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던 우리는 혼자 밥을 먹길 즐기며 혼자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요즘 같아서는 인간관계없이 이렇게만 살아도 왠지 괜찮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넘치는 콘텐츠의 시대이다. 인간관계없이 인스타의 게시물을 올리고 댓글과 반응만 확인해도 인간관계에 문제가 없을 것만 같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그 외의 시간도 충분히 콘텐츠를 통해서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을 깜박 잊고 거리에 나선 우리는 심각한 공포를 느낀다.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졌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무기이자 필수품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문득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본다. 이런 개인용 PC가 없었을 때 나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가. 라디오를 들으며 CD에 담긴 음악을 곱씹고 묵상하며 책으로 시간을 보냈었던 기억이 난다. 역시나 혼자 시간을 보낼 콘텐츠가 있었다.
그러자 더 과거로 더 과거로 돌아가보자 하여 가봐도 역시 콘텐츠가 있었다. 원시시대까지 돌아가 본다. 읽을 것도 없고 바라볼 것이라곤 하늘과 별밖에 없던 시절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긴긴 하루를 보냈는가.
그는 허기를 느끼며 오늘 저녁에 먹을 음식을 사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불안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음식이 없는 공포, 손가락으로 풀사이를 헤쳐가며 동물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힘이 들어 잠시 바윗돌 위에 앉아 땀을 식힌다. 풀벌레소리, 바람소리가 들린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말 먹을 것을 걱정하며 그 생각으로 본인의 생각을 가득 채웠을까. 혹시 걱정되에 무료함이 그 생각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라고 예측이 된다.
그렇다. 콘텐츠가 없었다.
그들에게 콘텐츠란 아마 주변과 대화, 소통 이것이 유일한 콘텐츠일 것이다. 즉 다른 사람, 타인이 콘텐츠였던 것이다. 남에게 일어난 일, 남과의 대화, 남들과의 저녁식사, 남들과의 사냥 활동, 가족의 형성, 부족의 문화. 이것이 바로 콘텐츠이다.
물론 지금도 남과의 소통이 다른 형식으로 바꾸어진 것뿐이지, 사실 콘텐츠의 원래 얼굴은 바로'남 이야기'이었던 것이다.
남 과의 소통에서 지친 사람은 어느 시대나 있었을 것이고 현대 사회는 더욱 그러해 보인다.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소통과 군집형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남이야기를 듣고 싸우고 소통하며 발전된 온 존재로써 남과의 관계를 우리에게 가장 큰 경쟁력이다.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본능이자 경쟁력인 우리의 소통은 원래부터 남의 얘기가 재밌도록 디자인되었으므로 존재한다.
역시, 남얘기가 제일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