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살이 꿀팁
친구의 생일에 거금을 주고 선물을 사줬다. 내가 아끼는 친구라서 돈을 쓸 때는 '가격이 좀 있네' 싶었지만 받은 친구가 좋아하는 걸 보고, 그 물건을 잘 쓰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 그런데 정작 내 생일날 친구가 잊었는지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긴 했는데 거기다가 ‘뭐 준비한 거 없나?’라고 말하기가 머쓱했고 민망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냥 홀로 삼키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 친구가 바빠서 잊었나보다싶어 이해를 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하고 우습게도, ‘주면서 바란다.' 심리학 용어로 바꿔 말하면 '보상심리'이다.
결혼식도 보상심리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된다. 내가 신규 발령을 받았을 때 같이 근무하던 남선생님과의 일이다. 당시 6학급의 작은 학교에서 연구학교 업무를 같이 했기에 선생님들 사이에 전우애같은 끈끈함이 있었다. 밤 10시까지 야근하며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했고, 힘든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무리하기 위해 함께 '으쌰으쌰'했었다. 그 때문인지 모두가 그 학교를 떠나 뿔뿔이 흩어졌을 때도 가끔 연락도 하며 몇년 만에 한번은 동창회처럼 만나 밥도 먹을 정도였으니 나름 나에게는 '정들고 친하다고 느꼈던' 분이었다.
내가 그 학교에서 근무할 때 그 분은 결혼을 하셨고 당연히 부조를 했다. 그리고 몇 년 뒤, 내가 결혼 한다는 소식을 알기기 위해 근황도 물을 겸 전화를 드렸다. ‘너무 머니까 안 오셔도 된다.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선배는 굳이 오겠다고 하셨다. 결혼식 당일 선배는 결혼식에 오지 않았고 축의도, 연락 한통도 없었다. ‘아이 키우시느라 바빠서 그랬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많이 섭섭했다. ‘제 결혼식 왜 안 오셨어요?’ 라며 가볍게 연락을 해보려다가 용기가 나질 않아 미뤘다.
부부 사이에도 보상심리가 곧잘 나오는데 특히 나는 집안일을 할 때 '받고자'한다. 내가 요리를 했으면 남편이 설거지해주기를 바라기도하고,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남편이 그릇 정리나 식탁 정리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는 줬는 데 너는 왜 안줘?'
생각해보면 받은 사람은 '달라고'한 적이 없다. 달라고 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왜 굳이 주면서 바라는가. 그것이 진정한 '나눔' 이고 진정 '주는 것'인가?
진짜 주는 것은 바라지 않는 것이다. 준 사람은 무언가를 주면서 '기쁨'과 '뿌듯함'을 얻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소중한 날을 기억해주거나, 상대가 고마워 하는 것을 보고 싶거나, 내가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 지 보여주기 위해 주는 것이다. 받는 사람도 기쁘겠지만 주는 사람도 그만큼 기쁠 때 진정한 나눔이 된다.
‘주면서 바라기’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마음이다. 어찌보면 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생존 본능일 수 있다.
다만, 줄 때는 주더라도 내가 '바라지 않을 만큼' 만 주는 것. 그것이 21세기에 적합한 생존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