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최선!

운동과 식단 이야기 IX

by 지홀

작년 11월부터 채소를 많이 먹는 식단을 시작한 이유는 순전히 고지혈증 약을 먹고 싶지 않다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영양사가 알려준 대로 삼시 세끼 채소를 한 그릇 혹은 한 접시 먹고 밥은 반 그릇 먹었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두부를 하루에 한 번은 먹으려고 했고, 삶은 달걀은 매일 아침 1개를 먹었다. 점심에는 생선구이, 생선조림, 회 등을 먹었다. 때로 소고기, 닭고기를 섭취했고 면은 손대지 않았다. 라면은 2020년 9월 운동을 시작한 이래로 먹지 않았다. 라면은 보통 자의적으로 먹고 싶다기보다 남이 먹는 것을 보면 먹고 싶어 졌는데 이젠 남이 먹는 것을 봐도 딱히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국수는 워낙 좋아한 편이 아니어서 생각나지 않고, 짜장면은 3년간 3 - 4회 먹은 것 같다. 그것도 주어진 양을 반만 먹었다. 중국집에 갈 일이 생기면 짜장보다 짬뽕을 먹었는데 3년간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문제는 이탈리안 식당을 갈 때 파스타를 먹지 않는 일이었는데, 그것도 11월에 본격적으로 식단을 시작한 이후로는 먹지 않았다. 리소토나 샐러드로 대체하여 먹었다. 저녁은 약속이나 회사 행사가 없는 한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계속 싸 갖고 다녔지만, 11월 이후에는 채소를 좀 더 쌌다. 고구마를 주로 먹었고 간혹 단백질 바, 우유와 단백질 파우더, 닭가슴살 샐러드, 연어 샌드위치 등을 사서 먹었다. 점심때 많이 먹는다 싶게 먹으면 저녁에 배가 고프지 않아서 조금만 먹어도 괜찮았다.


식단을 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건 ‘지속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단기간에 끝내는 것이라면 먹고 싶은 걸 아주 잠깐 참고 먹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살을 빼는 목적이 아닌 건강 유지를 위한 식단 관리는 평생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잠깐 참아서 될 일이 아니다. 먹고 싶은 것을 아예 안 먹을 수 없으니 먹기는 먹되 조금만 먹는 습관을 들이려고 했다. 조금 먹고, 먹는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회사 사람들, 친구들과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 중국집, 이탈리안 식당에서는 면보다 밥으로 선택하고 샐러드, 채소 메뉴를 꼭 넣었다. 탄수화물을 줄이려고 밥 양도 줄였다. 나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신경을 썼다.


그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의지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 있었다. 바로 떡볶이를 먹지 않는 것과 각종 맛있는 디저트, 빵, 떡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일이었다. 떡볶이는 정말 포기가 되지 않아서 먹고 싶은 마음이 들면 두 번 중 한 번은 먹었다. 이건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다른 떡 종류, 빵 종류나 디저트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나지 않는데 떡볶이는 먹고 싶었다. 특히 가래떡을 보면 자동으로 떡볶이가 먹고 싶어 진다. 가래떡을 보면 떡국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다행히 떡국은 참을만했다. 운동하기 이전에는 평소 점심 메뉴로 떡국을 자주 먹기도 했지만, 지금은 명절이나 특별히 먹어야 할 경우가 아니면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그러나 떡볶이는 경우가 다르다. 아마도 평생 물리지 않는 음식을 말하라고 하면 ‘떡볶이’라고 답할 것이다.


워낙 떡과 빵을 좋아해서 떡집과 빵집을 평소에 잘 지나치지 못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꼭 들러서 몇 가지를 그냥 샀다. 고지혈증의 원인이 탄수화물 과다 섭취라는 말이 있어서 약을 먹은 이후로 조절해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작년에 약을 끊고 11월부터 식단 관리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떡, 빵을 끊으려고 무지 참았다. 다행히 떡은 좀 참을 수 있었다. 떡집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게 되었고 일부러 사서 먹지 않았다. 명절, 회사 기념일, 누군가의 기념일 등에 받게 되는 떡은 ‘1년에 몇 번 없는 일’이라는 위안을 하며 먹었다. 가끔 후식으로 떡을 주는 식당, 호텔 뷔페를 먹게 되면 두세 개 경단 위주로 먹었다. 빵집도 일단은 지나칠 수 있다. 아무 이유 없이 들어가서 사지는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음료수를 마시거나 샐러드, 샌드위치를 사러 들어갔을 때 외면하기가 엄청 어려웠다. 그 달콤한 빵 냄새를 무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 그 유혹을 물리쳤을 때 느끼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빵은 내가 꼭 사 먹지 않아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후 간식용, 친구들과 먹게 되는 한입거리 디저트빵 종류는 부피가 작지만, 칼로리가 높다. 그저 한 두 입 정도인데 100kcal를 쉽게 넘긴다. 배는 부르지 않은데 말이다. 그러나 너무 맛있다. 도무지 안 먹겠다는 결심을 유지할 수 없다. 더구나 먹어보지 못한 디저트는 먹어보고 싶은 생각에 외면하기 어렵다.


아마도 고지혈증 약을 먹지 않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보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달콤한 것들로 넘치는 각종 빵, 디저트 때문일 것이다. 지난 5월에 6개월간의 식이 결과를 받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은 아니어도 조금이라도 내려갔다면 희망적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결과는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LDL 수치는 올랐다.

동맥경화 검사는 정상이었다. 의사는 빙그레 웃으면 물었다. “어떻게 하실래요?” 6개월 전, 환자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니 식이요법을 해보자고 했지만, 결과가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약을 먹어야겠죠?”라고 했더니 “그렇다”라고 했다. 약을 먹게 될 것이라는 각오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무척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6개월간 정말 노력했는데 말이다. 채소를 매 끼니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예전 의사 말대로 “LDL은 운동과 식이로 조절되지 않는다”가 증명된 것일 수도 있다. 빵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 그 사이 스트레스 관리는 전혀 하지 못했으니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있다. 6개월간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일이 많았는데, 고스란히 그걸 받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무려면 어떤가 싶다. 결과는 실망이지만 이 이상 더 음식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참을 수 있는 건 참았고 조절할 수 있는 건 조절했다. 일부러 많이 먹어야 하는 건 많이 먹었다. 반면, 참을 수 없는 건 참지 못했다. ‘먹으면 안 돼!’라고 몇 번을 되뇌었어도 손이 가는 걸 막지 못했다. 6개월간 마음을 다잡고 실천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했다. 이런 각오를 하고도 막지 못한 건, 평생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최선을 다했으니 아쉬움은 없다. 고지혈증 약을 먹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일 뿐. 이 이상 더 잘할 자신은 없다.


나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고지혈증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 의사와 상의 없이 독단으로 약을 중단한 것이 두 번째였는데, 이제는 함부로 약을 끊을 수 없다. 일방적으로 약을 끊고 잰 수치는 매번 신기록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지난번 브런치 글(고지혈증은 과연 완치될 수 있을까?)의 댓글로 당뇨 유발이 덜 되는 약을 알려주신 분이 있었다. 그 정보로 “당뇨 유발이 덜 되는 약이 있다던데요?”라고 물으니 ‘피타바스타틴’ 계열 약을 처방해 줬다.


이번 경험으로 채소를 많이 먹게 되었고 간이 심심한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좋은 점이다. 먹는 양도 좀 줄어서 예전에 비해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고지혈증은 잡지 못했지만, 고혈압, 당뇨는 괜찮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운동은 평생 하기로 했고 이런 식습관을 유지하는 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