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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by SM

대략 2019년 쯤 부터 골프 연습도 열심히 하고 라운딩도 빼는 일 없이 따라가서 열심히 쳤다. 사실 잘 치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하지만 그것 보다는 망신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리고 그것 외에 특별히 다른 취미도 없었기 때문에 시간도 넉넉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때 재택근무할 때는 아침 저녁으로 달리 시간 보낼 일이 없어서 더 열심히 골프 연습을 했다.

누가 골프 구력이 얼마 냐고 물으면 난 대략 4-5년 쯤 됐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 전에는 큰 취미나 관심없이 수동적으로 따라다니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 기간을 구력으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실제 골프채를 처음 사고 골프장을 나간 시점은 2005년 쯤 GE다닐 때이니 엄밀히 말하면 구력이 20년 쯤 되는 건데 남들에게 구력 20년이라 말하기는 민망한 수준의 골프실력이기 때문에 마음 먹고 골프연습을 하고 정기적으로 라운딩을 시작한 2019년 쯤 부터를 구력으로 세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 아니다. 달리기를 하거나 등산을 할 때 필요한 지구력이나 기본적인 체력은 중간 이상이라 생각되는데 소위 공놀이를 하는 근육과 신경은 전혀 발달하지 않아서 축구,족구,농구,배구 와 같은 구기 종목은 영 잼병이다. 이런 운동능력은 학교 생활을 시작한 이래 평생 굴레처럼 나를 옭아 메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다들 축구하러, 농구하러 몰려다닐 때 나는 따라 나서지 않았다. 애들 축구,농구하러 나가고 나면 나는 남은 애들하고 운동장 뒷전에서 삼삼오오 모여 농담 따먹기 하는 게 체육시간을 보낸 방식이었다. 그리고 성향적으로도 몸이 부딪히는 격렬한 운동을 질색하는데 다가 경쟁심이나 승부욕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라 특히 축구,농구 같은 운동을 더 거리를 뒀던 듯 하다.

또한 운동신경이 없어서 공놀이를 못한다는 건 그냥 나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팀에 민폐를 끼치게 만드는 문제였기 때문에 이 또한 내가 그런 구기 종목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을 제한 했던 것 같다. 그냥 점수를 못 내거나 실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 운동신경이 없는 애들이 공놀이를 하는 걸 보면 아주 성의없이 열심히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큰 질책과 힐난을 받는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족구나 축구를 할 때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공을 다루지 못하고 공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어느 방향으로 보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그리로 보낼 수 도 없으니 나는 겉도는 것 처럼 보이고 공을 피하는 것 처럼 보여서 나는 늘 기합을 받거나 다른 심부름을 하는 신세였다. 물론 내가 고참이 되었을 때는 이런 체육시간 집합 같은 제도를 완전히 폐지시켜버려서 진짜 운동하고 싶은 사람만 참여하는 것으로 바꾼 바 있다. 이건 불합리를 개선한다거나 군대내 민주화와는 전혀 관계없이 순전히 내 쫄병일때 겪었던 고통 그리고 심지어 고참일때도 하고 싶지 않은 무관심 때문에 바꾼 것이라 크게 자랑거리는 아니다.

각설하고 다시 골프로 돌아가면 골프는 얼핏 운동신경이 크게 필요치 않은 운동처럼 보이는데 그건 대단한 착각이고 오산이다. 골프도 여느 구기종목과 마찬가지로 굉장한 운동신경이 필요한 운동이다. 그걸 시간이 갈 수록 더 뼈저리게 느낀다. 또 성향적으로 승부욕이 강하거나 경쟁심 강한 사람들이 빠르게 배우고 잘 치는 것을 흔히 볼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도 난 골프를 잘 칠수 있는 정신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것이다. 학교 때 축구 족구 당구 잘 치던 친구 그리고 고스톱이나 포커같은 도박 잘하던 친구 혹은 승부욕 넘치던 친구들이 골프를 잘 치는 걸 보면 나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있는 셈 인거다.

골프를 멀리 정확하게 잘 치는 원리는 너무나 간단하다. 머리-허리-다리로 이어지는 축을 고정해놓고 몸을 최대한 꼬았다가 천천히 그 궤도대로 팔을 뻗어 공을 치면 된다. 정말 말로는 너무나 쉽고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절대 몸이 따르지 않는다.

아무리 머리를 고정하려 해도 몸이 나가거나 아니면 머리는 그대로 있는데 체중이 뒤에 머물러서 뒤땅을 치거나 탑볼을 치게 된다. 뭘 하나 수정하면 꼭 반대급부로 다른 게 뒤틀려서 문제가 생긴다. 다리를 수정하면 골반이 문제 생기고 백스윙을 수정하면 팔로우가 이상해진다.

연습할 때 마다 좌절이다. 또 어쩌다 연습 때 잘 맞는 일이 생기면 이번 라운딩에서는 좋은 성적이 나려나 하는 엄청난 기대에 부풀어 나가는데 결국 또 결과는 늘 비슷비슷한 수준이다.

운동신경이 없는 것을 알고 있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연습한다해도 남들 만큼 아주 잘 치지 못한다는 심정적 포기를 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지금은 사실 중간에 포기하기도 애매한 엉거주춤한 상태이다.

골프채며 골프옷이며 등등 상당한 돈도 들어간 데다가 특히 지금의 인간관계의 대부분이 골프로 엮여 있어서 골프를 안 치면 사람만날 일도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골프라도 쳐야 주말에 그나마 할 일이 있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취미생활이라고는 없어서 주말 내내 유튜브나 기웃거릴 것이 분명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모든 것들이 그렇듯 시간이 지날 수록 적당히 포기하고 적당히 타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남들처럼 싱글 골퍼가 되는 것은 포기했다. 그냥 나가서 민폐 끼치지 않을 정도만 치고 스스로 즐길 만큼만 치는 것이 목표가 되었고 그건 그렇게 어려운 과제는 아니었다. 잘 안 맞는다고 자괴감과 좌절감에 힘들어 하는 시기는 훌쩍 지난 것이다.

골프를 통해 주말에 운동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또 끝나고 소주라도 한잔하고 하는 것이 큰 인생의 즐거움이 되었다. 그것 만으로 나의 골프 성장은 충분하다 생각한다. 비록 나갈 때 마다 잃어버리는 공도 아깝고 뜻대로 공이 맞지 않아 짜증이 나겠지만 더 큰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니 그걸로 된거다.

물론...그래도 잘 치고 싶긴하다. 간절히… ㅋㅋ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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