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신호

by 지홀

버스를 타고 종로 3가 귀금속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지나가다, 문득 그에게서 받은 반지가 떠올랐다.

그가 준 반지를 가끔 꺼내보고, 끼워보며 '이건 내 평생 갖고 있어야겠다, 그래도 추억이니'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사 온 후 한 번도 그 반지를 꺼내보지 않은 걸 알아챘다. '어디에 있겠지'하며 며칠을 흘려보낸 후, 반지의 행방이 궁금하여 둘만한 곳을 찾아보니 없다. '이상하다, 여기 아니면 두지 않았을 텐데..' 급기야 있을만하지 않은 곳까지 모두 뒤져보았다. 오래된 일기장을 모아 둔 가방, 이사올 때 나름 귀중품을 담아두었던 가방을 다시 뒤져보고, 옷 주머니, 서랍 등등을 다 찾아보았지만 반지는 보이지 않는다.

정말 어디에 두었는지, 이삿짐을 쌀 때 어디에 보관했었는지 까맣게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잘 챙기고 가져왔을 텐데. 누가 훔치러 왔을 리도 없고 잃어버리지도 않은 것 같은데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서는 걱정이 일지 않는다.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가 유지된다.

지금은 눈에 띄지 않아 찾지 못하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서 그렇기도 하고, 반지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렇기도 한 듯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마음! 그에 대한 마음도 완전히 정리되었다는 의미겠지.


그의 근황이 궁금하여 "다음 카페"에 들어가 보니 결혼식 사진이 있다. 친척이 올려준 듯한 사진.

나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한 그가 원망스럽고 밉고, 스토커가 될 것만 같아 나 자신을 부여잡던 그때는 도무지 마주할 수 없던 그의 결혼식. 그런데 그의 얼굴, 옆에 서 있는 신부의 얼굴을 봐도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다. '편안해졌구나! 드디어 내가 완전하게 그를 놓구나!'


심지어, 그와 함께 하지 않는 지금이 다행이라고도 여겨진다. 그와 함께였다면, 그에게 맞추기 위해 나를 점점 없애고 있었을지도 모르니. 사랑하고 상처받고 회복하는데 걸린 시간이 너무 길었지만, 그게 "나"이니까.


"헤어진 후, 마음속 집착 없이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면 나도 행복해질 준비가 되었다"는 혜민스님의 말씀은, 영영 그런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말씀이 다시 떠올랐다. 그의 결혼식 사진을 보며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 옆에 서 있는 여자와는 헤어지지 말고 평생을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녀에게는 친절한 남자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혜민스님의 말씀처럼, 이제 나도 행복해질 준비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