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약간 쌀쌀한 듯 시원한 공기와 맑은 날씨. 양떼구름 사이사이 먹구름이 있었지만 대체로 청명한 하늘이었다. 부모님과 조카, 여동생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맨 눈으로 볼 때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는 하늘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늘 그 감탄을 100% 담아내지 못해 아쉽다. 무척 낮게 드리운 구름 사이 하늘은 짙었다. 높고 파란 가을 하늘이 가리워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양떼구름(09:38, 09:39)
울트라마린색 하늘이 보인다(09:41)
엠보싱 화장솜 같은 구름 (09:41)
새 한마리를 포착했다(09:42)
제주행 비행기가 30분 출발 지연한 후 이륙했다. 하늘길 교통체증으로 늦어진다는 안내방송이 있었다. 소설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와 정말 빨리 왔구나 싶었다. 소설이 재미있어 중간에 덮지 않고 계속 읽었다. 그런데 단편 한 편을 다 읽었는데도 여전히 하늘에 떠있는 걸 알아챘다.
곧이어 기내방송이 나왔다. 제주공항의 바람이 세서 선회 중으로 관제탑의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기장이 15분쯤 후에 착륙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려니 하고 책을 다시 펴 들었다. 그런데 몇 장을 넘기지 못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난 착륙 준비할 때 화장실 이용할 수 없다는 소리에 망설였다. 급한 용무가 있는 승객들이 화장실을 이용했다. 승무원이 처음엔 제지하다가 나중에는 빨리 다녀오시라는 말을 했다. 난 갈까 말까 망설였다. 곧 비행기가 착륙할 것 같았다.
승무원이 다시 방송을 했다. 더 늦어질 것 같으니 기다려 달라는 말이었다. 더 많은 승객이 화장실을 다녀왔다. 창밖을 보니 비가 창에 부딪히고 있었고 비행기는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인지 날고 있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사방이 안개에 갇힌 듯 온통 하얬다. 언제 내릴지 모르는데 이 흔들리는 비행기에서 화장실에 가도 될지 망설이며 참았다.
속으로 기도했다. 얼른 내리게 해달라고. 아무래도 하늘 위가 아니라 땅 위에서 가야 할 것 같았다. 드디어 승무원이 곧 착륙하겠다고 했다. 비행기가 속도를 냈다. 시야에 건물이 들어왔고 아주 안전하게 착륙했다. 선회한다는 소리에 잘못될 거란 불안보다는 자연이 부르는 소리를 거부하고 참는 일에 집중하느라 걱정할 새가 없었다.
김포에서 제주까지 2시간 걸렸다. 제주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택시 기사는 비행기가 돌아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정말 그랬다. 다시 서울로 가야 했다면 아주 많이 우울했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