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기다림이다.

by 지홀

연극은 기다림이다.

배우, 스텝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일은 기다림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문득 이 아침, 가을 정기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첫날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대본에 적힌 글들이 살아 움직이는 사람의 얘기가 되기까지 연출과 배우들의 치열한 고민의 시간을 기다리고, 연습시간에 모두 모이기를 기다리고 배우가 그 인물이 되기까지 고단하지만 열정 넘치는 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눈물, 콧물, 웃음을 주는 이야기가 되기까지의 기다림.


공연장에서는 무대가 만들어지는 시간을 기다리고, 조명을 세팅하는 시간을 기다리고 테크 리허설을 기다리고 모든 준비가 끝난 후에는 관객을 기다린다.


의미 없는 기다림은 사람을 지치게 하지만 희망이 있는 기다림은 그 힘들고 지루한 시간을 견디게 해 주듯, 연극은 그렇게 설렘을 동반한 기다림으로 한껏 마음을 들뜨게 한다.


공연이 시작된 후에는 관객의 반응을 기다린다. 웃는가, 우는가를 살피고 이야기에 공감하는지를 기다린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나면 뒤풀이가 기다리고 있고 서로의 노고에 감사하는 시간을 갖고 또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어떤 작품을 누구와 어떻게 풀어낼지를 기다리는 일.


프로가 아닌 직장인들이 모여하는 극단 활동은 조금은 어설프고 부족하지만 그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기에 그들의 다음 공연을 또 기다린다.

그리고 나도 배우로 무대에 설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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