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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Oct 05. 2024

앰뷸런스

2024. 10. 4

어제 오후에 아빠가 전화하셨다. 머리가 아프니 오는 길에 두통약을 사다 달라고 하셨다. 카페에서 책을 보던 나는 그 길로 집으로 갔다. 가는 길에 약국을 봤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집에 타이레놀이 있어 그걸 드렸다. 약을 드시고 괜찮아졌다고 하셨는데 오늘 아침 내 방으로 오시더니 머리가 너무 아파 밤새 잠을 주무시지 못했다며 병원에 가자고 하셨다. 얼른 나갈 준비를 하고 동네 가정의원에 갔다. 우리 집 주치의는 아니지만 우리 가족 모두 가는 곳이라 주치의라고 할만하다. 의사는 문진만으로 용하게 약처방을 잘하는 분이다. 약을 먹고 나면 아픈 증상이 사라진다.


아빠는 두통 호소를 자주 하시는 편이다. 엄마 말씀에 따르면 젊어서부터 머리 아프다며 펜잘을 자주 드셨다고 한다. 가정의원에서는 목에 신경이 눌려 아프신 거 같다고 처방해 줬다. 집에 돌아와 부모님과 아침을 같이 먹고 아빠가 약 드신 걸 보고 출근했다.

파랑 파랑 하늘 (09:36, 10:38)

아침 출근길에 구급차를 봤다.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차를 위해 정차해 있던 차들이 길을 터주었다.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구급차소리를 들었다. 이십여 년 전에는 잘 듣지 못하던 앰뷸런스 소리를 이제는 자주 듣는다.


여기저기서 구급차 소리를 자주 듣는 건 의료 체계가 발전, 고도화되었기 때문일 거다. 옛날에는 구급차 자체가 많지 않았을 테고. 위급한 환자가 증가했을 수도 있다.


앰뷸런스 소리를 실제로 들을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인지 그 소리는 비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어느 외국영화의 어둡고 무기력한 골목, 모텔방 이미지가 자주 연상된다. 인물들이 희망을 잃고 의 무게에 허우적대며 정신적으로 죽어가는 장면.


구급차 소리는 또한 마음을 초조하고 조바심 나게 만든다. 일각을 다투는 그 차 안에 있을 어떤 모르는 사람을 상상하게 된다. 급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의 절박한 마음이 내 마음도 누른다. 모두가 위태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색 밤하늘.하얀 점은 별이다(22:47, 22:48)

집으로 돌아와 아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아빠는 약을 드시더니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아 자전거 타고 한 바퀴 돌고 왔다고 하신다. 그러다 몸이 이상해지는 것 같아 얼른 집에 와 한숨 자고 일어났다고 하신다. 밤잠을 잘 못 주무시는 아빠는 늘 늦게 주무시는데 오늘은 더 늦게 주무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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