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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리 Aug 17. 2020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된거야?

 결혼을 하고서 주위 미혼 친구들이나 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된 거야?


 


 나도 내가 결혼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요즘은 더욱이 ‘독신’, ‘비혼’ 가구가 많아지는 때가 아닌가. 나 역시도 결혼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결혼할 수 있을까?’ 였다기보다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까?’의 문제였다. 엄마와 아빠 사이처럼 될까 봐, 누군가와의 깊은 관계가 부담스러웠고 결혼이라는 법적 제도에 묶인 채 불행의 고리를 못 끊는 존재가 될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될까 봐’ 만 되뇌며 겁을 먹었으니 결혼이 나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내가 무려 결혼까지 오게 된 이유, 아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에 ‘성공’하게 된 비결을 써보려 한다.



우선 ‘연애 공백기’가 필요하다. 나는 사실 틈이 생기는 것이 무척 싫었다. 지루하고 외롭고 쓸쓸했다. 누군가와의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백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30대를 맞이하기 전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지 하나’ 라는 뉘우침과 지난날 연애를 돌아볼 필요를 몸소 느꼈던 것 같다.



그 자숙기간에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잘 몰랐다.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과 직업을 가진 채, 내가 살고 싶은 인생에 대한 고민 없이 결정된 20대를 살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과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 내가 짝으로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를 깊이 숙고해보는 것. 그것은 뚜렷할수록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공백기(라 칭하고 자숙기간이라 생각함)에 내가 집중한 2가지의 일이 결혼성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첫 번째, 내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배우자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기

가장 도움이 된 작업은 바로,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배우자의 조건’에 대해 면밀히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그때 써둔 일기에 이렇게 적혀있다.


잘생긴 남자

우리 집보다 경제형편이 좋은 남자

자존감이 높은 남자



1. (내 눈에) 잘생긴 남자

 누가 봐도 잘생긴 남자가 아닌 ‘내 눈에’ 호감형인 남자. 다들 말하지 않는가. 손잡고 뽀뽀할 수는 있는 남자여야 된다고.



2. 우리 집보다 경제적 형편나은 사람

 장녀인 나로서는 부모님에 대한 부담이 있다. 부모님이 노후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데다 아빠가 지병이 있어 언제 편찮으셔도 이상하진 않다. 결혼은 현실이다. 상대의 가족은 내 가족이 된다. 가족이라면 아플 때나 슬플 때나 힘들 때 함께 하는 법인데 문제는 아프고 슬프고 어려운 일을 내가 ‘기꺼이’ 품을 수 있는가이다. 그 마음이 진심으로 우러 나온다면 진정한 ‘도움’과 ‘나눔’이지만, 뼈를 깎는 고통으로 나누어야 한다면 그건 나눔이 아니다. 생길 필요가 없는 ‘보상심리’는 만들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3. 자존감 높은 남자

 자존이 높은 사람은 위기상황이나 스트레스 상황을 잘 견디고 극복한다. 인간 수명 평균 80세라고 보았을 때 앞으로 남은 50년 간 생각지 못한 위기 상황이 분명 한 번쯤은 있을 터였다. 그 상황에 서로 ‘으쌰 으쌰’ 하면서 손잡고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든든할 것이라 생각했다.  



써놓고 보니 ‘별 것이 아니네’ 싶지만, 이 3가지를 갖춘 남자를 찾는 것은 무려 10년이 걸렸다.





두 번째,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

공백기를 두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이다. 내가 원하는 상대의 성향, 조건을 잘 생각했다고 한들 상대가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변수를 생각해야 한다. ‘비슷한 사람끼리 끌린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말은 이론상 맞는 말이다. 가족상담치료 이론 중 ‘보웬’의 다세대 가족치료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분화 수준의 상대가 ‘무의식적’으로 끌린다고 한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이다.



내가 ‘내 이상형’이 되기 위해 노력한 3가지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 '나 가꾸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별히 많은 돈을 투자하여 마사지나 시술,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선에서의 관리를 꾸준히 했다. 요가나 필라테스 등 운동은 꾸준히 다녔고 그 외에도 영어회화, 캘리그래피, 일러스트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내, 외적으로 나 자신을 가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준다는 것. 내 외모와 마인드에 내가 만족한다는 마음가짐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면? 시술이든 다이어트든. 노력하면 된다.



두 번째, 경제적 환경을 위한 노력이다. 

 우리 집 가정형편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보다 나 스스로 내 재정상황을 불리는 것이 더 현실 가능성이 높다. 평소 나는 주위 사람들에 비해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내가 모은 돈으로 전셋집을 마련했고, 지금 소유한 차도 내가 산 것이다. 돈을 펑펑 쓸 때의 즐거움도 있지만, 조금씩 모은 돈이 어느샌가 목돈이 되었을 때 특히 그 목돈이 굵직한 것을 위해 사용될 때의 즐거움이 훨씬 크다.



세 번째, 자존감 높은 여자가 되기 위한 노력이다.

타고나길 소심하고, 불안정한 애착형성으로 자존감이 낮았던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도전이다. 그랬기에 더더욱 공들인 부분이다. 나에게 롤모델은 글 속에 있었다. 읽고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존감을 글로 배웠다.


 서점을 가면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많은 책에 등장한다. 자기 계발서도 읽어보기도 했고 심리상담을 공부하면서 전문서적을 통해 알게 된 자존감 높이는 법. 그것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부터 하나씩 ‘해보는 것’이었다. 소소하지만 조금씩 성취감을 느끼게 되면 내일은, 모레는 조금 더 용기가 나는 것이다. 읽고, 공부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것은 '개인 상담'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써보려 한다.


 

그렇게 나는 관계를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왔고, 지금도 하는 중이다.




우리는 대학을 가기 위해 12년을 공부한다.

대학에서는 장차 가질 직업을 위해 최소 2년에서 4년, 길면 6년, 10년 을 더 공부한다.


하지만 50년 이상을 함께 할 상대를 위해서는?


공부한 적이 없다.


 나 역시도 공부하지 않았기에 관계 맺는 것이 늘 쉽지만은 않았다. 상처 받기 싫어서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며 비겁을 저지르기도 했고, 결혼해서 잘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깊어지는 관계를 외면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다고 혼자서 평생 살고 싶지는 않았다. 즉, 나는 나 자신을 잘 몰랐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좋은지, 어떤 사람과 함께 일 때 ‘나’ 일 수 있는지 고민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감사하게도 나는 그 공백기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찾고자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고, 그 남자가 나타났을 때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신혼 2년 차, 연애 2년 차. 총합 4년 차인 우리는 잘 먹고, 잘 싸우고, 잘 사랑하고 있다. 그 사랑이 유지되는 것에는 (감히 말하지만) 나의 노력도 일조를 했다는 것.




 연애도, 결혼도, 관계도 배우고 노력한 사람현명하게 잘 해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내 3n 년 인생 중 배신하지 않는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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