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괜한 미신(?), 속설에 덩달아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13일의 금요일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마치 산타 할아버지가 없는 줄 알면서도 선물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처럼. 중년이 되자, 아무 감흥 없는 숫자와 요일이 되었다.
나이 들수록 감흥이 사라지는 것 같다. 작은 것에 까르르 웃는 이십 대, 삼십 대 직원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때가 있다. '이게 저렇게 웃음이 나오는 일인가?'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들이 들으면 자기들은 그렇게 낙엽만 굴러도 웃음이 나는 고등학생이 아니라고 항변하겠지만, 내 눈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나이다.
그나마 매일 하늘을 보고 사진을 찍으며 작고 소소한 것에 감동하는 세포를 살리는 중이랄까. 문득 일하다 창밖을 보고 혼잣말처럼 직원들에게 말한다. "하늘 봐봐, 너무 예뻐" 하지만 그들은 일 삼매경에 빠져 잘 듣지 못하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부지런히 타이핑을 하고 마우스를 누른다. 난 일하다 말고 휴대폰을 들고 창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는다. 직원 한 명이 "하늘 보는 걸 정말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라고 한다. 나는 "매일 글을 써야 해서"라고는 말하지 않고 그냥 웃는다. 나의 글감이 되는 하늘 보는 걸 좋아하므로 인정하는 미소다.
바닷속을 잠수하면 이런 광경이 보일까?(08:41)
아침 버스 정류장에서 찍은 사진은 바닷속 바닥을 보는 것 같다. 구름이 물에 사는 생명체들로 보인다. 왼쪽 사진에 거북이가 보이고 오른쪽 사진에는 미역 같은 해조류가 바닥에 붙어있는 것 같다.
먹구름이 여러겹으로 쌓여보인다(15:19)
해질 무렵 구름 속도가 엄청 빠르게 지나갔다. 해가 구름 사이 빈틈으로 빼꼼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구름은 빠르게 흘러가는 와중에도 빈틈을 메꾸지 않고 태양에게 내주었다. 사라지려는 태양의 존재가 불쌍한 듯.
해 지는 하늘 (18:24, 18:25)
흑백사진처럼 보이는 해지는 사진은 엑스레이 사진 같다.
자정을 넘기기 전에 그날의 글과 사진을 올리려고 하지만, 가끔 밤 12시를 넘겨 글을 올린다. 일이 많다.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것저것 하겠다고 손을 들었지만, 수면 시간이 부족해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