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USE WE NEED TO BE TUNED LITTLE BIT
사실 환경운동가라는 직업이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니다.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살아가다가 어떤 계기로 환경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고 실천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그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노리플라이의 기타리스트이자 솔로 프로젝트 튠을 통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얘기하는 정욱재에게 그가 생각하는 지구의 내일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Q. 뮤지션으로서, 환경과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담는 솔로 프로젝트 ‘튠 (TUNE)’을 시작하셨던 계기가 궁금합니다.
솔로 활동을 할 기회가 생기니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한국에는 그런 아티스트가 많이 없더라고요. 해외에서는 ‘U2’나 ‘잭 존슨’ 같은 분들이 있는데요. 저 나름의 관심사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많이 시도돼지 않았으니 이런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을 했습니다.
Q. 시작하신 지 10년이 넘었으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조금씩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표현하는 방식도 그렇고요. 장르적으로 보면 초기에는 락 사운드를 하고 싶었었는데 점점 어쿠스틱 방향으로 바뀌었어요. 메시지도, 아무래도 20대 때에는 표현이 투박하기도 하고 조금 센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 점점 더 삶에서 공감할 수 있는 차원으로 소프트해진 것 같아요.
Q. ‘소프트해졌다’고 하셨지만 첫 번째 EP ‘TUNE Your Mind’의 노래들도 아주 직접적이거나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한다고 느껴지지는 않았거든요. ‘아름다운것과 소멸되는 것’이라는 노래도 곡에 대한 내용을 모르고 들으면 ‘이별 노래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셨을것 같아요.
계몽을 목적으로 뭔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 음악이나 영화, 매체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개인적으로는 메시지가 너무 직접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미학적인 면도 좀 떨어지고요. 예술의 장르로 들어가려면 은유를 많이 섞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여러가지 대상으로 바꾸어 생각해볼 수 있거든요. 대상을 ‘나무’라고 생각하고 사랑 얘기를 하듯 비슷한 방식으로 써내려 갈 수도 있는 것이고요. ‘이 노래는 사랑 얘기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노래’라고 추후에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도 있고, 요즘에는 앨범에 대한 소개글도 쓸 수 있으니까, 그렇게 표현하는 방식을 좋아해요. 음악은 저의 가치관에 대해서 잘 표현하고 싶은 매체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정제해서 예쁘고 가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싶은 게 가장 큰 마음이에요.
Q. 튠(TUNE)의 음악을 들으면 산, 바다, 강, 계절 같은 자연에 대한 애정, 애틋함 같은 것이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아웃도어 마니아시라고요.
뮤지션으로 데뷔하고 활동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일정이 빡빡하더라고요. 그 전에도 여행은 좋아했지만,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스케줄 없을 때 캠핑이나 등산을 하러 다녔어요. 대부분 혼자 다니는데 생각 정리도 잘 되고 가사 쓸 때도 도움이 되거든요. 대학원에서 아웃도어 디자인, 여가공간 디자인 쪽으로 공부도 하고 있고요. 환경에 부담을 최소화하는 등산로나 길에 대해 관심이 있어요. 아웃도어 하는 사람들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는 일이 굉장히 많거든요. 다니다 보면 문제가 보이고 바뀌어야 할 게 보여요.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도 원래 등반가 였는데, 암벽등반을 하기 위해서 암벽 안에 클립을 꽂 거나 자연을 훼손하는 걸 보면서 문제 인식을 갖게 되고, 그렇게 태어난 브랜드가 '파타고니아' 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LNT(Leave No Trace, 흔적 남 기지 않기)’ 개념 같은 것을 ‘제로그램’이라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처음 선보 이기도 했죠. 덕분에 백패킹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어요.
Q.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서 쓰레기 저감 캠페인 ‘eARTh’를 시작하신 지도 10년이 넘었어요.
저희 회사에서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을 론칭한 때가 2007 년이었고, 저는 그때 ‘노리플라이(No Reply)’로 생에 첫 페스티벌 공연을 했었어요. 되게 신났죠. 신나게 공연 보고 사진 찍고 하다가 끝날 때 보니까 쓰레기가 엄청 많은 거예요. 난장판인 걸 보면서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다음 해에는 쓰레기를 좀 줄여보려고 회원이었던 ‘UNEP(유엔환경계획한국협회)’에 제안을 해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게 됐죠. 그 당시는 한국에 대형 페스티벌이 처음 생기는 시기여서 폐기물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가 아예 없었어요. 해외에는 일본 ‘후지록페스티벌’이나 영국 ‘글래스톤베리페스티벌’ 같이 큰 규모의 페스티벌에서 기후변화 같은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기도 하고, 재생에너지만 사용한다거나 하는 노력을 하거든요. 우리나라는 페스티벌에서 환경에 대한 걸 신경 쓸 여력 자체가 없고 무조건 ‘관객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는 상황이었어요. 2008년부터 계속하다 보니까 많은 다른 페스티벌도 비슷하게 시도를 했고, 지금은 대부분의 페스티벌에 가면 분리수거함이나 캠페인을 하는 봉사자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어요.
Q. 앞으로 페스티벌에서 해보고 싶으신 캠페인이나 활동이 있으세요?
한 10년 동안 해보니 쓰레기가 많이 줄었어요. 계속 데이터를 쌓아서 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줄지 않는 포인트가 하나 있어요. 바로 ‘푸드존’이에요. 거기에서 나오는 일회용 용기는 어쩔 수 없이 쓰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 수만큼의 양이 쓰레기로 나올 수밖에 없어요. 이것만 줄이면 일본에서 하고 있는 ‘ap bank 페스티벌’처럼 아예 쓰레기가 없는 페스티벌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작년에는 세척하는 곳을 만들고 용기를 재사용할 수 있게 했었는데, 올 해에는 아예 일회용 용기를 없애버리자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마침 다회용 용기를 빌려주고 수거하는 ‘트래쉬 버스터즈’라는 스타트업이 있어서, 미팅을 하다 보니까 충분히 가능하겠더라고요. 올 초에 ‘뷰티풀민트라이프’에서 실행을 해보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취소가 됐고, 가을 페스티벌이 열리면 도입을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Q. 홍보대사로 계시는 ‘MSC(해양관리협의회)’가 하고 있는 일, 주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MSC라는 단체는 수산물 남획으로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니 공유재에 대한 룰을 지키자는 취지로 UN의 권고 하에 생긴 기관이에요. 영국에 본사가 있고 전 세계에 기관들이 있는데, 아시아에는 일본에 ‘아시아태평양본부’가 있다가 2018년에 한국에 지부가 생겼어요. 버려진 어망이나 폐어선 같은 것들로 인한 피해도 많고, 혼획이나 남획으로 갑자기 어떤 어종이 없어지고 하는 일이 생기잖아요. 또 한국은 특수하게 일본과 북한, 중국과 맞붙은 환경이다 보니 불법어업이나 국가 간의 갈등 조율이 큰 이슈에요. 해양 쓰레기에 관련한 캠페인도 하고 있는데, 제주도 해양 쓰레기 중에 많은 양이 중국에서 밀려온다고 하잖아요. 이렇게 바다에 대한 문제는 외교 차원의 문제이기도 해서 그러한 측면에서 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쉽지 않은 얘기죠.
Q. 이제는 환경에 대한 얘기가 미래 세대를 위한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문제로 체감되고 있어요. 코로나도 그렇고,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도 있고요.
아웃도어를 본격적으로 한지 10년 이상 되다 보니까 그런 걸 확실하게 몸소 느끼게 돼요. 기온이 오락가락하기도 하고, 겨울에 태백산에 갔는데 눈이 없는 걸 보기도 하고요. ‘녹색연합’에서 침엽수가 집단 고사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시는 얘길 들었는데, 생각보다 기후변화 때문에 지금 당장 다양한 이슈들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 최재천 교수님과 같이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미래세대가 아니라 지금의 문제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미래세대까지 생각할 겨를 조차 없는 것 같고, 지금 당장 해야 되는 굉장히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Q. 내가 애쓴다고 그런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막막한 느낌이 들 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노력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오보이 독자분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질서에 대한 인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이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것은 많이 달라졌어요. 많은 사람들이 분리수거도 잘하고, 텀블러도 사용하고요. 개인의 생활 차원에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것도 계속 더 해야겠지만 파급력이 있으려면 정부나 기업의 차원에서 바뀌어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환경 문제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개인이 모니터링을 해야 해요. 환경단체에 가입도 하고, 관련 기사나 정책도 보고 글도 남기면서 정부나 기업의 역할에 대해 요구 해야죠. 이런 문제에 대해 실천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은 사지 않고, MSC 인증 같은 다양한 환경 인증마크 제품을 선택할 수도 있고요. 각자가 유권자로서 소비자로서 정책의 변화나 기업의 철학을 요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photography Kim HyeonSeong
interview Cho Hy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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