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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Apr 28. 2016

없는 것에 슬퍼하지 말고 남아있는 것에 기뻐하세요.

그녀를 처음 본 건 어떤 TV 프로그램에서였다.

손가락이 두 개 밖에 없는 아이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었는데 아마도 장애인의 날을 맞아 마련한 TV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어린아이가 멋지게 피아노를 치는 걸 보고

'와~ 대단하다!' 이런 느낌 정도였다.

그 후 종종 TV를 통해 그녀의 이름과 얼굴을 알았고 그렇게 가끔 TV에 나오는 사람으로만 여겼다.


그녀를 제대로 다시 본 것 역시 TV 프로그램이다.

마찬가지로 장애인의 날을 맞아 EBS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었는데, 손가락이 적게 있다는 것 외에 다리도 짧다는 걸 처음 알았다.

페달에 다리가 닿을 수 없는데 어떻게 피아노를 치느냐는 사회자 말에,  특별 주문한 피아노를 친다고 하는 모습에서 당당함을 보았다.

어느 새 훌쩍 어른이 된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 당찬 사람이었고,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연주하기 위해 매일 10시간씩

5년 6개월을 연습했다는 모습에서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열심히,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는지를 돌아보니 부끄러웠다.

도전을 하고 목표를 이룬 적도 있으나 '이 정도면 됐어'하며 주저앉고 현실에 안주했으며, 나이를 먹을수록 '시도'조차 점점 하지 않게 되고 '어쩔 수 없다'며 자조하며 갖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그 갖지 못한 것을 얻고 싶어 집착하고 매달리고 왜 얻을 수 없는지 의아해하고 급기야 우울했다.


내가 가진 것은 보잘 것 없어 보이고 남이 가진 것은 부럽기만 했던 것이다. 친구들은 '너가 부럽다'며 말해도 인사치레라고만 여기며.


그녀가 전해 준 말.

'없는 것에 슬퍼하지 말고

남아있는 것에 기뻐하세요.'


악보를 볼 수도 없었지만 타고난 청음과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 긍정적인 태도로  모든 사람의 희망이 된 그녀, 이희아.


멍하니 TV를 켜고 이리저리 리모컨을 돌리다 우연히 본 그녀를 통해 또 깨달음을 얻는다.


"그래, 갖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고 기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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