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 말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회사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한 선배가 이런 충고를 해줬다.
"Do Things Right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Do the Right Things야."
즉, 일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처리하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어떤 일을 할지, 그 일이 과연 옳은 일인지, 꼭 해야 하는 일인지 판단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직장생활 25년이 넘어가는 동안 이 말은 내게 늘 중요한 기준점이 되어 주었다. 아주 사소한 업무 중에서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걸러낼 때나, 회사를 옮기거나 새로운 일을 맡게 될 때 ‘이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일이 정말 옳은 일일까? 꼭 해야 하는 일일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도덕적으로 어긋난 부분은 없을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가능한 한 그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해왔다.
그래서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직장생활을 하며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사실 글을 쓰기 전엔 ‘전혀'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문득 입사 2년 차쯤 과장님과 함께 보훈청을 방문해 촌지가 끼워진 잡지를 슬쩍 담당자 책상 위에 올려두고 왔던 일이 떠올라 ‘거의’라고 정정한다.)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당시, 해당 제품 ‘옥시’를 판매하던 RB코리아에 대한 대규모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그 회사 앞에서 열린 시위 장면이 뉴스로 보도되었는데, 영상 속에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옥시’ 직원들이 비쳤다. 그들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긴 어려웠겠지만, 그런 비난을 받는 회사에 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깝고 힘든 일일지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웠다. 동시에 내가 다녔던 회사들은 그런 도덕적 비난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술이나 담배 회사에서 Open Position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관심이 있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선뜻 지원하지 않았던 것도 지금 돌아보면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물론 술이나 담배 회사가 비도덕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나도 35년 넘게 술을 많이 마셨고, 담배도 15년 동안 피웠던 사람이니까. 다만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약간의 거리감 같은 게 있었을 뿐이다.
이런 기준은 회사 차원뿐 아니라 내가 해온 인사업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늘 떳떳하게 일하려고 노력했다. 어려운 결정이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때도 있었지만, 내 양심에 반하거나 스스로 납득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한 기억은 없다. 그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보험이나 카드 영업처럼 낯선 사람에게 부탁하고 실적을 끌어올리는 형태의 일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만약 그런 일을 꼭 해야 했다면 내 성격이나 성향상 상당히 힘들고 부담스러웠을 텐데, 다행히도 그런 상황은 겪지 않고 회사생활을 해올 수 있었다. 만약 그런 일이 내 주업이었다면 내 성향도 바뀌었을까 가끔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어쨌든 가면을 쓰고 ‘부캐’로 살아가는 삶은 여전히 어려운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나는 운 좋게도 ‘Do the right things’를 지키며 직장생활을 해올 수 있었고, 그 점에 만족하고 있다. 훗날 내 쌍둥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직장을 선택하고 업무를 결정할 시기가 온다면, 나 역시 이 충고를 꼭 해주고 싶다.
"그 일이 정말 ‘Do the right things’에 부합하는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결정해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