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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재 May 11. 2020

코로나로 바뀐 일상

위로 요소 1, 2

<위로1 : 나랑 놀자>

“삼촌 일어나! 나랑 놀자!” 

조카의 외침은 새로운 모닝 콜이 되었다. 이것 또한 코로나가 만든 소소한 일상의 변화. 어린이집 졸업식 때 입는다며 산 엘사 드레스를 머리맡에 걸어 두고 오매불망 입을 날만 기다리던 조카는 졸업식이 취소되자 엉엉 울었다. 그 후 유치원 입학식 때 뽐낼 율동을 몇 날 며칠 준비하다 입학식 마저 취소되자 조카는 또 한번 엉엉 울었다. 맞벌이 부부인 형의 5살배기 딸은 그렇게 우리 집 식구가 되어 매일 아침 나를 부른다. 

(쾅쾅쾅) “문 열어 삼촌! 나랑 놀자!” 


대학원 수업 역시 화상강의로 대체 되었다. 매년 이맘때 교정은 분명 만발한 꽃들이 분주한 이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지. 나의 발걸음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현실은 침입하려는 조카를 막기 위해 굳게 걸어 잠근 방안일 뿐이다. “어디서 애기 목소리가 들리네요. 허허”, “앗, 죄송합니다 교수님. 뽀로로 틀어주고 오겠습니다.” 낯선 수업 방식에 경직되어 있던 교우들이 아이의 소리로 해제된다. 

상상 속 교정 만큼이나 집 앞, 봄 꽃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로 흘러갔다. 모두의 벚꽃 맛집인 ‘우리집 아파트 단지’를 배경 삼아 따스한 햇살 아래 인형놀이에 심취한 조카는, 꽤나 행복해 보인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내 작업실에 놀러 왔던 죽마고우의 푸념이 떠오른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딸 아이와 이렇게 놀 수 있는 날 말이야.” 조카도 사춘기가 오고 입시에 마저 잠식당하면 더 이상 나랑 대화할 일은 없겠지. 라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래, 삼촌도 요즘 행복해.”

<위로2: 음악이라는 빛>

사실 매년 이 시기엔 앞다투어 봄을 알리려는 행사들로 분주하다. 난 공연을 하는 것 외에도 어느 음악 페스티벌에서 환경 캠페인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페스티벌에서 일회용품을 완전히 없애는 기획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루 수만 명이 사용할 컵과 용기를 원활하게 수급하고 세척하고, 다시 공급하는 것이 관건. 얼마 전 이 캠페인과 관련된 미팅이 있었다. 열띤 미팅의 막바지, 업체 직원 분의 질문에 그만 너털웃음이 나와버렸다. 
 “그런데 페스티벌을 하긴 하는 거죠?” 
 “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다같이 침묵)


이렇듯 많은 축제와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야속하게도 그것은 한창 물이 들어올 때를 정확히 조준하여 내게 찾아온 것만 같았다. 속상하지만 누구를 탓하겠는가. 공연을 언제 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 해질 무렵, 팀 동료의 새 앨범이 발매되었다. 뮤지션들 사이에서 그는 음악에 한땀 한땀 공을 들이기로 자명하다. 역시나 수년간 공들여 앨범은 탄생했다. 그가 오랜만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TV를 켰다. 그리고 익숙한 프로그램의 낯선 진행 방식에 그만 당황해 버렸다. 관객 없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이라니..
 아 그리고, 그의 앨범 감상평을 나는 이렇게 썼다. 

부디 저마다의 희망이 반짝이기를 소망해 본다. 



                                                      해당 에세이는 아레나 5월호에 삽입된 글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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