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한순간에, 예기치 않게 일어난다. 오늘의 계획은 화실에 갔다가 극단에서 하는 가을 정기공연을 보고 뒤풀이까지 참석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빠가 어제저녁에 집에 오시더니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고 하셨다. 매일 자전거를 타고 우리 동네, 인근 동네를 다니다 오신다. 무릎이 좋지 않아 운동삼아 하시는 일인데, 집에 오는 길에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 겨우 들어왔다고 하셨다. 밤새 구토를 여러 번 하시고 잠을 주무시지 못했다. 덩달아 나도 잠을 못 잤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뇌출혈 전조증상으로 나와 가슴이 철렁했지만, 마비증세나 말이 어눌해지지 않아서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정신은 또렷하셨다. 새벽 4시경에 잠깐 잠을 청하셨고 나도 잤다. 아침에 일어나 상태를 확인해 보니 참을만하지만 여전히 속이 울렁거린다고 하셨다. 잠이 오지 않아 2시간 정도밖에 못 주무셨다고 했다. 다행히 구토는 멈추었다. 우리는 체한 것으로 간주하고 속을 비우는 쪽을 택했다. 하루종일 물만 드셨다. 밤에 잠을 주무시지 못해 낮잠을 청하셨지만 잠들지 못하셨다. 거실 소파에서 잠깐 TV를 보셨다. 평소와 같은 모습 때문에 좀 괜찮아지셨구나 알 수 있었다. 5시경에 배가 고픈 것 같다고 하셨다. 엄마가 죽을 쒀드렸는데 그냥 물에 밥 말아 드시겠다고 했다. 두 숟가락 정도 드셨다. 워낙 깔끔한 분이라 자주 씻는 분인데, 어제 씻지도 못하고 누워계셨다. 식사하시고 씻으시는 걸 보니 살아나신 것 같다. 그런데 1시간쯤 후에 조금 드신 밥을 또 다 토하셨다. 내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
딱히 할 일이 없지만 그래도 옆에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종일 집에 있었다. 화실을 취소하고 공연 보는 것도 취소했다. 덕분에 하려던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읽던 책을 마저 다 읽었고 브런치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하늘 사진은 집에서만 찍었다. 오전에는 구름 한 점 없는 쨍한 가을 하늘이었다. 해질 무렵에는 멋진 구름과 하늘이었다.
구름한 점 없는 파란 가을하늘이었다(11:55, 11:56)
해지는 저녁하늘(17:58, 17:59)
영락없는 사람얼굴. 눈썹과 눈, 입술의 모양이 또렷하다. 미국의 큰 바위얼굴 느낌이다. 오른쪽은 원자폭탄이 터진듯한 모양. 까만색이 더 그런 느낌을 강조한다.
사람얼굴, 원자폭탄 터진 모양(17:59, 18:00)
타다만 듯 그을림이 묻은 모습. 검은 구름이 마치 연기처럼 보인다. 주변은 푸른빛 회색 구름인데 홀로 노랑빛 주황구름이다.
노랑빛 주황구름(18:05)
사람 얼굴이 흩어져 춤춘다. 그 옆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 얼굴 구름이 생겼다. 좀 사악해 보이는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