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똑같이 먹었는데 살이 쪘어요
운동과 식단 이야기 I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어 본 적이 없다. “난, 살을 좀 빼야 해”라고 말한 적은 수없이 많지만, 그걸 실행에 옮기려고 구체적으로 계획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무작정 굶어보거나, 간헐적 단식이 좋다고 해서 따라 하거나, 밀가루 음식만 끊어도 살이 빠진다고 해서 시도해보거나, 물을 하루에 2리터 이상 마시면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 적은 있다. 그러나 목표를 딱 정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 그저 좋다니까 나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들이었다. 굶는 건 하루를 넘기기 어려웠고, 간헐적 단식은 아침을 먹지 않으니 참 자연스럽게 될 줄 알았으나 저녁에 약속이 있거나 야근을 하면 늦게 먹게 되어 16시간 금식을 지키기 힘들었다. 물은 아무리 먹어도 1.5 리터 이상 마시기 힘들었다. 그것도 정말 의식적으로 ‘물을 마셔야지’ 한 날에 마실 수 있는 양이었고 그렇지 않은 날은 1리터를 마실까 말까 했다. 밀가루 음식은 진짜 끊기 어려웠다. 면을 먹지 않겠다고 점심 메뉴를 잘 피했더라도 오후에 간식으로 빵이나 과자를 별다른 생각 없이 먹는 일이 잦았다. 먹고 나서는 또 바로 후회하고. 20대 때는 우리나라에서 생소했던 덴마크 다이어트를 해보겠다고 일주일 내내 아침, 점심, 저녁을 계란과 커피를 마셨던 적도 있는데 6일째에 포기했다. 끼니마다 삶은 계란 3개씩을 먹어야 했는데 나중에는 도무지 먹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평소에 커피를 마시지 않다가 먹으려니 완전 고역이었다.
시도는 여러 가지 했지만 꾸준하지 않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그리 살찐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체중은 언제나 키에 비해 표준이었고, 가끔 좀 찐 것 같다고 느껴질 때 굶으면 다시 몸무게가 잘 빠졌다. 그런데도 ‘살을 빼야겠다’라고 잦은 결심을 했던 이유는 또래의 다른 친구들에 비해 “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흔히 “똥배”라고 부르는 배는 아랫배만 볼록한 경우가 많은데, 나는 윗배도 좀 있었다. 나의 배가 다른 애들보다 두드러지게 나왔다는 걸 알게 된 건,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보고 나서다. 교복 치마 위의 조끼가 그 배를 가리지 못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옆에 있는 아이들의 조끼는 치마 위에 예쁘게 놓여있는데, 나만 치마 위로 불룩한 배가 보이고 그 조끼는 들떠 있었다. 그래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크게 개의치 않고 지냈다. 워낙 외모에 관심이 없기도 했고 바로 교복 자율화가 되어서 바지에 티셔츠를 주로 입고 다녔기 때문에, 스스로도 배가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대학에 가고 회사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배에 신경이 쓰였지만, 옷으로 교묘히 가리고 다녔다. 상의를 하의 안에 넣어 입지 않았다. 블라우스 등 어쩔 수 없이 넣어 입어야 할 때는 최대한 옷을 밖으로 내어 배를 가렸다. 원피스를 입지도 않았고 상의 위에 재킷이든 긴 조끼든 카디건이든 뭔가를 걸쳤다. 치마도 잘 입지 않았는데 특히 플레어스커트는 절대로 입지 않았다. 물론 몸매가 드러나는 니트류의 옷도 안 입었다. 가을, 겨울은 가릴만한 옷가지들이 많아서 정말 좋았지만, 여름은 좀 어려웠다. 그래서 가방으로 가리기도 했다. 그런 덕분인지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은 나를 항상 날씬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아주 친한 친구들은 ‘똥배’가 좀 있다고 생각하지, D자형 몸매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때는 친구들과 목욕탕에 같이 가거나 수영장에 가는 일을 절대로 만들지 않았다. 수영은 하지도 못했지만, 몸매를 보여주는 일은 정말 자신 없는 일이었기에 들키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키가 좀 큰 편이고 팔다리가 가늘었기에 옷으로 가리면 잘 가려졌다.
‘언제부터 이렇게 배가 나온 걸까?’라고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기억 하나가 있다. 몇 살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한 장면이 딱 떠오른다. 밥을 먹다가 우연히 배를 봤는데 허리를 기준으로 윗배와 아랫배가 선명하게 갈려서 꼭 끊어질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숨을 참고 배에 힘을 주어 쑥 들여보내면 허리쯤의 살이 금을 그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아랫배는 좀 나오고 윗배는 들어가서 이렇게 놔두면 허리가 끊어지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계절은 아마도 여름이지 않았을까 한다. 밥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맨몸의 배를 본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는지 도통 알 수 없는데, 그 후로 밥을 많이 먹었던 거 같다. 윗배를 나오게 하려고. 어린 마음에 윗배와 아랫배가 같이 나와서 그 금을 없애면 허리가 괜찮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몇 살 때부터 밥을 많이 먹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밥을 많이 먹는 습관도 그때부터 생긴 것 같다. 엄마가 언제나 밥을 남기면 아깝다고 다 먹어야 한다고 하시던 말씀 때문에라도 내게 주어진 밥을 다 먹기도 했지만, 밥을 많이 먹어 위가 늘어나 더 먹었던 것도 같다. 어느 날은 배가 심각하게 많이 나온 것 같아서 ‘복막염은 배가 나온다는데 내 뱃속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성모 마리아처럼 애가 내 뱃속에 있는 게 아닐까?’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엄마에게 배를 보여주며 “엄마, 내 배가 너무 나온 것 같지 않아?”라고 하면 엄마는 항상 “여자는 다 그 정도 배는 있어, 어디가 나왔다는 거니!”라고 하셨다.
나이가 삼십 대에 접어들자 배가 좀 더 나오는 게 느껴졌지만, 안 먹으면 바로 들어가고 먹으면 나오는 과정을 거치며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았다. 그리고 사십 대에는 정말 더 나오는 게 느껴졌다. 중년의 나잇살이 더해져서 옆구리에도 살이 붙어 옷으로도 잘 가려지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십 대 여자라면 이 정도 몸매라는 위안을 스스로 했다. 배 하나 없던 친구들이 애를 낳고 나이 들며 살찌고 배가 나오는 걸 보니 친구들과 비교하여 더 이상 내 배가 유난스럽게 나온 것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오히려 원피스도 입고 다녔다. 친구들은 내게 배가 나왔다고 하지 않았다. 애를 낳지 않아 날씬하다고 칭찬을 했다. 이 정도 배는 이 나이에는 당연히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배는 이렇게 저렇게 잘 가리고 다니다가 나이 들어 커밍아웃을 했는데, 모두가 그 배를 자연스러운 세월의 흔적으로 받아들여줬기 때문에.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는 대로, 평소 먹던 양 그대로, 좀 많이 먹었다 싶으면, 다음날 좀 안 먹으면서 보냈다. 그러다가 입던 옷이 끼는 느낌을 받았는데 살이 좀 쪘구나 싶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옷을 사러 갈 때 평소 입던 하의 사이즈가 꽉 끼었을 때도 ‘요즘 옷은 너무 작게 나와’라고 하면서 한 치수 큰 걸 샀다. 상의는 늘 같은 사이즈여서 의식을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뒤에야, 내 인생의 몸무게를 찍은 걸 알아챘다. 몸무게는 그냥 습관처럼 아침, 저녁으로 쟀는데 아침과 저녁의 몸무게는 십 년 넘게 늘 2kg의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은 늘 아침에 쟀던 몸무게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현듯 아침 몸무게도 평생 본 적이 없는 숫자를 가리켰고 저녁 몸무게는 말할 것도 없었다. 위기의식이 그제야 들었다. 나이 들면 신진대사량이 떨어져서, 젊었을 때와 똑같이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 머리로는 이해하면서 행동은 계속 젊은 줄 알고 똑같이 먹었다. 움직임을 일부러라도 더 주든가, 먹는 양을 줄여서 맞춰야 하는데 안 먹고 빼려고만 했더니 더 안 빠졌다. 게다가 건강 검진한 결과의 수치는 일부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평생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해 본 적이 없는데, 하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서.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의 목표를 아직 달성하지 못했지만, 변화는 있었다. 현재 진행형이지만 운동과 식단에 대한 그간의 경험과 느낌을 나누며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으로, 지속 가능한 실천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노화를 가속화시키는 갱년기에 시작한, 평생 잘 한 일중의 하나로 운동을 손꼽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