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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정 Oct 23. 2017

#03. 전략적 無계획

완벽주의자의 루틴도 시간 앞에선 힘을 잃는다







시뮬레이션 성애자 부부


우리 부부는 

결혼을 준비할 때도, 

이사를 갈 때도, 

무언가 결심을 하고 행동해야할 

순간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노트북의 스프레드시트를 열어

각 셀마다 고려 가능한 

다양한 정보와 변수를 입력한 후, 

여러가지 시나리오별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곤 했다.


돈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는 프로젝트라면,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 가장 최적의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대안을 마련한다. 


여행을 준비할 때도 다르지 않다. 

특히 부모님이나 지인들과 함께 하는 여행의 경우, 

더욱 세심하게, 시간 단위로 쪼개어

계획을 세운다.


이번 여행은 더욱 특별하다. 

두 사람 모두에게 생애 첫 유럽여행인데다가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 


만렙의 경지를 보여주어야 할 법한데, 

큰 그림을 잡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촉박한 준비기간과 부족한 정보로 

디테일을 살리기 쉽지 않았던 탓이 가장 크겠지만, 

의도적으로 ‘무계획’에 근접하고자 노력한 면도 있다. 


진정한 일탈을 ‘계획’하기 위해, 

우리는 ‘無계획’을 택한 것이다.



엑셀 시트가 이렇게 텅텅 비어있는 모습을 우리는 견디기 힘들어 한다. 그러나, 진정한 일탈을 ‘계획’하기 위해 우리는 전략적으로 ‘無계획’을 택했다.




책 한 권, 영화 한 편


목적지가 다름아닌 ‘이탈리아’라면, 

범생이 습성에 반드시 관련 서적 몇 권은 탐독했을테다.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의 압박으로 인해 

우리는 ‘아트 인문학 여행’이라는 

책 한 권만 의지하기로 했다. 


고대 로마와 중세 르네상스의 예술 작품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미리 읽고가면, '우피치 미술관'이나 

'바티칸 미술관' 등을 관람할 때 

가이드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제법 그럴싸하게 작품해석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트 인문학 여행’ (김태진·백승휴 著, 카시오페아) 미리 읽고가면 미술관에서 가치를 발한다.


'로마 위드 러브' (우디앨런 作, 2012) 영화는 여행의 모티브가 되어준다.


이탈리아와 관련된 영화목록도 만들었지만, 

결국 우디앨런 감독의 ‘로마 위드 러브’라는 

영화 한 편만 보고 떠났다. 


판타지에 기반한 소소한 스토리가 흥미로웠고, 

영화 속 배경인 로마의 아름다운 영상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방문할 장소에 대한 '모티브'로서 

역시 영화만한 것은 없다. 

그곳에 가야할 나만의 이유를 찾는 것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여름, 두 아들 떼어놓고 
무작정 아내와 단 둘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에서 담아 온 여행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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