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효리 Jun 09. 2020

가장 가까운 사람을 가장 질투해본 적 있나요?

나를 설레게 만드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랑 나눈 대화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떠올리며 베시시 미소를 짓기도 하고 이따금씩 친구가 했던 말들이 머릿 속에서 되새김질이 되는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성적 감정은 결코 아닌데 친구가 생각나고, 그 친구 곁에만 있어도 좋은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친구와 알고 지낸 지는 햇수로 5년 째. 알면 알수록 나를 끌어당기는 매력과 강점을 가진 친구다. 일단 그 친구는 재밌다. 나는 재밌고 웃긴 친구가 좋다. 초, 중, 고, 대학교를 거쳐 지금 내 곁에 남은 친구들은 대부분 재밌는 친구들이다. 함께 있을 때 서로 웃기고 웃는 사이가 되는 것이 참 좋다.

 

  두번째, 친구는 솔직하다. 그래서 빈말이 잘 없고 뼈를 잘 때린다. 그래서 그 친구가 하는 말은 허울 없는 진짜고, 진심이다. 중요한 것은 '솔직함'이 지나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알고 그 정도만 표현한다.


 세번째, 그 친구는 깊은 사람이다. '깊다'는 말을 대체할 단어를 찾아보았지만 대체할 수 없다. 그 '깊음'은 친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느껴진다. 신중하고 성숙하며 사려깊다. 그리고 내 나이 때 느낄 수 없는 어른스러움과 '통찰력'을 지녔다.


 네번째, 일부러 피하지 않는다. 용감하고 과감하다. 나는 두려울 것 같은 일들을 척척 맡고 가볍게 해낸다. 같이 있으면 든든하다.

 이쯤 쓰니 내가 친구에게 왜 설렘을 느끼는 지 독자들은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그 친구가 많이 '부럽다.' 내가 갖고 싶은 점들을 골고루 갖춘 친구라 '좋아하는 마음' 만큼 '부러움'이 내 마음에 도사리고 있다.


 작년 1년동안 친구와 같은 학년을 배정 받아 자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친구네 반 아이들과 우리반 아이들을 은근히 비교하기 시작했다. 친구네 반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의 말을 잘 따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반은 왜 안될까, 우리 반 00이는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로 변질시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편안하고, 보기만 해도 좋았던 친구의 존재가 어느 순간부터 '불편하기' 시작했다.


삐뚤어진 내 마음을 숨겨둔 채 하루, 하루를 보내다가 결국 우리 반 아이가 '사건' 하나를 터뜨리며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게 되었다.

 


 "나는 왜 너처럼 그렇게 이해가 안될까, 의연하게 대처하고 싶고 스트레스도 안 받고 싶은데.. 네가 참 부러워.


 "효리야 근데 나도 잘 못해, 그냥 나는 이상한애 있어도 눈 감아버리고 못 본척 해버려."



 친구는 울먹이며 말하는 내 넋두리를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들어주었다. 파도로 들썩이는 바다 위를 비추는 등대 마냥 친구는 겸허히, 담담히 답해주었다.


 



 나는 더 이상 친구와 나를 비교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누군가와 '비교' 하거나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귀퉁이에  '열등감'이 생길 때면 그냥 그것을 받아들인다.



'아, 나 지금 00이랑 비교하고 있구나.'

'내가 자책하려고 하고 있구나.'


희한하게도 이 마음은 없애려고 노력 할 수록 잘 안된다. 그냥 이 마음들조차 받아들인다.  


부러움, 비교하는 마음, 열등감은 다른 말로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마음'을 반증한다. 오히려 그 때가 '성장'과 '도전'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삐뚤어지고 뾰족해보이는 열등감이 '멋진 내'가 되려는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비로소 나는 내 자신이 이해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할 때 자유로워진다. 마음 한 곳에 은근슬쩍 묻어두지말고 내뱉자.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시원하게 뱉어버리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내 친구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만났고, 7개월 차이로 결혼을 했다. 평생 함께 늙어가고 싶은 존재이며 내 옆에 두고 두고 보고싶은 존재다. 나에게 귀한 사람일수록 그들 앞에서는 방어기제건, 열등감이건 다 내려놓고 '척' 없는, '거짓없는' 마음으로 진실되어 보자 이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