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넘어 가면서 인간관계 측면에서는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만나고 싶지 않거나 안 만나도 되는 사람들을 안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30-40대 때에는 사회적 인간관계에 상당한 공을 들였었다. 소위 네트워킹이라는 이유로 별로 흥미도 없는 모임에 참석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눈이 신경 쓰여서 형식적인 자리에 참석하는 그런 일들이 많았다.
열성 멤버는 아니었지만 HR모임도 한 두개 발을 들여놓고 참석을 했었고 비싼 돈 들여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것도 어찌 보면 학업에 뜻 보다는 인적 네트워킹의 이유가 더 컸었다.
그런 인적 네트워크가 마치 성공의 척도나 지름길이라는 강력한 믿음 때문에 나는 성향적으로 그리 사교적이지 않고 먼저 말 거는 편이 아니었지만 억지로 자리에 참여해 명함을 돌리고 흥미도 재미도 없는 대화를 견뎌내고 사교적인 농담을 던지고 가식적인 억지 웃음을 웃었다. 마치 맞지도 않는 옷을 입는 것 처럼 부자연스러웠고 불편했다.
돌이켜 보면 그런 만남 속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피부에 와닿지는 않지만 내 삶에 도움이 될 어떤 관계들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나이가 50이 넘어가고 어찌보면 성공과 출세에 대한 야망은 이제 현실속에서 어느 정도 한계치가 뚜렷하게 눈 앞에 두게 되다 보니 그런 노력들이 부질없게 느껴졌고 이제는 관계를 펼치는 것 보다는 더 모으고 더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앞선다.
다른 사람들 경조사에 다녀올 때면 과연 내가 경조사가 생기면 나는 내가 오늘 다녀온 지인을 과연 부를 수 있나 아니 금전적인 회복(?)을 위해 꼭 불러야 하나 그런 고민과 궁리를 하게 된다. 대충 그 중 절반 이상은 글쎄 굳이 서로 부담되는 자리라는 생각이라 굳이 안 부르고 또 오지 않아도 전혀 괘념치 않을 관계들인 것 같았다.
그래서 사실 그런 연유로 요즘은 경조사 참석에도 오히려 훨씬 더 인색해졌다. 그냥 서로가 어떤 모임이나 집단 속에 있어서 덩달이로 딸려간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정말 친분이 있어 서로 축하하거나 같이 슬퍼할 사이가 아니라면 그냥 돈만 보내거나 그 정도도 아니면 그냥 말 그대로 '패스'해버린다. 아마 사실은 젊을 때도 그럴 수 있었겠지만 욕심이나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못 했던 것을 이제는 인간관계 속에서 얻을 것도 잃을 것도 별로 없어졌기 때문에 뒤늦게 실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 만나는 사람들은 손에 꼽히게 적은 숫자이다. 형식적인 사회적 관계는 별로 없고 말 그대로 일상을 공유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이들만 남은 것이다. 물론 여전히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관계 때문에 참석해야 하는 모임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최소한 예의 또는 관계유지 목적으로 눈도장만 찍고 자리를 일어나거나 아니면 그 모임 안에서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과 잠깐 얘기하고 일어나는 것으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있다. 반대로 소수의 깊은 관계들은 더 자주 더 오랜 시간 만나게 된다.
핸드폰에는 수 천명의 연락처를 가지고 어떤 분야에나 아는 사람이 있고 전화 한통이면 해결되지 못할 일이 없는 엄청난 인맥을 가진 사람이 이제는 전혀 부럽지 않다. 나는 이제 내 주변의 적은 숫자의 사람들을 더 챙기고 더 자주 연락하고 더 자주 만나는 일에 몰두하기로 했다. 그게 진짜 인맥일 테니.
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