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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Sep 28. 2024

미래 언어

2024. 9. 28

오전에 이불 빨래를 하고 옥상에 널며 하늘이 참 멋있다고 느꼈지만 휴대폰이 없어 사진을 찍지 못했다. 휴대폰을 가지러 내려왔다 다시 올라갈 수 있었지만 귀찮은 마음이 컸다.  오전에 해야했던 일을 마치고 점심 약속시간에 맞추어 가느라 바빴다.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가 없었다. 약속장소에 도달해서 점심을 먹고 나서야 겨우 하늘을 봤다. 옛날 80년대, 90년대 모습이 남아있는 건물들. 그 건물을 개조하여 식당, 카페, 이자카야 등으로 변신한 가게들이 들어선 골목. 힙하게 입은 젊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전깃줄이 어지러운 골목하늘(14:15)

후배와 거의 4시간을 얘기하고 나온 거리. 저녁이 되었다. 어둑해지려는 하늘을 다른 동네에서 보니 색다르게 예뻤다. 하늘을 찍으니 지나가던 사람이 위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하며 하늘을 본다.

노을빛이 들기 시작한 하늘(18:04, 18:05)
어두워지려는 하늘(18:07, 18:37)

후배와 디지털화되는 세상에 대해 얘기하다 재미있는 관점을 들었다. AI를 잘 다루기 위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배우는 것은 결국 기계어를 배우는 것 같다는 후배의 말. 잘 다루기 위한 명목이라고 하지만 AI가 학습한 로직에 맞게 질문하도록 배우는 것이 기계어를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소수의 사람이 만든 기계와 소통하기 위해 사람을 더 기계로 만드는 것 같다는 말에 일견 동의가 되었다.


그냥 사람끼리 일상 대화를 하면 AI가 그걸 이해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엉뚱한 대답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정확한 답변을 이끌어 내기 위해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은 사람 간의 대화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인간을 점점 기계로 만드는 것 같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업혁명 이후로 인간은 기계의 부품처럼 일해왔는데, 이젠 말도 기계와 대화하기 위해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말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것은 점점 인간성을 잃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감정, 감성이 사라지고 기술적인 언어로만 대화하게 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기술적 언어에 익숙해지는 알파, 베타, 감마 세대들은 인간의 다채롭고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심리를 표현할 수 있을까? 문득 미래 세대의 언어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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