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떠나서 그대, 다행이다.

by 지홀


모르는 번호가 떴다. 번호를 보며 '누굴까?' '저장하지 않은 번호인데?' 하며 잠시 망설이다 거절 버튼을 눌렀다. 용무가 있다면 문자가 오겠지 하며. 한 시간 후 같은 번호로 휴대폰이 또 울린다. 누구지? 무슨 일이기에 계속 전화를 하나 싶어 받으려는데 끊어졌다.


어디서 걸려오는 전화인지 알려주는 앱을 설치한 후에는 받을 전화와 받지 않을 전화를 쉽게 구별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런 정보 없는 번호의 전화가 여러 번 오면 상당히 궁금해진다.


그런 가운데, 마음 한편에서 '그와 관련된 전화는 아니었을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그가 아프다거나 죽었다거나 하는 소식을 전하는 전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나서도 안되고 혹여 그렇다고 해도 내게 알릴 사람은 없는데 말이다.


그가 가끔씩 궁금하다. 그런데 잘 살고 있다는 소식보다 이혼했다거나 아프다거나 하는 소식을 기다리는 걸까? 미워하는 마음은 없는데도? 그가 행복하면 걱정할 일 아니니 그대로 좋은데, 그에게 무슨 나쁜 일이 있다면 곁에서 힘이 돼주고 싶어 그런 걸까? 요즘은 그의 사진을 봐도 낯설고 아득한 옛날 일 같아 잘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왜?


곰곰 생각해보니, 그의 죽음은 알고 싶다. 마지막 인사는 하고 싶기에.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은데, 지금은 말할 수 없으니.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된 사람에게 연락할 수 없고, 연락한다 해도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테니까. 자칫 잊지 못하고 질척이는 여자로만 비칠 수 있으므로.


그러니 그가 죽었다는 걸 알면 더 이상 그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하지 않고, 그저 고마운 사람으로 그리워만 하면 되니까.



하아....

내 사랑은 이렇게 이기적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