택의 일종인 만큼 똑같이 지을 수 없다는 거죠.”
“타당한 이야기군요.”
내가 지금 마주 앉게 된 이유에 대해 상기시키려 해도 여자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술을 몇 잔 마시고 나자 여자 눈이 풀어졌다. 여자가 느닷없이 물었다.
“당신 독신이죠?”
“내 클라이언트 회사에서 그런 것도 알려주던가요?”
“아니에요. 당신 손가락을 보고 알았어요. 반지가 없으니.”
여자 손에도 반지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하긴 아직 서른도 안 돼 보이는 여자였다. 결혼은 고사하고 자기 커리어를 쌓기에도 여념이 없을 것이다. 그 나이에 이 덩치 큰 회사의 이사가 됐지 않은가. 내가 여자 손을 흘끗거리자 뜻밖에도 자기 왼손을 펴서 탁자에 올려놓고 말했다.
“나도 반지가 없죠? 하지만 오늘 아침까지는 반지를 끼고 있었어요.”
‘오늘 아침까지는?’
나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여자를 쳐다봤다. 여자가 자기 손을 내려다보면서 빙긋 웃었다. 자조가 깔린 웃음이었다.
“작년에 남편이 하늘나라로 갔거든요. 나하고 1년도 살지 못하고. 이후로도 반지는 계속 끼고 있었는데, 오늘 오전에 손을 닦다가 문득 반지가 눈에 띈 거예요. 한참 생각했죠. 그러고는 빼버렸어요.”
“남편은 어쩌다가...”
“교통사고였어요. 나한테 아이도 남겨주지 않은 채 그냥 떠나버린 거죠. 내 소원이 뭐였는지 아세요? 아이를 하나 갖는 거예요. 아주 예쁜 아이 하나만. 그런데도 남편은 내 소원 하나 들어주지 못했죠.”
“젊으시니 재혼하면 되겠네요.”
“또다시 내 손에 반지를 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그럼 소원을 포기할 건가요?”
내 말에 여자가 침울해진 듯했다. 여자가 풀어진 눈으로 말했다.
“당신은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 같은 거 없어요? 하긴 남자들은 여자하고 다르겠군요.”
“남자라고 왜 다르겠습니까. 단지 사람마다 다를 뿐이죠.”
“아, 그런가요? 그럼 당신도 아이를 갖고 싶은가요?”
“아직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결혼하게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하게 되겠죠.”
여자가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 눈빛이 공허했다. 여자가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술병이 아직 반도 비워지지 않았지만 여자는 취했다. 여자는 여주인이 안주로 먹을 새로운 요리와 새 얼음 통을 가져와도 아까와는 달리 에스페란토 대화를 하지 않았다. 나는 조급했다. 여자가 더 취하기 전에 계약 상담을 마무리 짓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
“저어, 이시하라 부장 같으면 이런 일을 그다지 복잡하게 처리하지 않았습니다만, 혹시 한국 판권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여자가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시하라 부장님 말씀이 딱 맞는군요.”
“무슨 말씀인지...”
“당신은 참 집요한 사람이라는 거 말이에요. 이시하라 부장이 그러더군요. 아무리 술을 마셔도 당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 생각밖에 안 한다고.”
사실 이시하라 부장과는 술집에 와서 일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술 마시기 전에 항상 일을 깔끔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서 간혹 책 출판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긴 했다. 그럴 때마다 이시하라 부장은 열성적으로 설명해주곤 했다. 대형출판사의 중견영업사원이라 그런지, 그는 전 세계 출판시장에 대한 정보가 광범위했다.
여자가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우리 건배해요. 우리 상담이 순조롭게 끝나기를.”
“좋습니다. 건배.”
술잔을 비우면서 회사 복도에서 주운 싸구려 큐빅 반지가 불현듯 생각났다.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여자에게 주인을 찾아주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여자가 반지를 보더니 나를 쳐다봤다.
“이걸 왜 당신이 갖고 있죠?”
“회사 화장실 앞에서 주웠어요. 아마 어떤 여직원이 떨어트린 것 같던데, 주인을 찾아주시죠.”
“이건 내 반지예요. 말했잖아요. 오늘 아침에 손가락에서 뺐다고.”
“하지만 이건 값싼 큐빅 반지잖아요. 결혼반지라고 보기엔 좀.....”
“이건 세상에서 아주 희귀한 팬시다이아몬드라는 거예요. 무색 다이아몬드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거죠. 남편이 희귀다이아몬드만 판다는 벨기에 보석상까지 가서 구해온 거라고요.”
놀란 내가 반지의 푸른 결정체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여전히 싸구려로 보였다. 이런 보석에 마음을 빼앗기는 여자들이 신기했다.
“어쨌든 다행이군요. 주인을 찾았으니.”
여자가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말했다.
“참 이상한 인연이네. 다시는 반지를 받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묘한 방법으로 반지를 또 받다니.”
“잃어버린 걸 다시 찾은 것뿐인데 뭘 그래요.”
“어쨌든 나한테 없던 걸 당신이 줬잖아요.”
여자가 술병을 들어 내 잔과 자기 잔을 채운 다음 다시 건배했다.
“푸른 다이아몬드를 위하여!”
술잔을 단숨에 비워버리는 여자를 보니 갈등 속에서도 그저 웃음이 흘러나왔다.
참 이상한 인연이네. 다시는 반지를 받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5
다음날 호텔 방에서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가 넘었다. 여자와 어떻게 헤어졌는지, 이 호텔을 어떻게 찾아들어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많이 취했던 여자 역시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나저나 얼른 교혼샤로 다시 가야 했다. 아직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것이다.
침대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들어서는데, 안쪽 욕실에서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젯밤 샤워하고 물을 틀어놓은 채 잠들었나?’
나는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주춤 물러날 정도로 놀랐다. 여자가 등을 보인 채 샤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 당신이...”
몸과 머리에 온통 거품을 뒤집어 쓴 여자가 뒤돌아보더니 은근한 눈으로 웃었다.
“이제 일어났군요. 술 센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여태 잠을 자요? 금방 나갈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영문을 알기 어려웠다. 어떻게 저 여자가 여기 있지? 방으로 돌아와 소파에 걸터앉고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지난밤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가 뒤죽박죽 엉켜 돌아갔다.
‘별일 없었을 거야.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취했는데.....’
스스로 위로를 해도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역시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타월을 몸에 감고 방으로 들어온 여자가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세상에! 그렇게 취했으면서도 그런 파워는 어디서 나와요?”
“파워...라뇨?”
“지난밤 생각 안 나요? 거의 밤을 지새웠잖아요. 예전에 남편은 술에 취했을 땐 건드리지도 못하게 했는데. 당신 덕분에 모처럼 황홀한 여자가 돼봤네요. 땡큐, 라고 해야 하나?”
여자가 해맑게 웃으며 화장대를 마주하고 앉았다.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 출근 안 해요?”
그러자 여자가 홱 돌아봤다.
“어? 정말 기억이 안 나시나 보네? 어제 당신이 말했잖아요. 일본의 가을을 제대로 만끽해보고 싶다면서 교토에 가자고. 거긴 한 번도 못가 봤다면서.”
눈앞에 벌어진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했다. 머릿속이 온통 하얗게 탈색된 저 너머로 계약서만 희미하게 어른거렸다.
“그럼 회사는...”
“전화했어요. 며칠 쉰다고.”
거울을 향해 돌아앉은 여자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여자는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면서 콧노래까지 불러댔다.
"어제 당신이 말했잖아요. 일본의 가을을 보러 교토에 가자고." 나는 눈앞에 벌어진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했다.
6
이듬해가 저물 무렵, 내가 교혼샤를 다시 찾았을 때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시하라 부장이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었다. 그와의 만남은 언제나 유쾌했다. 그날 역시 우리 둘은 재빨리 계약을 해치운 뒤, 도루노하나로 달려갔다. 여주인은 내 얼굴을 보더니 생각났다는 듯 이시하라 부장에게 말했다.
“그 예쁜 이사님은 홋카이도에서 잘 살고 계시죠?”
“잘 살고 있겠죠.”
나는 그와 마주 앉자마자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그 여자, 딸아이를 낳고 회사 그만뒀잖아. 홋카이도 우나베츠 산자락 어딘가에서 산촌 학교를 열었다더군. 거기가 고향이라지 아마?”
“아이를 낳았다고요?”
“그렇다니까. 아직 백일도 안 됐을걸?”
“남편이 재작년에 죽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맞아. 그 여자 죽은 남편이 누구냐면 말이지. 우리 회사 회장님 외아들이었거든. 참 안됐지, 뭐야.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었으니. 그런데 재혼도 하지 않은 이 여자가 느닷없이 아이를 가진 거야. 그러니 회사에 있기가 불편했겠지. 그래도 회장님이 잘 돌봐주시는 눈치더라고. 왜 아니겠어. 아들은 죽고 며느리만 남았잖아. 아비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낳은 아이야 잘 키우면 되는 거지 뭐. 안 그래?”
이시하라 부장이 별일 아니라는 듯 허허 웃었다.
"홋카이도 우나베츠 산자락 어딘가에서 산촌 학교를 열었다더군." 이시하라 부장이 별일 아니라는 듯 허허 웃었다.
7
승강기에서 여자아이를 본 뒤, 나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 아이 한국말 발음은 정확했어도, 히로미를 빼다 박은 생김새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며칠 후, 퇴근길에 나는 아이를 한 번 더 보기 위해 아파트 앞 신흥마트에 들렀다. 과일과 야채 더미 수북이 쌓인 입구로 들어서자, 저녁 찬거리를 사러 온 여자들로 붐볐다. 안쪽을 둘러보니 계산대 앞에 여자아이가 보였다. 멀찌감치 바라봐도 20년 전 히로미 모습과 흡사했다. 여자아이는 어떤 중년 여자와 승강이를 벌이는 중이었다. 나는 손님들에 섞여 아이 옆을 천천히 지나갔다.
“아빠도 오늘 네 생일이라 일찍 들어오신다고 했어.”
“엄마도 참. 여기 손님들 많은 것 좀 봐. 이 바쁜 시간에 어떻게 일찍 보내달라고 해.”
“그래도 모처럼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해야 한다고 말하면 사장님도 보내주실 거 아냐. 오늘 네 생일인데.”
“엄마, 그러지 말고 빨리 가. 난 이따가 퇴근해서 갈게. 그래봐야 여덟 시면 갈 텐데 뭘 그래. 두 시간밖에 안 남았잖아.”
아이 엄마는 몸집이 크고 생김새도 딸과는 딴판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대화는 전형적인 모녀 말투였다.
나는 가게를 나오면서 의미 모를 안도감에 휩싸였다. 그럴수록 마음속 저울추는 흔들림 없는지 의심이 들었다. 혹시 비밀스러운 고통의 흔적을 외면하려던 건 아닌지.
집으로 향하는 내 귀에 히로미 음성이 울려왔다.
‘제가 당신에 대해 미리 알아두려 했던 건, 공정에 대한 이해가 분명한 사람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에요.’
나는 그때 히로미에게 한 말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공정이라는 저울추는 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기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는 여자아이를 보기 위한 내 마음속 의도가 확실하게 무엇인지 들춰보려 애썼다. 하지만 그 의도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또다시 그 아이를 보게 되더라도 끝내 알지 못하리라. 공정한 저울추를 갖지 못한 눈은 진실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