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경영학 구분에서 소위 보스(Boss)와 리더(Leader)로 구분해놓고 보스는 지시하고 리더는 코칭 하며 보스는 말이 많고 리더는 잘 듣는다는 식의 비교를 해놓는다. 굉장히 여러가지 비교를 해놓는데 결국 결론은 보스가 아닌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25년 이상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리더들을 만났다. 머리가 너무 좋은 리더도 봤고 대인 관계가 좋은 리더도 만나 봤고 공감을 잘 해주거나 영감을 주는 리더도 만났고 또 반대로 무능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거나 도덕적이지 않은 리더도 만났다.
위에 구분대로 '리더형'의 유순하고 합리적이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분도 있었고 반대로 카리스마를 가지고 조직을 장악하여 휘두르면서 어찌 보면 조폭 두목 같은 '보스'형 리더도 있었다.
물론 HR을 하는 입장에서는 합리적이고 말이 통하는 리더가 일하는데 있어 훨씬 편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많은 HR절차, 프로그램들을 의도한 대로 잘 따라주었고 응답이나 결정도 빨리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정작 내 기억에 오래 남아있고 인간적인 정리가 있고 배울 점이 많았던 분들은 오히려 '보스'에 가까운 분들이었다. HR의 절차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따라주지 않거나 본인들 고집을 부려 하고 싶은 대로 했기 때문에 애먹은 기억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그런 분들이 더 마음속에 기억 속에 남아있을까?
GE 다닐 때 당시 사장님은 매년 연초가 되면 신년 하례회 같은 행사를 집에서 했다.
집으로 십수 명의 본인 Staff을 초대해서 음식과 술을 내주었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화투와 카드를 내놓고 판돈까지 쥐어 주며 놀게 했다. 그 사장님과 어디 식당이라도 갈 때면 마치 조폭 조직처럼 2열로 도열해서 입장했고 헤어질 때도 사장님 차에 오르실 때까지 줄을 서서 배웅을 하곤 했다.
회의할 때 언성을 높이거나 '쎼~끼, 얌마…'같은 비속어가 아주 익숙한 분이었다. 본인이 맞다고 판단한 결정에 대해서는 무섭게 몰아 부쳤고 실수에 대해서는 냉혹하게 질타를 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직원들은 그를 두려워해서 그의 방에 들어갈 때 덜덜 떨면서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다만 앞에 말한 것 처럼 베푸는 데 인색하지 않으셔서 직원들을 위해 쓰는 것에 아낌없으셨다. 결정적으로 술도 잘 사주셨다. 본인도 술을 잘 드셨다.
그 분은 전형적인 '보스'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조직은 단합이 잘 되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비즈니스는 늘 좋은 성과를 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런 단합과 조직의 성과는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존경을 이끌었고- 아니 존경이라기 보다 경외감 같은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겠다.- 많은 직원들이 아주 오랫동안 따르고 기억했다. 나 역시 GE를 떠나게 되어 인사하러 갔을 때 울컥하는 감정이 들만큼 인간적으로도 훨씬 깊은 유대관계를 맺었던 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치면 개인의 성향이나 communication이나 의사결정의 스타일이 진정한 리더를 결정하는 데 큰 변수가 아니지 않나?
사실 내가 보기에 그 분은 대단히 머리가 좋은 분이었고 정확한 판단력을 가진 분이었다. 허술하거나 논리적이지 않은 보고서는 단박에 알아보고 소위 엄청 깨셨고 반대로 괜찮은 아이디어나 제안에는 늘 잘 수긍하시고 칭찬해주시는 분이었다.
의료기기 시장에 대한 오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탁월한 식견을 가진 분이었고 속도와 추진력을 가진 분이었다. 사람에 대해 냉정하지는 않았지만 가려 쓸 줄 알아서 좋은 인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었다. 지나고 보면 대부분 그의 결정이 맞는 방향이었고 적절한 시기였으며 효과적인 계획과 실행이었다.
결국 성향이나 스타일의 구분보다는 얼마나 똑똑한 사람이 리더인가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고 궁극적으로 조직에서 인정받는 리더가 되는 것은 높은 성과가 첫번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고 보면 똑똑한 사람을 상사로 두고 좋은 성과를 내면서 일할 때는 일이 많아도 욕을 먹어도 훨씬 신나게 일했던 것 같으니 말이다.
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