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잘 가지 않는 낯선 동네를 다녀왔다. 브런치에서 개최한 전시회 "작가의 여정"에 가기 위해서휴가를 내고 갔다. 주중아침인데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익히 보아온 작가들의 성공기, 출간된 책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에 다시 한번 열심히 쓰고 사유하고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다졌다. 동기부여 되는 시간이었다. 브런치 작가에게 인증카드를 만들어주었는데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와 뿌듯했다. 요즘은 사진을 찍어도 나이 든 티가 나서 찍힌 모습이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는데 클로즈업 사진이 아니어서인지 주름이 보이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성수동(10:49, 11:35)
30분 남짓 관람을 하고 친구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성수동 카페, 식당에 몇 번 가본 적 있지만 익숙한 곳이 아니어서 위치가 어디쯤이었는지, 그곳들의 이름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디로 갈까 고민했다. 앱으로 맛집 검색을 하려다가 동네도 돌아볼 겸 걸으며 찾자고 얘기를 나누자마자 전시장 근처에 가정식백반집이 눈에 들어왔다. 한약 때문에 식단 제한이 많은 나와 한식을 선호하는 친구 눈이 번쩍 뜨여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식당에 들어갔다. 그러나 어제처럼 이틀 연속 점심 메뉴에 실망했다. 메인 반찬으로 삼겹살볶음이 나왔다.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는 나는 할 수없이 콩나물 무침, 부추 무침, 마늘장아찌와 배춧국으로 밥을 먹었다. 너무 손이 가는 반찬이 없어 밥을 반 정도 남겼다. 가격이 7천 원이었는데 요즘 점심 값 치곤 저렴한 편이라 부실한 반찬을 이해했다. 밥집을 나와 카페 가는 길에 잘 살펴보니 7천 원짜리 백반집, 한식뷔페집이 꽤 눈에 띄었다. 심지어 순두부찌개, 김치찌개도 있었다. 조금만 더 걸었더라면 훨씬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워낙 핫플이니까 한식집보다 양식, 브런치카페 등이 더 많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눈에 띈 백반집이 귀하게 보였고 앞뒤 재지 못했다. 역시 선입견은 사실을 왜곡하고 판단을 흐리게 한다.
하늘이 예뻤다(14:38, 14:39)
주중에 휴가를 내면 마음이 훨씬 더 여유롭고 풍요로워지는 기분이다. 그 탓일까? 하늘이 더 예뻐 보였다. 유리건물에 비친 구름이 선명하다.
선명한 색의 하늘(14:45, 14:52, 14:54)
커먼그라운드 컨테이너의 파란색과 파란색 하늘(14:54)
성수동의 유명한 커먼그라운드를 이제야 봤다. 파란색 컨테이너와 새파란 하늘색으로 온통 파랑 느낌이 상쾌했다. 친구와 헤어져 한의원에 들렀다. 이곳은 늘 환자가 붐벼 예약하고 가도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침 맞고 뜸뜨고 부황 뜨고 나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6시 5분 전쯤 진료가 끝났는데 간호사들이 퇴근준비를 서둘렀다. 내가 오늘의 마지막 환자였다.
창덕궁, 안국동의 하늘(16:05, 16:09, 16:09)
2시간만에 해가 진다(16:21, 18:28)
아래위가 대칭되는 느낌의 구름과 노을빛이 역광으로 비쳐 까맣게 보이는 구름. 검은 연기 같기도 하고 먹물을 풀어 그린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보는 초승달(18:33, 18:34)
연습실 가는 길에 본 초승달. 달을 확대하지 않고 보면 그저 한 점 빛으로만 찍힌다. 육안으로 보면 정말 예쁜 달인데 사진으로는 확대를, 그것도 30배를 해야 달처럼 보인다.
오늘 연기수업에서 귀에 딱 꽂힌 말은 "전율, 진동, 흥분을 느끼는 연기"라는 말이다. 관객에게 이런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 그런 연극을 만들어 보고 싶다.