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홀 Oct 03. 2024

공연 연습

2024. 10. 3

여덟 시쯤 눈을 떴다. 엄마가 부엌에서 음식 준비를 하셨다. "엄마, 어디 가세요?" 아침 차려놓고 외출 준비하실 때처럼 바쁘게 움직이셨다. "아니, 너 도시락 싸려고. 그렇지 않아도 왜 안 일어나나 했어." "엄마, 오늘 노는 날이에요" 엄마는 놀라시며 "그래? 왜? 무슨 날인데?" 하고 궁금해하셨다. 나는 "개천절이에요"라고 말하며 욕실로 들어갔다. 엄마는 휴대폰을 보시더니 "그렇네. 빨간 표시 돼있네. 괜히 일찍 일어났네, 더 자도 되는데" 하시며 아쉬워하셨다. 덕분에 평소와 같은 시간에 아침을 먹었다. 아침 10시까지 공연 연습하러 가야 했기에 내게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움직여야 하는 날이었다.


아침 하늘은 아주 새파란 가을 하늘이었다. 오후부터 구름이 밀려오기 시작하더니 식당에서 점심 먹고 나왔을 때는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덮여있었다.

기분 좋아지는 파란 하늘(09:54, 12:36)

건물과 함께 찍은 왼쪽, 가운데 사진은  마카오 베네치안 호텔 천장에 그려진 그림 같다. 실내 느낌이다. 오른쪽 사진은 위에는 먹구름, 아래는 맑은 구름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양이 장관이다.

같은 동네 하늘인데 다채로운 하늘(14:32, 14:42)


왼쪽 사진은 왼편에 지니처럼 생긴 신, 오른편에 이 난 동물(?), 사람(?) 그 위에 성난 신 등이 땅을 굽어보고 있는 것 같다. 가운데 사진은 머리칼을 날리며 애꾸눈 괴물이 다가오는 것 같다. 오른쪽 사진은 토끼 같은(?) 귀여운 얼굴이 보인다.

다양한 얼굴 모양의 구름(14:44, 14:45,14:46)
유화 그림 같다(16:14)
이국적인 느낌(16:14, 16:15, 16:19)

위 사진은 모두 다른 나라 하늘 같다. 오른쪽 사진은 바다 위에 떠 있는 구름을 위에서 보는 것 같다. 오늘의 하늘은 여러 모양을 시시각각 다르게 보여줘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저녁노을이 꽉 닫은 창문을 뚫고 들어와 방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 빛에 홀려 옥상으로 얼른 올라갔다. 석양을 찍으려고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너무 눈부셔 팔만 쭉 뻗어 찍었다. 6배, 10배, 20배 등으로 확대하며 찍었다.

전깃줄이 보기 싫어 AI로 지운 오른쪽 사진(17:26)
확대하면 주변이 더 어둡게 보인다 (17:26)
해지는 모습(17:41~17:53)

구름 뒤로 사라지는 태양 때문에 구름 자체가 불을 품고 스러지는 것처럼 보인다. 검은빛을 쏟으며 장렬히 사라지는 구름과 태양.


공연 연습을 거의 2주 만에 했다. 그 사이 두드러기로 신경 쓰고 아빠가 아프셨고 회사일이 바빴고 등등의 핑계로 혼자 연습할 새가 없었다. 아침에 연습실로 걸어가며 대사를 복기했다. 다행히 까먹지 않았다. 연출이 지적했던 부분을 곱씹어보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다. 연기는 할수록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나는데, 욕심만큼 잘 표현하지 못해 속상하다. 연기수업 쌤은 연습하지 않아서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 말이 맞다. 자꾸 되뇌고 고민하고 연습하면 될 일인데 이 핑계 저 핑계로 연습하지 않고 변명이 많다. 상대 배우는 연습 많이 한 티가 났다. 대사를 그냥 하는 게 아니라 말을 했다. 거기에 비하면 난 낭독 수준이었다. 연습실에서 발표하는 짧은 공연이라고 부담 없이 시작했는데  공연은 공연이다. 짧든 길든.  핑계 대지 말고 연습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보랏빛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