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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할 일

2024. 9. 12

by 지홀

잠결에 열린 창으로 빗소리를 들었지만 창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소리는 들렸는데 눈이 안 떠져서. 아침에 일어나니 빗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비가 그친 줄 알았는데 출근하려고 다시 한번 창밖을 확인해 보니 비가 왔다. 우산을 급히 챙겨 나왔다. 비 덕택에 기온이 좀 내려갔다.


아침 먹을 시간이 없어 도시락 가방에 아침, 오후에 먹을 과일, 저녁에 먹을 밥까지 넣었더니 상당히 무거웠다. 거기에 우산, 휴대폰에 마스크까지 들었더니 손이 모잘랐다. 버스 정류장에서 우산을 접고 마스크를 겨우 썼다.


부랴부랴 사무실에 출근하고 난 후에야 하늘 사진을 찍지 않았음을 알아챘다. 다시 건물 밖으로 나가기 귀찮아 창밖을 찍었지만 확대하자 창문에 부딪힌 빗방울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데 남산에 산안개가 내려앉아 남산타워를 가린 모습이 보였다. 얼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비가 조금 흩뿌렸지만 우산을 쓰지 않고 남산을 찍었다. 안개가 빠르게 걷히는가 싶었는데 다시 안개에 휩싸였다. 수묵화 느낌의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현명한 한 노인이 저 안갯속에 있을 것만 같다.

산안개가 남산을 감쌌다 (09:11~13)


바로 머리 위 하늘은 회색보다 파란색이 더 섞여 보였다.

파란색이더 섞인 하늘 (09:13)


김밥을 사러 점심시간에 잠깐 나갔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 세상이었다. 남산타워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구분할 수 없는 뿌연 존재가 타워 꼭대기를 가렸다.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다. 해가 빨리 져서 집에도 빨리 가야 할 것 같은 날이다. 운동을 마치고 전철을 탔는데, 한 정거장을 더 가고 말았다. 친구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문자로 주고받다 내릴 곳을 놓쳤다. 지하철로 25분~30분이면 오는 거리를 한 시간 걸려서 왔다. 한 정거장 더 가고 더 많이 걸었다고 이렇게 두배로 걸릴 일인가? 아무리 느릿느릿 걸었다 해도. 집에 도착하자 유난히 피곤함이 몰려왔다.


점심시간 하늘 (12:39~41)

오늘 너무 일에 집중했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횟수도 현격히 적었다. 추석 전에 보고서를 마쳐야 한다는 마음에 몰입을 과하게 했다. 이렇게 일에 몰두하지 않으리라 결심해 놓고 또 이런다. 내일해도 되는 일은 내일로 미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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