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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Oct 08. 2015

이자카야 사장님의 친절

어제저녁을 좀 많이 먹었더니 체했는지 속이 좋지 않아 집까지 걸어왔다. 동네에 도착하자 가끔 가던 이자카야 집이 눈에 들어오더니, 갑자기 어묵 국물이 먹고 싶어 졌다. 분식집 보다 어묵이 맛있고 국물도 진해서 종종 애용했던 가게를 보니, 그 집 국물을 마시면 속이 좀  시원해질 것 같은, 근거 없는 느낌에 끌려 들어갔다.


어묵꼬치 하나에 1,500원. 종종 꼬치 3개를 포장해 달라고 하여 먹었던 경험으로 오늘은 테이블에 앉아 꼬치 2개만 주문했는데, 사장님이 '주문하신 거 드리기는 하는데 여기는 술집이라 꼬치세트(5개)부터 주문을 받는다'고  다음부터 참고해달라고 하신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고추냉이, 아삭한 무, 앞접시와 휴대용 버너를 놓고 직접 끓여 먹을 수 있게 세팅을 해 주신다. 예전엔 주방에서 끓여서 주셨다고 하니, 그건 포장이라 그랬을 거라고 하신다.


헉! 내가 참 개념 없이 주문을 했구나. 분식집처럼 생각했구나. 예전에도 그런 식의 포장 주문은 내 편의를 봐주신 거였구나!


그럼 5개를 달라고 더 주문해야 할까? 속이 좋지 않아서 5개를 다 못 먹을 것 같다고 설명을 해야 하나? 하며 망설이는데,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친절하게 서빙을 해주시는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 덕분에 국물을 잘 마셨다.


그렇다고 체한 속이 풀어지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어묵을 먹고 더 불편해졌지만, 사장님의 배려로 민망하지 않고 당당하게 먹을 수 있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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