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집 아침 풍경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아침 자명종 소리에 일어나면 아버지는 쇼파에서 신문을 읽고 계시고 엄마는 밥상을 차리고 계셨다.
3남매인 우리는 씻고 학교 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식탁이 차려지면 모두 앉아서 같이 밥을 먹었다.
식탁에는 반찬이 많지 않았지만 늘 국이 있었고 생선과 찌개가 있었다.
매일 아침 식탁에 모여서 밥을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놀랍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지?
지금 우리집 아침 풍경은 이렇다.
딸아이는 아침에 수월하게 일어나는 편이다.
외모를 위해 샤워/머리감기/화장을 결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딱 그 시간 만큼만 일찍 일어난다.
반대로 아들은 매일 아침 '기상 전쟁'이다.
방문을 두드리고 고함을 질러야 한다. 잠깐 깼나하고 방심하면 다시 침대에 덜렁 누워 잠든다.
알람이나 핸드폰 음악 정도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살짝 반응을 한다.
그래도 안 일어나면 이불을 다 걷어치우고 등짝을 때리기도 하고 가끔 분무기로 물을 뿌리기도 한다.
거의 매일 일어나 옷 갈아 입고 가방 들고 나가야 겨우 학교에 제 시간에 도착하게 되니 세면, 양치 같은 건 어쩌다 한번 아주 특별한 날에나 하는 사치스러운 행동일 뿐이다.
결국 아침에는 일어나서 온전히 등교 준비해서 현관문을 나가는 것만 허락된 시간일 뿐이고 그것 외에 시간은 도무지 찾기 어렵다.
그러니 같이 모여 식탁에 앉아서 아침식사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침식사는 아주 최소한의 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극도의 간편식으로 준비한다.
'김밥, 주먹밥, 쌈밥, 유부초밥'등과 같은 '핑거푸드'를 준비해놓고 아이들 따라다니면서 먹이거나 옷 갈아입고 챙기면서 먹으라고 쟁반에 얹어 각자 방에 넣어준다.
나도 애들 몫으로 만든 걸 나눠먹거나 혹은 애들 먹다 남은 걸 먹는다. 아니면 그냥 굶고 출근한다.
어릴 때 매일 식탁에서 잘 차려진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단순히 엄마의 엄청난 노동 그리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어준 아버지의 근면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못지 않게 아침식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중요성이나 필요성이 그다지 높지 않게 바뀐 게 아닌가 싶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서 아침이 길다 보니 배가 고팠을 것이고 그만큼 아침을 챙겨먹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러니 영어로 아침식사가 긴 Fast(공복)을 Break한다고 쓰여졌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 육체노동이었기 때문에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가는 것이 큰 과제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밤이 길고 아침은 짧다.
아침을 먹을 시간도 넉넉치 않고 저녁에 충분히 먹으니 아침에 별로 배가 고프지도 않다.
벌써 30년 넘은 노래이긴 하지만 신해철의 '도시인'이란 노래가사는 '아침엔 우유 한잔 점심엔 패스트 푸드'라고 시작되는데 현대인들은 결국 그렇게 점점 가벼운 아침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인 듯 하다.
아침을 챙겨먹어야 한다는 수많은 의사, 학계의 사례와 연구가 있지만 우리 생활 방식이 점점 아침보다 저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한 아마도 옛날 처럼 아침을 찾아 먹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릴 때 처럼 온 식구가 모여 앉아 아침식사를 못하는 것이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은 부담이 있었는데 이제 그 부담을 내려놓기로 했다.
우린 훨씬 긴 저녁에 더 소중한 시간을 쓰고 있고 충분히 영양 껏 먹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 '아침'이 없어지고 점심-저녁-(야식)으로 끼니가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