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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Apr 09. 2016

밥은 어떡해?

올케가 해외연수 기회를 얻어 한 달간 런던을 가게 되었다. 엄마는 좋은 일이라며 기뻐하시면서도 남동생 밥 걱정을 하신다. 둘은 맞벌이라 평소에도 서로 알아서 잘 챙겨먹었으니 걱정 할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며 올케에게는 그런 말 하지 마시라고 했다. '역시 시어머니 노릇한다.'란 얘기만 들을테니 괜한 걱정과 말을 하시지 말라고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다음날 통화할 때도 '아이라도 있으면 내가 한 달간 얼마나 기분 좋게 봐주겠니!' 하시며 올케가 외국가서 다른 남자라도 만나 떠나면 어떻게 하냐, 아이가 있으면 그러지 않을텐데 혼자 있으니 훌쩍 갈 수도 있지 않겠냐며 둘 사이가 괜찮은건지, 사이가 안 좋아 외국으로 연수가는 건 아닌지 등등 걱정을 불리며 우신다.  울 일도 아닌데 왜 우냐고,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퉁명스럽게 하다가 올케하고 통화해 볼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달랬다.


언제 떠나는지, 짐은 쌌는지 등 시시콜콜한 걸 묻다가 둘 사이는 괜찮냐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데 울컥 눈물이 났다. 도무지 왜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어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의아한 듯 잘 지낸다는 대답을 하는 올케가 눈치챌까 염려하여,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얼른하고 끊었다.


그제야  '밥은 어떡하냐?'란 엄마의 말이 조금 이해되었다. 진짜로 밥 굶을까 걱정하신 것이 아니었다. 밥은 둘의 사이를 더욱 돈독히 하는 매개체.  밥 그릇 수 만큼 정 든다는 말이 있고, 싫은 사람과는 밥도 같이 먹기 싫듯, 엄마는 동생 부부가 행복한 지 알고 싶으셨던 거다.


그래서 올케와 통화하며 왈칵 눈물이 쏟아진거다, 엄마의 마음이 전이되었기 때문에.


새삼 결혼하지 못하고 혼자인 나도 얼마나 걱정을 끼치는 존재인가 미안한 마음이 들며, 결혼한 자식은 금슬 좋은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또 다른 방법의 효도구나 싶었다.


그리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둘이 함께 사는 평범함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자식은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스스로에게 놓인 길을 씩씩하게, 때로 휘청거리고 넘어지더라도 잘 걸어갈 수 있어요.


언제나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님이 계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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