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여유 있는 일요일 아침이었다. 계획은 읽던 책을 마저 다 읽는 것이었는데 빨래를 걷어 개킨 후 옷장에 넣다가 옷방바닥이 지저분한 게 눈에 띄어 닦게 되었고 더러운 방바닥이 눈에 거슬려 닦다 보니 거실과 방까지 닦게 되었다. 그렇게 예기치 않은 청소를 한바탕 했다. 그러자 아침을 먹지 않았고 덩달아 한약까지 먹지 않았음을 알아채고 서둘러 밥을 차려 먹었다. 밥 먹고 설거지하고 나니 오후 1시였다.
4시부터 극단에서 연극 연습을 하기로 되어 있었기에 나갈 준비를 2시쯤에 하면 되겠다 마음먹고 1시간가량 책을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아침에 세숫대야에 담가놓은 손빨래감이 눈에 들어왔다. 당장 하지 않으면 오늘 중으로 빨래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손빨래를 했다. 욕실에 들어간 김에 세면대와 변기 청소를 했다. 본의 아니게 방청소, 욕실 청소까지 다한 셈이었다. 잠깐 소파에 앉아 한숨을 돌린 후 은행앱을 돌며 출석체크를 하자 2시가 다 되어갔다. 서둘러 한약을 마시고 외출할 준비를 했다. 연습은 4시지만 10분 전에 도착하려면 서둘러 나가야 했다.
땡볕에 습기가 많아 옷이 금방 땀범벅으로 되었다. 이마를 가린 머리카락이 땀에 들러붙었다. 더위가 강렬해 하늘 보는 걸 잊고 연습실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연습실에 도착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다 오늘의 하늘 사진을 한 장도 찍지 않았음을 알았다. 연습이 끝나면 어둠이 내려앉고도 한참이 지난 후일 것이기에 다시 밖으로 나와 하늘 사진을 찍었다
다양한 구름 모양(15:56, 15:57)
하늘이 엄청 맑았다. 360도를 돌아보면 멋진 구름을 품은 하늘이 많았지만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도 있었다.
구름품은 하늘과 품지않은 하늘(15:58, 15:59)
머릿속으로 다 외운 대사를 상대배우와 맞추면 잊어버린다. 아직 대사를 완벽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