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 토론을 하는데 MBTI 자기소개를 한다.
탄핵당한 정당이 상황의 엄중함도 모르고 그런 가벼운 접근으로 농담 짓거리나 하는 것도 꼴보기 싫지만 일국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데 MBTI가 그 소재가 되는 것도 못 마땅하다.
왜냐하면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을 단순히 몇 개의 criteria로 구분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 사람의 성격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고 상대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MBTI나 DISC와 같은 분류들은 그냥 오차가 상당히 큰 대략적인 설명 혹은 가벼운 수수께끼 풀이 정도로 여기고 있다.
물론 나도 요즘 젊은이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MBTI를 해봤다. 내 MBTI 검사결과는 ISFJ라고 나온다. 어떤 해석은 나를 잘 설명하는 것 같고 어떤 것은 고개가 갸우뚱하다. '내가 진짜 그런가?' 싶다
I vs E
난 어릴 때 굉장히 스스로 외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대학 지나 군대 다녀온 후 부터 달리 말하면 좀 철 든 이후에 사람에 대해 조심하기 시작하면서 내향으로 바뀐 것 같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관계에서 득실이 생기고 갑을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부터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에 굉장히 신중했던 것 같다. 게다가 그 이후 오랫동안 HR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업 특성에 맞춰 더 내향이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성향은 내가 누구를 만나느냐 어떤 집단과 함께 있느냐 따라 사뭇 달라진다. 동창들 모임에서 난 그리 내향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 나는 조심스럽고 먼저 나서지 않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다만, 대체적으로 내가 사람들을 만날때 에너지를 얻어 오기 보다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I는 틀림없는 것 같다.
S vs N
이 항목에 대해서는 S가 틀림없는 것 같다.
나는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것을 중시하고 내가 보고 듣고 만지고 경험한 것을 믿는 편이다. 그런 이유로 신의 존재를 믿지 않고 당연히 종교를 가지기도 어려웠던 것 같다.
공상과학영화나 좀비, 호러 이런 비과학적인 영화보다 드라마나 역사, 다큐멘터리 같은 장르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성향때문인 듯 하다.
F vs T
이 항목은 잘 모르겠다. 난 사실 그렇게 감정적인 사람은 아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을 잘하는 편도 아니고 냉정한 편이다.
다만 사람들 사이에 갈등과 분쟁에 대해서는 조금 논리적이거나 정답이 아니라도 빨리 화합하고 문제를 봉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데 아마 그런 성향 때문에 F가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이건 거의 50대 50이 아닐까 싶다.
P vs J
이 역시 상황과 시간과 사람에 따라 다르다.
흔히 드는 여행의 예도 누구와 가느냐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어떤 때는 치밀하게 준비하고 계획하는 편이고 어떤 때는 즉흥적이고 유연하게 일정을 소화하기도 한다.
역시 50 대 50인 것 같다.
결국 내가 인정할 만큼 잘 맞는 것은 4개 구분 중 S 하나 혹은 많이 양보해서 I와 S정도 이고 나머지 2개는 계속 변하고 상대적이다. 즉, 난 ISFP, ISTP, ISFJ, ISTJ 모두 가능하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이 분류는 최소한 나에 대해서는 사실상 설명력을 잃게 된다.
물론 '나'의 한정된 얘기일 수 있으나 앞에 말한 것 처럼 성격과 성향 역시 사람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관계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들이 모든 것에 MBTI를 적용하고 맹신(?)하는 것에 염려가 있다.
내가 어떤 Type이다라고 정의하면 나는 그 Boundary안에 들어가려는 성향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거꾸로 내 스스로의 행동을 제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반대로 너는 어떤 Type이기 때문에 나와는 맞지 않는다거나 일반화하여 판단을 제단한다면 이 역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좋은 영향일리 없을 것이다.
따라서 MBTI는 그냥 소개팅 나가서 '취미가 뭐에요?'라고 묻는 정도의 가벼움과 유쾌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사람은 겨우 16개로 구분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미묘하고 어려운 존재들이니까.
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