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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Oct 03. 2024

보랏빛 밤

2024. 10. 2

온종일 하늘을 본 건 아니어서 정확하지 않지만, 구름이 보이지 않았던 하루다. 그저 파란 바탕이었다. 제출해야 할 자료가 많아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모니터만 보며 키보드를 쳤다. 문득 창밖을 봐도 파란 하늘이었다.

파랗다(12:20, 12:34)

밀리의 서재에서 읽은 첫 번째 책이 박연준 시인의 "쓰는 기분"이다. 자투리 시간에 손쉽게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종이책보다 손이 가지 않아 다 읽는데 두 달 걸렸다. 내게는  책 보는 기분, 읽는 속도, 뿌듯함 등등에서 종이책이 앞선다.


"쓰는 기분"에 이런 글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이런 말을 했대요(리베카 솔닛의 책에서 인용). “미래는 어둡고, 나는 그것이 미래로서는 최선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장을 읽고 좀 놀랐는데요. 모두들 미래가 어둡다고 한탄하지만 미래로서는 그게 ‘최선’의 모습이라는 거죠. 아직(未) 오지 않은 것(來)이니까 어둡죠. 그렇게  생각하니 희망은 아득하고, 그것이 희망으로서는 최선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무얼 바란다는 것은 현재 없거나 희미하니까 바라는 것일 테니까요.


이십 대, 삼십 대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깜깜했다. 너무 멀어서 빛도 보이지 않았다. 오십 대가 되어서야  내 미래가 좀 보인다. 아주 캄캄하고 두려운 건 아니다. 인생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잡혔기 때문일 거다.

보라빛 밤하늘(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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