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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그 시절 소녀들이 가장 사랑했을.

Anne of Green Gables

by 욱이

L. M. 몽고메리의 소설인 빨강머리 앤(원제: Anne of Green Gables)의 주인공, 앤 셜리는 몽고메리가 실제 본인의 삶을 투영해서 쓴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몽고메리와 성장 배경이 비슷하다.


어린 시절 엄마의 죽음으로 조부모에게 맡겨 키워진 몽고메리와 어린 시절 고아가 돼 나이 지긋한 매튜와 마틸다 집에 입양된 앤,


청소년기에 친아빠의 집으로 가서 살았으나 아이돌보기와 집안일을 시킨 새엄마 때문에 다시 조부모 집으로 돌아온 몽고메리와 입양 갔던 집에서 8명? 의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만 하다가 매튜 집으로 재입양된 앤


대학 진학 후 1년 만에 졸업해 교사자격증을 얻고 교사가 된 몽고메리와 앤


외할아버지 사망 후 외할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캐번디시(소설 속 에이번리)로 돌아온 몽고메리와 매튜의 죽음으로 마틸다를 떠날 수 없어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된 대학을 포기하고 에이번리로 돌아온 앤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몽고메리가 자란 PEI주가 소설 속 배경이 돼 실제 지명이 소설에 나타나거나, 실제 지명이 아니라도 모티브가 된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우리들에게 아주 익숙한, 후지TV에서 제작한 빨강머리 앤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도 실제로 PEI를 방문해 스케치해 갔다고 하니, 만화 속 장면과 실제 앤의 발자취를 비교해보려 한다.



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는 이번 PEI여행에선 다리를 넘자마자 보이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빨강머리 앤 동상이 손짓하고 있는 기념품 상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가장 탐나는 기념품은 1990년대 중반에 실제로 발급됐던, Anne과 Green Gables가 그려진 실제로 사용됐던 번호판이었고,

(좌) 실제 사용됐던 번호판, (우) 기념품용 모형 번호판


백미는 앤 분장을 하고 찍는 기념사진이었는데, 가격마저 꽤나 합리적이다 보니(1인, $4)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소박한 셋트장과 의상들
그저 어색하기만한 두 딸들



본론으로 돌아와, 빨강머리 앤은 현재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노바스코샤주의 한 고아원에서 페리를 타고 PEI(Prince Edward Island)로 넘어왔으며,


이후 기차를 타고 매튜를 만나기 위해 브라이트 리버 기차역으로 향하게 된다.


이 브라이트 리버 기차역은 현재 지명으로 Hunter River라는 마을에 위치했었다는데, 이미 오래전에 기차선로는 철거돼 산책로로 바뀌어있었고, 폐역사는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었다.

실제 Hunter River 기차역의 모습, 다른곳으로 옮겨져 관리나 활용되진 않고있다.


하지만 앤이 매튜의 마차에 올라타 Green Gables로 이동하며 조잘대는 장면은 옛 Hunter River역(브라이트 리버역)에서 매튜의 집, Green Gables로 가는 길을 배경으로 썼을 거란 생각에 천천히 풍경을 구경하며 Green Gables로 향했는데,

앤이 매튜의 마차를 타고 지났을 그 길


약 17km 정도 되는, 가깝지 않은 거리를 직접 달려보니, MBTI가 T인 필자는 앤의 얘기를 말없이 들어준 매튜가 꽤나 피곤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드디어 도착한 Green Gables에서 가장 먼저 마주친 Visitor Center엔 앤과 관련된 여러 아이템들이 전시돼 있었다.

Green Gables Visitor Center


Anne of Green Gables 초판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번역돼 출간된 책들이 가득 채워진 벽도 있었으며,

세계 각국으로 출간된걸 조그만 빨강머리 소녀 앤이 멀리 여행했다고 표현하는 몽고메리의 표현력에 감탄을..


레고로 만들어 전시된 Green Gables 도 볼 수 있었는데, 상상력 풍부한 앤 셜리와 레고라니 왠지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레고로 만들어진 Green Gables, 소설속 적절한 구절이 함께 적혀있다.


명작소설답게 수 차례 티비시리즈로 제작됐었는데, 각 작품들의 주인공들 모습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독자들 상상속의 앤과 가장 비슷한 배우는 과연 누구일지


Visitor Center 끝부분에는 앤과 다이애나의 실루엣이 그려진 벽화가 있었다. 빨강머리 앤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소녀의 우정을 상징하는 이곳에선, 하루에도 수십 번 싸우는 두 딸이 우정을 나누며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는 헛된 기대를 품고 한 컷 찍어보기도 했다.



이렇게 Visitor Center를 지나 Green Gables에 도착하니, 잊고 있던 수십 년 전의 빨강머리 앤의 여러 장면과 내용이 희미하게 떠올라서 관련된 소품을 찾아보며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Green Gables House


매튜의 마차


매튜의 외출복


앤이 다니던 교회


응접실의 난로


2층 마틸다 방 책상위에 놓인 브로치, 앤이 훔쳤다고 오해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마틸다 방 침대 위에 놓인 숄


뜨개질 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 마틸다의 물건인듯


앤의 전 재산이 들어있던 가방


앤의 방 창틀에 놓인 촛불, 다이애나와 신호를 주고받는데 사용됐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밤색 퍼프소매 드레스


앤의 교복과도 같은 드레스 두 벌


길버트의 머리를 내리쳐 부서진 석판, 앤의 방 입구에 놓여있다


작가가 애정했던 산책로 ‘연인의 길’


마지막으로 Green Gables와 그 옆 산책로, Lover’s Lane을 둘러본 후, 앤과 다이애나를 만날 수 있었다.

여러 천진난만한 질문에 소설 속 주인공의 입장에서 대답해 주던 이 둘 덕분에 아이들은 마치 실제로 빨강머리 앤 속 세계에 들어와 주인공들과 얘기를 나눈듯한 특별한 추억을 갖게 됐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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