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mpkin Carving
우리나라에서 할로윈이라 하면 젊은이들이 마음껏 분장해 거리를 활보하는 문화행사였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건 간간히 사탕이나 과자를 준비한 상점이나 학원에서 받아오거나, 캠핑장 사이트에 할로윈 데코레이션을 하고 인근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간식들을 받아오는 정도에 불과했었다.
집에서 호박을 깎아 기분이라도 내보려 알아보기도 했었는데, 한국에선 할로윈 호박처럼 주황색 호박이 아니라 노란 호박밖에 없어 이마저도 도전을 못해봤었다.
반면 캐나다의 할로윈은 집집마다 호박을 깎아(Carving) 여러 모양을 만들어놓고, 할로윈 당일은 영화나 미드에서 본 것처럼 아이들이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Trick or Treating으로 사탕을 받으러 다닌다고 한다.
할로윈을 앞둔 어느 날, ‘그래, 한국에선 노란 호박밖에 없어서 못해봤던 Pumpkin Carving을 도전해 보자.’는 생각에 인근 마트로 달려갔다.
특정 마트가 아니라 캐나다는 할로윈 한두 달 전부터 모든 마트에선 카빙용 호박을 꺼내놓고 판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무 곳에나 달려가면 됐었다.
이거 저거 만지작 거리다가 큰 건 자신이 없어서 멜론만 한 크기의 작은 호박을 두 개 집어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에게 원하는 디자인을 골라놓으라는 미션을 준 뒤, 호박을 씻고 뚜껑을 만들고 호박 속을 긁어내는 작업을 마쳤다. 이때 나온 호박씨는 나중에 구워 먹기 위해 잘 씻어서 말려둔다.
첫째는 고양이 자작 디자인을, 둘째는 포켓몬고의 캐릭터, 푸린으로 선택해 도안을 호박에 옮겨 그린 뒤 깎기 시작하려니, 아차! 조각을 위해선 오히려 큰 호박이 더 편하겠더라.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아이들의 원망과 짜증을 받지 않도록 조심스레 구멍을 내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조금씩 깎아나가기 시작했다.
참고로 필자는 학창 시절 미술 실기점수가 거의 꼴찌였던 똥손 중의 똥손이었다.
자타공인 똥손에서 이 정도 결과물을 만들어내다니, 아빠가 강한 것일까, 자식들 원망에 대한 두려움이 나 자신을 이 정도로 각성시킨 것일까?
만든 나도 놀래고, 지켜보던 와이프도 놀래고, 기대 안 하면서도 내심 기대하던 아이들은 결과물을 받아 들더니 놀라서 신이 났다.
이렇게 할로윈이 다가오기 전 할로윈 기분을 내봤으니 남은 건 할로윈 당일을 기다리는 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