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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I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까?

by SM

2011년 한국IBM이 채용 과정에 '성소수자'에게 가산점을 주겠다는 발표를 해서 사회적으로 큰 논쟁거리가 된 적이 있다.

소위 HR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시도는 큰 충격이었다.

결국 이 정책은 사회적인 공감이나 동의도 얻지 못했고 지속되지도 못 한 채 반짝 주목을 끌었던 '소동'으로 끝났다.

'Diversity'에 대해 대체적으로 정당성이나 필요성을 인정하는 편이지만 나 역시 이 시도에 대해 회의적이고 동의하지 않는다.

사회적 성숙도를 고려해서도 섣부른 접근이었고 가산점을 주는 방식도 역차별의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현명하지 못한 실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돌발적 행동 혹은 선을 넘는 시도들이 민감한 주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고오는 논란을 만들어 냈다 정도 인정해 줄 만한 것 같다.



지난 20여년 미국이 본사인 회사를 다니는 동안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옳은 것' '당연한 것''따라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내가 다녔던 모든 회사들이 DEI를 엄청나게 Drive했다. 보통 회사에서 Drive를 했다는 것은 금전적인, 시간적인, 인력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다.

조직을 만들어주고 인력을 충원해주고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목표를 설정해주고 그것들을 관리해왔고 당연히 직원 교육이나 인식전환을 위한 이벤트등 도 매년 필수로 진행되었다.




아주 초기에는 Diversity가 Main topic이었다. 여성 인력, 소수인종, 성소수자,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인 약자를 더 많이 채용하고 그들을 보호 또는 우대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여러 데이터를 근거로 천편일률적인 조직 보다 조직 내 다양성이 창의성과 혁신을 가져온다고 했고 더 다양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도 다양성을 강조한 근거와 사유가 되었다.


아무튼 많은 회사들이 일단 이렇게 준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뽑았다.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놓으니 문제가 생겼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한다.

나와 다르다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있는 '적'이 될 수 있다는 본능적인 공포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같거나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치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즉, 인위적으로 나와 다른 다양한 사람이 모아놓으니 너무나 예상한대로 사람들 사이에 차별이 생기고 파벌이 생기고 반목과 질시가 드러나게 되어 더 큰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Diversity에 'Inclusion'이 추가되어 D&I(Diversity & Inclusion)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말그대로 다르지만 같이 포용하고 배려하라는 것이다.

그것을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D&I(Diversity & Inclusion)가 주요 Initiative이자 focus가 되었다.


그 뒤에 보다 구조적인 불평등의 해소 그리고 공정한 기회의 보장을 위해서 'Equity'가 추가되어 최근 몇 년은 'DEI (Diversity, Equity, Inclusion)'가 주요 Focus가 되어 이어져왔다.



그러다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DEI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이유로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정책을 한 순간에 폐지해버렸다. 법적인 제제 역시 잇따랐다.

처음에 나는 이것이 백인 남성의 지지를 받기 위한 트럼프의 즉흥적인 행동이고 완전히 시대역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므로 당연히 큰 저항에 부딪히고 지탄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상황은 내 예상과는 좀 다르게 돌아갔다.


소위 PC(Political Correctness)에 거부감과 반발이 상당한 상황에서 오히려 이 결정에 동의하거나 지지하는 세력들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에 말한 것 처럼 DEI를 수 십년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강력하게 Drive하던 미국 회사들은 지금 대혼란에 빠졌다.

어떤 회사들(구글, 아마존)은 트럼프 정부에 맞춰 DEI를 폐지하거나 축소했고 또 어떤 회사들(애플,마이크로소프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DEI정책을 유지 혹은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기업들의 DEI 정책 변화 (출처: DEI or Not DEI? – 기업들의 생존 전략 시험대)

다운로드 (1).png 푸른색은 DEI 지지 기업, 노란색은 DEI 반대 기업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DEI를 유지할 지 폐지할 지 아직 최종 결정을 못한 상태이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축소 쪽으로 향하는 것 같다.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라는 용어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DEI를 담당하는 조직은 축소되었고 소수자들을 대변하거나 보호하기 위한 ERG(Employee Resources Group)에 대한 지원정책도 변경하기로 한 바 있다.

현재는 다양성 영역은 제외하고 COI(Culture of Inclusion)에 대해 제한적으로 강조하는 수준이다.

혼란의 시기는 분명해보인다.

앞으로 최소 몇년간 기존 DEI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데 정말 공정한지 정말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논쟁이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예측하거나 판단하기는 어렵다.

안개가 걷히고 나면 좀 더 명확한 길이 보일 것이라 믿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좋은 문화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임은 틀림없다.


회사의 Asia DEI담당자가 Linkedin 1촌 친구인데 그의 최근 포스팅이 이를 잘 말해주는 것 같다.

[Let’s be honest ...

The last few months has been a whirlwind. A number of friends have actually messaged me whether I still have a job, and the answer is “Yes”.

I have always love studying, analysing and shaping CULTURE. These few months made me reflect on it a lot deeper. The truth is - Culture isn’t what you say on your website.

It’s what people feel when they work with you - especially when things get tough.]

[솔직히 말하자면...

지난 몇 달은 소용돌이치듯 가득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친구들이 저에게 아직 직장이 있는지 메시지를 보냈고 대답은 "예"입니다.

저는 항상 문화를 공부하고, 분석하고, 형성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몇 달은 그 일에 대해 훨씬 더 깊이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진실은 문화가 웹 사이트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당신과 함께 일할 때, 특히 상황이 어려워질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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